C커머스 공습에 주춤한 두 공룡...CJ제일제당-쿠팡, 20개월 '냉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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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제조,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업계에서 국내 규모가 큰 CJ제일제당과 쿠팡이 20개월 동안 중단했던 거래를 다시 잇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햇반, 스팸 등 CJ제일제당 주요 제품을 주문 다음 날 새벽에 쿠팡 로켓배송으로 받을 수 있다.
1년 8개월 전 거래 중단은 제품을 더 비싸게 팔려는 CJ제일제당, 더 싸게 사려는 쿠팡 입장이 팽팽히 부딪히면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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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알리·테무 방어 위해 적극적
CJ제일제당도 국내 실적 만회 필요
식품 제조,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업계에서 국내 규모가 큰 CJ제일제당과 쿠팡이 20개월 동안 중단했던 거래를 다시 잇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햇반, 스팸 등 CJ제일제당 주요 제품을 주문 다음 날 새벽에 쿠팡 로켓배송으로 받을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최근 겪고 있는 실적 부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2년 가까이 서로 굽히지 않았던 자존심을 접은 것으로 평가된다.
14일 CJ제일제당, 쿠팡은 나란히 2022년 11월부터 끊겼던 거래를 비비고 만두, 김치 등 일부 품목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9월 말까지 햇반, 스팸 등 거래 품목을 대부분 제품으로 늘리기로 했다. 쿠팡은 CJ제일제당 물품을 사들여(직매입) 고객에게 판매한다.
1년 8개월 전 거래 중단은 제품을 더 비싸게 팔려는 CJ제일제당, 더 싸게 사려는 쿠팡 입장이 팽팽히 부딪히면서 벌어졌다. 식품 제조, 이커머스 분야 선두로 다른 협상에선 유리한 위치에 있을 때가 많았던 두 회사 모두 당시 '갑질을 당했다'며 으르렁댔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이 감내하기 힘든 마진율을 요구했다", 쿠팡은 "CJ제일제당이 물량을 터무니없이 부족하게 보냈다"며 날을 세우는 식이었다.
CJ제일제당, 쿠팡의 말을 종합하면 거래 중단 이후에도 계속 이뤄졌던 물밑 협상은 올해 초부터 속도를 냈다. 특히 쿠팡이 거래 재개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선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쿠팡 계열사 쿠팡플레이가 3월에 주최했던 '고척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이라고 본다.
강한승 쿠팡 사장은 손경식 CJ그룹 회장,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부회장) 등을 개막전에 초청했다. 일종의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업계는 당시를 떠올리며 두 회사 간 거래 재개 협상이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손 회장 등이 고척돔을 찾았다고 해석했다.
LG생활건강 이어 CJ제일제당, 연이은 재결합
쿠팡이 CJ제일제당과 다시 손잡은 배경엔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가 있다. 올해 들어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가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빠르게 공략하면서 업계 1위 쿠팡의 긴장도도 높아졌다. 마침 CJ제일제당도 3월 알리에 상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에 쿠팡은 소비자가 많이 찾는 CJ제일제당 상품을 보유해야 고객을 경쟁사에 빼앗기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쿠팡의 실적 부진도 브랜드 파워가 큰 CJ제일제당과 재결합한 요인이다. 2023년 창립 이후 첫 연간 영업흑자를 냈던 쿠팡은 올해 2분기(4~6월) 영업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 실적이 주춤하고 있다. 쿠팡은 비슷한 이유로 1월 LG생활건강과 거래를 재개하기도 했다. LG생활건강 역시 CJ제일제당처럼 납품단가 갈등으로 2019년 4월 쿠팡과 거래를 끊었다.
CJ제일제당도 지난해 말 기준 유료 회원만 1,400만 명인 쿠팡과의 거래가 큰 도움이다. 최대 이커머스 쿠팡을 통한 제품 판매는 매출을 보장해서다. 거래 재개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CJ제일제당의 국내 식품사업 부문 실적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2분기 CJ제일제당 국내 식품사업 영업이익은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8% 감소했다. 전년보다 11.3% 늘어난 전체 영업이익과 대조되는 성적이다.
두 회사는 "그동안 소비자 편의를 강화하고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협의를 지속했다"며 "소비자는 쿠팡 로켓배송을 이용해 CJ제일제당 제품을 보다 빠르게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0712080004826)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1318350004739)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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