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초대석] 정병윤 협회장 "리츠 대중화로 부동산 구조 문제 풀겠다"
PF 부실 사태 원인… '프로젝트 리츠' 해법 될 듯
규제 완화 '리츠대책' 22년 만의 성과
국내에는 현재 총 23개 리츠가 상장돼 있고 시가총액은 8조247억원(2024년 5월 기준) 규모이다. 일본은 140조원, 미국은 1000조원을 넘는다. 비상장 리츠를 포함 시 시장 규모는 375개, 98조2000억원이다.
회원사 80개가 출자해 운영하는 '한국리츠협회'는 '부동산투자회사법'에 의해 설립된 민간단체로 제도 개선과 투자자의 이익 성장을 위한 연구·대외협력 활동을 해오다가 올해 6월 국토교통부의 '리츠 활성화 방안'을 이끌어냈다.
리츠 도입 22년 만의 이 같은 성과는 2021년 7월 취임해 올해 3년째를 맞는 정병윤 리츠협회 최초 상근회장의 성과로도 평가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대변인과 국토도시실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정책 당국자의 위치에 있던 당시에도 민간 규제의 자율화를 끊임없이 고민해온 정 회장은 리츠 투자시장의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리츠협회 본사 집무실에서 머니S 인터뷰를 통해 "소수의 자본가에게만 기회를 주는 부동산 투자시장이 아닌, 국민 모두에게 열려있고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리츠가 부동산 산업에 뿌리 깊게 박힌 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경제학과·제29회 행정고시·건설교통부 홍보관리관·국토해양인재개발원 원장·원주지방국토관리청 청장·국토해양부 국토정책국장·대통령실 국토해양비서관·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장·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
정 회장은 이 같은 리츠 선진시장의 성장 배경에 대해 "일본 정부는 리츠가 부동산을 매입하면 취득세 10%를 면제하고 주가 하락 시 일본은행이 리츠 주식에 투자해 주가를 부양하는 등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츠 도입의 주목적이 부동산 투기 방지인데 반대로 투기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가 있어서 규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규제의 단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론 정부가 지속해서 체크하므로 리츠는 매우 안전한 투자상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협회에 왔을 때 깜깜했다. 정부 규제 기조가 강해 계약 인가와 공시·보고 의무가 많았다"며 "시간이 불필요하게 오래 걸리거나 계약이 깨지는 경우도 많아 신뢰의 문제도 있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당국에 있을 때도 나는 규제 완화주의였다"며 "한국을 먹여 살리는 건 민간이고 정부는 이들을 돕는 입장이어야 한다. 이는 '크라우딩 아웃 이펙트'(Crowding Out Effect)로 규제가 비효율을 일으키는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리츠대책 수립 과정에 민·관이 50회 이상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업계가 장시간에 걸쳐 당국에 요청해온 사항들이 대부분 반영돼 매우 큰 성과였다"면서 "이제는 법이 통과돼야 한다. 올해 국회 통과와 내년 시행을 목표로 열심히 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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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한국의 주식과 부동산 투자시장에서 단기간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보니 리츠는 수익률이 낮은 주식으로 인식돼 있다"면서 "리츠의 투자 목적은 안전하게 배당받는 주식인데 이 같은 경향성 때문에 성장에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협회 조사 결과 국내 리츠의 배당수익률은 7.8%(2023년 3월 기준)로 선진시장인 미국(4.4%) 일본(6.8%) 싱가포르(7.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리츠의 구조 문제도 있다. 배당률을 높여야 투자상품으로서 가치가 올라가지만 대출을 일으키는 과정에 금리 변동의 영향을 받는 취약성을 갖는다. 리츠의 대출 비율은 평균 50~60%다.
정 회장은 "이자율이 1%포인트 올라가면 비용이 그만큼 늘고 배당금은 줄어 주가수익률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리츠 입장에선 억울하게도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프라임 빌딩'을 장기계약하기 때문에 이자 변동의 타격을 회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는 영향을 받겠지만 기본적으로 리스크 헤지가 가능한 구조이고 프라임 빌딩은 대체로 임차 수요가 안정되어 있어 공실이 적으면서 임대료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제로는 금융투자회사들이 일정 비율, 예를 들어 20% 이상 주가 하락 시 매각해야 하는 로스컷(손절) 규정이다. 이로 인해 시장 규모가 작은 리츠는 많은 매물이 나오면서 몇 주만 사고팔아도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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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는 자기자본이 40~50%로 프로젝트 리츠는 PF의 구조 문제를 고치기 위한 대안의 의도로 나왔다고 정 회장은 설명했다. 리츠대책을 통해 프로젝트 리츠를 쉽게 설립하고 절차도 간소화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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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리츠 투자의 대중화라는 장기 비전을 향해 투자자 정보 제공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츠협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별 배당률이 실시간 제공되고 부동산 포트폴리오 내역과 임차인 구성, 공실률 등도 확인할 수 있어 투자 선택의 기준이 된다. 국토부 리츠정보시스템에는 투자 보고서가 공개돼있다.
운용 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주총을 통해 주주로서의 의사결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하도록 법으로 규정해 미이행 시 법인세를 부과한다. 10%는 위탁 관리 수수료와 자산운용사의 몫이다.
정 회장은 "정부가 재정을 사용하지 않고 리츠를 이용해 주택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이 190%에서 350%로 늘면 조합원에게 분담금 없이 새 아파트를 지어줄 수 있다. 만약 350%를 넘어 500%가 되면 150%는 정부가 보유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분담금이 5억~7억원에 달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조합원 분담금 없이 새 아파트를 짓고 임대주택도 늘리면 주거불안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정 회장은 "공무원들은 리츠를 풀면 조합만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분담금을 안 내게 하고 공공임대를 지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구조가 구축되면 리츠 개발이익을 재투자해 고령자 일자리와 교육 환경에 지원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정부가 현재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저출생 고령화 인구 문제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노향, 김성아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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