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초대석] 정병윤 협회장 "리츠 대중화로 부동산 구조 문제 풀겠다"

김노향, 김성아 기자 2024. 8. 15. 06: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확천금 노린 투자 문화, 리스크 헤지 난제 직면
PF 부실 사태 원인… '프로젝트 리츠' 해법 될 듯
규제 완화 '리츠대책' 22년 만의 성과
2021년 7월 취임해 올해 3년째를 맞는 정병윤 한국리츠협회 회장은 지난 13일 머니S와 인터뷰를 통해 "국민 모두에게 열려있고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리츠가 부동산 산업에 뿌리 깊게 박힌 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대담=김노향 부장, 정리=김성아 기자] '부동산 투자회사'(리츠)를 설명할 때 흔히 떠올리는 문구가 '커피 한 잔 값으로 건물에 투자한다'는 비유다. 주식 투자에 비해 가격 문턱이 높은 부동산은 거대 자본가와 법인만의 리그였지만 다수 투자자로부터 소규모 자금을 유치해 총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운용하는 리츠의 성장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회가 열리고 있다.

국내에는 현재 총 23개 리츠가 상장돼 있고 시가총액은 8조247억원(2024년 5월 기준) 규모이다. 일본은 140조원, 미국은 1000조원을 넘는다. 비상장 리츠를 포함 시 시장 규모는 375개, 98조2000억원이다.

회원사 80개가 출자해 운영하는 '한국리츠협회'는 '부동산투자회사법'에 의해 설립된 민간단체로 제도 개선과 투자자의 이익 성장을 위한 연구·대외협력 활동을 해오다가 올해 6월 국토교통부의 '리츠 활성화 방안'을 이끌어냈다.

리츠 도입 22년 만의 이 같은 성과는 2021년 7월 취임해 올해 3년째를 맞는 정병윤 리츠협회 최초 상근회장의 성과로도 평가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대변인과 국토도시실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정책 당국자의 위치에 있던 당시에도 민간 규제의 자율화를 끊임없이 고민해온 정 회장은 리츠 투자시장의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리츠협회 본사 집무실에서 머니S 인터뷰를 통해 "소수의 자본가에게만 기회를 주는 부동산 투자시장이 아닌, 국민 모두에게 열려있고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리츠가 부동산 산업에 뿌리 깊게 박힌 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까지 리츠 시장이 투자자 100만명, 자산 150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리츠대책의 법안 시행, 그리고 장기 과제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공감대 형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필] 정병윤 한국리츠협회 회장
고려대 경제학과·제29회 행정고시·건설교통부 홍보관리관·국토해양인재개발원 원장·원주지방국토관리청 청장·국토해양부 국토정책국장·대통령실 국토해양비서관·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장·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


"미국은 리츠 시총이 국내총생산(GDP)의 5.5%를 넘는다. 한국은 0.4%에 불과하다. 미국은 세금을 바로 내지 않고 배당이익 실현 시 이연을 허용한다. 양도소득세가 바로 부과되는 국내에선 미실현이익 과세의 논란이 있다. 아시아에서 리츠시장이 일찍이 성장한 일본은 시총이 한국의 20배이다. 싱가포르도 13배에 달한다."

정 회장은 이 같은 리츠 선진시장의 성장 배경에 대해 "일본 정부는 리츠가 부동산을 매입하면 취득세 10%를 면제하고 주가 하락 시 일본은행이 리츠 주식에 투자해 주가를 부양하는 등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츠 도입의 주목적이 부동산 투기 방지인데 반대로 투기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가 있어서 규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규제의 단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론 정부가 지속해서 체크하므로 리츠는 매우 안전한 투자상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협회에 왔을 때 깜깜했다. 정부 규제 기조가 강해 계약 인가와 공시·보고 의무가 많았다"며 "시간이 불필요하게 오래 걸리거나 계약이 깨지는 경우도 많아 신뢰의 문제도 있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당국에 있을 때도 나는 규제 완화주의였다"며 "한국을 먹여 살리는 건 민간이고 정부는 이들을 돕는 입장이어야 한다. 이는 '크라우딩 아웃 이펙트'(Crowding Out Effect)로 규제가 비효율을 일으키는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리츠대책 수립 과정에 민·관이 50회 이상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업계가 장시간에 걸쳐 당국에 요청해온 사항들이 대부분 반영돼 매우 큰 성과였다"면서 "이제는 법이 통과돼야 한다. 올해 국회 통과와 내년 시행을 목표로 열심히 뛸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병윤 회장은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리츠 활성화 방안'에 대해 "업계가 장시간에 걸쳐 당국에 요청해온 사항들이 대부분 반영돼 매우 큰 성과였다"면서 "이제는 법이 통과돼야 한다. 올해 국회 통과와 내년 시행을 목표로 열심히 뛸 계획"이라고 말했다./사진=임한별 기자


고금리 시대에도 선진국 대비 높은 수익률 유지


규제 완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업성이 있어야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국내에서 리츠 투자의 제약 요인으로 '안정형 투자'보다 '고수익률'을 추구하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정 회장은 "한국의 주식과 부동산 투자시장에서 단기간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보니 리츠는 수익률이 낮은 주식으로 인식돼 있다"면서 "리츠의 투자 목적은 안전하게 배당받는 주식인데 이 같은 경향성 때문에 성장에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협회 조사 결과 국내 리츠의 배당수익률은 7.8%(2023년 3월 기준)로 선진시장인 미국(4.4%) 일본(6.8%) 싱가포르(7.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리츠의 구조 문제도 있다. 배당률을 높여야 투자상품으로서 가치가 올라가지만 대출을 일으키는 과정에 금리 변동의 영향을 받는 취약성을 갖는다. 리츠의 대출 비율은 평균 50~60%다.

정 회장은 "이자율이 1%포인트 올라가면 비용이 그만큼 늘고 배당금은 줄어 주가수익률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리츠 입장에선 억울하게도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프라임 빌딩'을 장기계약하기 때문에 이자 변동의 타격을 회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는 영향을 받겠지만 기본적으로 리스크 헤지가 가능한 구조이고 프라임 빌딩은 대체로 임차 수요가 안정되어 있어 공실이 적으면서 임대료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제로는 금융투자회사들이 일정 비율, 예를 들어 20% 이상 주가 하락 시 매각해야 하는 로스컷(손절) 규정이다. 이로 인해 시장 규모가 작은 리츠는 많은 매물이 나오면서 몇 주만 사고팔아도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게 된다.

정 회장은 "주식이 몇프로씩 하락하는 암울한 시기를 2년 내내 보내다가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고금리가 유지됐음에도 리츠 주가가 12% 정도 회복했다"면서 "미국 금리가 오는 9월부터 인하 가능성을 보이고 있어 정기 수익이 발생하는 배당주로서만이 아니라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는 가치주로서 투자의 기회가 왔다"고 판단했다.


부동산 한탕주의 PF 대안 '프로젝트 리츠'


리츠는 자기자본이 40~50%로 프로젝트 리츠는 PF의 구조 문제를 고치기 위한 대안의 의도로 나왔다고 정병윤 회장은 설명했다./사진=임한별 기자
리츠대책에서 새로 도입한 '프로젝트 리츠'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의 원인인 자기자본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호황을 틈타 적은 자기자본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을 시행하고 선분양 대금을 받아서 공사비를 막던 방식은 계약자 피해는 물론 금융 부실 등 수많은 경제위기의 원인를 제공하고 있다.

리츠는 자기자본이 40~50%로 프로젝트 리츠는 PF의 구조 문제를 고치기 위한 대안의 의도로 나왔다고 정 회장은 설명했다. 리츠대책을 통해 프로젝트 리츠를 쉽게 설립하고 절차도 간소화할 수 있게 됐다.

그는 "개발 후 펀드처럼 '먹튀'하지 않고 운영까지 가야 하는 구조여서 사고파는 데 대한 거래세가 없다. 투자자의 입장에선 새 집이다 보니 관리비용이 안 든다"며 "기존 리츠는 개발이 완료된 부동산을 사 취득세를 내야 해 배당이 줄어든 아쉬움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평범한 투자자 더 많아져 리츠 대중화 이끌 것"


"리츠는 30%를 공모하도록 규정돼 있다. 일반투자자가 투자하고 나머지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매수하는데 기관투자자 역시 국민의 돈으로 구성됐다. 리츠는 국민 모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투자상품이다."

정 회장은 리츠 투자의 대중화라는 장기 비전을 향해 투자자 정보 제공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츠협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별 배당률이 실시간 제공되고 부동산 포트폴리오 내역과 임차인 구성, 공실률 등도 확인할 수 있어 투자 선택의 기준이 된다. 국토부 리츠정보시스템에는 투자 보고서가 공개돼있다.

운용 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주총을 통해 주주로서의 의사결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하도록 법으로 규정해 미이행 시 법인세를 부과한다. 10%는 위탁 관리 수수료와 자산운용사의 몫이다.

정 회장은 "정부가 재정을 사용하지 않고 리츠를 이용해 주택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이 190%에서 350%로 늘면 조합원에게 분담금 없이 새 아파트를 지어줄 수 있다. 만약 350%를 넘어 500%가 되면 150%는 정부가 보유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분담금이 5억~7억원에 달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조합원 분담금 없이 새 아파트를 짓고 임대주택도 늘리면 주거불안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정 회장은 "공무원들은 리츠를 풀면 조합만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분담금을 안 내게 하고 공공임대를 지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구조가 구축되면 리츠 개발이익을 재투자해 고령자 일자리와 교육 환경에 지원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정부가 현재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저출생 고령화 인구 문제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노향, 김성아 기자 merry@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