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EQE 중고차값 1000만원 '뚝'…발길 끊긴 전기차 시장

박기범 기자 배지윤 기자 2024. 8. 1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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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면서 중고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전기차 외면이 이어지고 있다.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K Car)에 따르면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난 1일 이후 7일간 중고 전기차 접수량은 직전 주(7월 25∼31일) 대비 18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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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전기차, 매물 쌓여…신차도 추가 할인 공세 안간힘
화재 우려에 지하주차장 제한…전기차 판매 악재
8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정비소에서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전기차가 2차 합동감식을 받기 위해 지게차에 실려 정비소 내부로 향하고 있다. 이날 합동감식이 진행된 정비소에는 벤츠 측 관계자들도 찾아와 감식을 참관했다. 2024.8.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배지윤 기자 =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면서 중고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전기차 외면이 이어지고 있다. 화재 차량인 메르세데스-벤츠 EQE의 중고차 가격은 화재 사고 전보다 1000만 원 이상 떨어졌다.

하반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극복에 나섰던 완성차 업계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다. 다양한 프로모션을 제시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얼마나 반응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고 전기차는 매물이 쌓이고 있다.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K Car)에 따르면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난 1일 이후 7일간 중고 전기차 접수량은 직전 주(7월 25∼31일) 대비 184% 증가했다.

특히 이번에 화재가 난 벤츠 EQE 모델 재고는 빠르게 느는 모습이다. 중고차 매매 업체 엔카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전날(14일) 기준 벤츠 EQE 매물은 112대다. 이들 중 사고 발생 이후인 5일 이후 등록된 매물은 38대다.

매물이 쌓이면서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벤츠 EQE는 사고 이전 6000만 중반에서 7000만 원대에 시세가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5000만 원대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한 중고차 딜러는 "중고차 구매 문의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팔겠다는 문의만 들어온다"며 "중고 전기차는 배터리 기능 저하 등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여기에 배터리 안전 문제가 대두되면서 사실상 거래가 끊긴 상태"라고 했다.

앞선 벤츠 EQE 화재 당시 100여대의 차량 피해가 발생했는데, 수백대의 차량을 취급하는 중고차 딜러 입장에서 전기차를 보관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전기차 무상 점검이 시작된 14일 서울의 한 벤츠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직원이 입고된 전기차를 점검하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최근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차량의 배터리 제조업체를 공개하고 이날부터 전국 75개 공식 서비스센터를 통해 벤츠 전기차에 대한 무상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벤츠코리아가 판매한 모든 전기차다.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외에 CATL 등 다른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도 무상점검을 받을 수 있다. 2024.8.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신차 판매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완성차 업계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내놓으며 전기차 기피 현상 극복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005380)는 최근 전기차 아이오닉 5와 코나 일렉트릭에 각각 최대 200만원 할인+10%, 500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제네시스 GV70도 EV 포함해 전 모델에 최대 5% 할인 혜택을 적용한다.

수입차 업계는 일찌감치 전기차 할인 공세 나섰다. 이달 들어 BMW는 전기차 i7 xDrive 60에 12.7%, iX xDrive 50 스포츠플러스에 12.9%의 할인을 각각 적용하고 있다. 아우디의 전기차 e-트론 55 콰트로·S 콰트로 할인율은 29.5%에 달한다. 9월 할인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할인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미지수다. 국내 완성차 업계 한 딜러는 "기존 전기차 계약 고객에게 차량 생산 일정 안내차 전화하면 대부분 계약을 취소한다"며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안전 문제에 더해 최근 전기차 충전율을 기준으로 지하주차장 이용을 제한하는 등 다양한 규제 방안이 논의되면서 이용 편의성이 줄어드는 것도 전기차 구매 의욕을 줄이고 있다.

수요 둔화로 어려움을 겪었던 업계는 전기차 불신이 장기화할지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할인 공세에 나서더라도 당분간 소비자 불안을 잠재우고 구매 의욕을 일으킬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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