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과 윤심 사이 ‘한동훈의 곡예비행’… 채상병특검법이 변곡점
민심에 부응하면서 당정 갈등 관리 포석
공수처 '채상병 수사' 이후 행보가 포인트
‘당정 갈등 관리와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에게 놓인 대권가도를 위한 ‘미션’은 곡예 비행처럼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문제 등만 봐도 국정 운영에 대한 윤 대통령의 완고함은 만만치 않다. 자칫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은 대통령과 거칠게 충돌할 경우 친윤계의 반격과 보수 분열로 ‘공멸’ 위험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내 건재한 친윤계와 비교해 한 대표를 받쳐주는 당내 세력도 부족한 상태다.
그러나 한 대표가 당정갈등을 의식하는 애매한 태도를 지속해서는 정치적 위기가 찾아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당내 우군을 확보해 여론과 민심을 등에 엎고 윤 대통령을 설득하며 돌파해나가는 모습을 보일 때 한동훈의 시간이 열릴 것이란 전망이다.
아직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한 대표의 정치력에 대해 “더 지켜봐야 한다”며 유보하는 시각이 대세다.
한 대표는 지난 13일 김 전 지사의 복권이 확정되자 “결정된 것이기에 제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알려진 바와 같이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 같다”고 밝혔다. 말을 아끼면서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이다.
친한(친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장동혁 최고위원은 14일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한 대표가 자신의 의사를 간접 표현한 이유에 대해 “많은 당원들이 (김 전 지사 복권을) 반대하고 있는데 ‘당대표가 건강한 당정관계를 위해 국민 목소리를 과감하게 전달한다고 하더니 전달하기는 했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어 그런 지점들을 고려해서 보도가 (되도록) 하거나 공식적인 발언을 자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심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친윤계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절충적인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놓고 “소신있게 돌파해나가야 한다”, “당론은 아니어도 당대표로서 공개적으로 밝혔어야 한다”는 아쉬움과 함께 “아직 소신대로 할 기반이 약해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의 전당대회 공약이었던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도 현재로선 발의가 불투명한 상태다. 야권이 더 센 특검법을 내놓으며 연일 공세를 펴고 있어 여권발(發) 특검을 보태선 안 된다는 당내 기류가 강하다.
한 대표의 정치적 시험대는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가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과 친윤계는 ‘선(先) 수사, 후(後) 특검’ 원칙을 내세우며 수사 결과를 보고도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그때 특검 도입을 검토하자는 입장이다. 한 대표 측도 당초 공수처 수사 종결과 무관하게 발의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제는 발의 시점을 숙의하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을 국민의힘이 선제적으로 발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더불어민주당이 원래 (제기했던 채상병) 수사외압에 이번에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을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그 중에 하나만 쏙 빼서 제3자 특검안을 발의하는 것도 모습이 이상하다”며 “필요하다면 수사대상을 조정하고 특검을 어떻게 추천할지에 대해 논의하는 방식으로 풀어가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은 발의할 시점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많은 공약을 했지만 제3자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이 당정관계 재정립을 의미하는 대표 공약으로 주목받은 만큼, 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 이것이 국민 눈높이에 충분한지, 충분하다고 본다면 야권과 어떻게 싸워나갈지, 부족하다고 본다면 여권 내부를 어떻게 설득하며 벽을 뚫고 나갈지에 대한 한 대표의 판단과 행동이 향후 정치적 미래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지금 한 대표의 모습은 전략적 후퇴 또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일 수 있어 단정하기 어렵다”며 “(채상병 특검법 발의를) 어떻게 해내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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