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유치·복지 인재 양성… ‘글로벌 강소 대학’ 도약 총력 [지방기획]

한현묵 2024. 8.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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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개교 30주년 앞둔 나주대학교
베트남 등 해외 현지 대학과 협약 체결
교환학생·공동학위 과정 등 운영 나서
졸업 후 韓서 취업 가능하게 학사 관리
라이브커머스과 등 2024년 전국 첫 개설
실무 교육 중심 복지 인력 배출도 중점
2024년 신입생 충원율 90%… 4년제比 높아

12일 찾은 전남 나주에 자리한 나주대학교 생활관. 생활관에서 지내는 베트남 한 유학생이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인근 골프장 직원과 면담을 했다. 아르바이트(시간제 취업허가)는 새벽 5시부터 골프장 페어웨이를 정비하는 일로 외국인에게는 낯설고 힘든 작업이다. 하지만 ‘시급 1만2000원’이라는 얘기에 “내일부터 나가겠다”며 적극성을 보였다.

유학생은 주당 25시간 이내에 아르바이트가 가능하고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승인을 받아야 된다. 이런 과정을 마치게 되면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한국어를 배우는 주경야독의 유학생활을 하게 된다. 생활관에 입소한 상당수 유학생은 아르바이트와 학업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코리안 드림’을 실현해 가고 있다.

나주대는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 대학 소멸 위기의 돌파구를 유학생 유치에서 찾고 있다. 단순히 유학생 유치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해 졸업 후 관련 분야에서 일자리를 얻고 지역사회에 정주하도록 돕는 게 목표다. 내년 개교 30주년을 앞둔 나주대는 유학생 인재 양성으로 글로벌 강소 대학의 타이틀을 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주대학교 국제교류처 관계자들이 12일 베트남 하노이시 베소 전문대학을 방문해 교환학생 등 향후 양 대학의 교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나주대 제공
◆유학생 유치로 글로벌 강소 대학 도약

이날 나주대 어학당 교실은 한국어를 배우는 베트남 학생들의 열기로 한낮의 폭염보다 더 뜨거웠다. 올 3월 어학당에 들어온 어학원생 30여명은 9월 수료를 앞두고 한국어능력시험인 토픽(TOPIK) 3급 시험준비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토픽 2급이면 대학 진학이 가능하지만 3급을 따야 원활한 한국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베트남 어학원생 황투항은 “한국어는 쓰기가 너무 어렵다”며 “베트남어와 어순이 달라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지금은 문장 구조는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나주대에 따르면 나주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어학원생은 모두 270명이다. 대개 어학당에서 6개월 과정을 마치면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나주대 유학생은 150명으로 사회산업복지과 등에 다니고 있다. 나주대에 유학생과 어학원생은 모두 420명이다. 올 2학기 400여명을 비롯해 내년까지 1000명을 목표로 유학생과 어학원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나주대는 유학생 유치를 위해 전공과 학사 기준을 고려해 베트남 등 현지 대학과 협약을 맺고 있다. 협약을 통해 교환학생과 공동학위과정을 운영하면서 유학생 유치의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
나주대 유학생 유치의 타깃은 한국과 문화가 비슷하고 국내 기업이 다수 진출해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베트남이다. 베트남 유학생 유치를 전담하는 조직과 인력을 두고 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능통한 베트남 출신 직원 2명을 채용해 유학생과 어학원생의 학습과 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나주대는 유학생을 전문인력으로 양성해 졸업 후 국내에 취업이 가능하도록 학사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의 인력난이 심각한 분야에서 필요한 인재양성을 위해 실무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편성했다. 또 지역의 인력 수요를 고려해 뿌리산업과 조선 관련 산업, 노인돌봄, 외식산업, 제조업 등의 전문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주대는 이공계 유학생을 대상으로 전공 분야의 자격 취득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자격 요건을 갖춘 유학생은 해당 분야의 특정활동(E-7) 체류자격을 얻게 된다. 또 인구 소멸지역 내 사업장에서는 지역우수인재(F-2-R) 유형의 비자를 받을 수 있다.

학교법인 아신학원 김광아 이사장(나주대 설립자)은 “외국 유학생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명문 대학으로 키워가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나주대가 올해 5월 지역민과 함께하는 체육행사를 갖고 있는 모습. 나주대 제공
◆복지특성화 대학… 신입생 충원율 90%

나주대는 개교 이후 줄곧 보건복지 특성화 계획을 수립하고 미래 지향적인 학과를 개설해 산업현장 변화와 요구에 맞는 보건복지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해 왔다. 2000년부터는 산업체와 연계한 주문식 교육을 통해 경쟁력 있는 현장실습교육으로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해왔다. 또 젊고 유능한 교수진을 확보하고 실무 능력 중심의 교육으로 지역사회의 복지체제 구축과 인력양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

여기에 지역사회의 미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학사 개편을 단행했다. 올해 4차 산업혁명의 특성을 반영한 스마트팜 에너지과와 라이브커머스과를 전국 최초로 개설했다. 이들 학과는 실용성과 경쟁력을 갖춰 신입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95년 국내 최초의 환경전문대학으로 출발한 나주대는 교육부의 자연과학대학 특성화 우수대학 등에 선정되면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으로 발전했다. 지속적인 교육 콘텐츠 개발과 e-러닝 교육시스템 확충으로 창의성과 다양성을 갖춘 전문직업인 양성에 나서고 있다. 나주대는 보건복지 전문인력 양성과 평생학습 비전 실현을 위한 교육체제 구축, 일 학습 병행 교육체제로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는 평생직업 전문교육시스템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나주대는 2024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4년제 일반대학보다 높은 90.89%의 신입생 충원율을 기록했다. 다양한 교육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충실한 온라인 교육 시스템, 우수한 콘텐츠 협력의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대 신입생 충원율을 보면 90% 이상 달성한 대학은 전체 58%에 불과하다. 90%가 넘는 신입생 충원율을 기록하면서 나주대는 지역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강소 대학으로 도약할 원동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신입생 충원율이 높은 데는 미래 유망 분야 중심의 새로운 학과와 프로그램 개발이 한몫했다. 다양한 전공과 융합 전공을 통해 학생들의 선택 폭을 넓히고 실습, 인턴십 기회 제공으로 실무 경험을 쌓게 한 것도 도움이 됐다. 학업성취도와 특기, 사회적 기여 등을 고려한 다양한 장학제도 운영은 신입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승창 나주대 학생입학처장은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지역사회 봉사단과 홍보 콘텐츠를 통해 학생들의 활동이 자연스럽게 대학 홍보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기획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번 교명 변경을 시작으로 실생활 위주의 명문 사학으로의 변화를 위해 모든 교직원이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 나주대 총장 “지방 대학 활성화돼야 ‘소멸 위기’ 지역 살아나"
“지방 대학이 살아야 지역 소멸을 막을 수 있습니다.”

나주대학교 김수연(사진) 총장은 12일 가파른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을 살리는 길은 지방 대학의 활성화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학교를 마친 유학생이 인구 소멸지역에서 일자리를 잡고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저출생과 인구 고령화가 심각한 전남에서는 유학생이 인구를 늘리는 가장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우수인재(F-2-R) 비자와 관련해 김 총장은 “전남의 지자체가 지방 대학에서 졸업한 유학생을 지역으로 유입하는 통로로 이 비자를 활용하면 좋다”며 “지자체가 유학생의 등록금 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을 유치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 총장은 “연학과 창의, 봉사의 건학 이념을 되새기고 지역, 지역민과 함께하기 위해 교명을 고구려대에서 나주대로 바꿨다”고 소개했다. 이어 “올 5월에는 총학생회가 나주시민들과 함께 운동회와 바자회를 개최해 화합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앞으로 파크골프 대회와 시민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나주대는 글로벌 직업전문인 양성의 산실이었던 고구려대의 전통을 이어받아 국내를 넘어 국제적인 우수 전문대학으로 발돋움하는 전기를 마련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지역과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성화 인력 양성과 관련해 그는 “올해 취임한 후 스마트팜에너지과와 라이브커머스과를 신설했다”며 “스마트팜은 젊은 층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데 귀농, 인구 유입의 효과가 있다”고 기대했다. 특히 스마트팜 농업은 젊은 은퇴자들에게 적합한 전공 과정이라는 게 그의 소신 중 하나다.

김 총장은 “라이브커머스과는 사회적 트렌드 변화에 맞춰 전국 최초로 개설한 학과”라며 “학교 특성상 성인 학습자의 재학생들이 많지만 이들의 열정은 젊은 층과 비교해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역에서 대학의 역할에 대해서는 “우리 지역을 보면 산업과 기반 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라며 “나주대와 나주시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핵심시설을 찾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나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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