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뜯어보기] 반도체 팹리스 실적 의구심 커졌다… 아이언디바이스 ‘상장 지연’

배동주 기자 2024. 8.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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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용 반도체 팹리스社
올해 매출 추정치 150억원
반기 매출은 45억원 불과
”신고서 정정 계속될 수도”

오디오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 아이언디바이스의 코스닥시장 상장 일정이 뒤로 밀렸다.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승인 10여일 만인 지난달 10일 증권신고서를 제출, 이달 중 상장을 목표했지만, 수요예측 등 공모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파두 사태 후 기술특례상장 기업을 향한 금융당국의 깐깐한 심사가 일정 지연으로 이어졌다. 특히 아이언디바이스는 파두와 같은 반도체 팹리스 기업으로, 올해 매출 추정에서부터 괴리율이 발생했다. 내달 상장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이언디바이스 CI.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이언디바이스의 상장 시점은 9월로 한차례 연기됐다. 정정 증권신고서 제출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였던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이 이달 19일부터로 20일 가까이 밀렸다. 공모주 배정공고일은 내달 2일로 잡혔다.

아이언디바이스는 당초 8월 내 상장을 목표했다. 공모주 시장 열기가 시간이 갈수록 식고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2월 27일 상장예비심사 청구 4개월 만인 지난 6월 심사 승인 결과가 나오자 10여일 만인 7월 10일 곧장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회사는 공모구조도 시장 친화적으로 짰다. 총 공모주식 수 300만주를 전량 신주로 모집한다.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로는 4900원에서 5700원을 제시했다.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 모집 금액은 171억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8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시장에선 당초 아이언디바이스가 상장 후 시총으로 1000억원 이상을 꺼내들 것으로 봤다. 글로벌 유력 스마트폰 업체에 오디오앰프 칩 스마트파워앰프를 납품하는 국내 유일의 오디오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올라서서다. 경쟁사로는 미국의 시러스로직과 텍사스트인스트루먼트가 꼽힌다.

그러나 아이언디바이스는 상장 주관사인 대신증권과 비교그룹을 모두 국내 기업으로 한정했다. 반도체 팹리스 기업마저 모두 제외하고 전자집적회로와 반도체소자를 만드는 LX세미콘, 제주반도체, 동운아나텍, 텔레칩스 등 4곳의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을 활용했다.

다만 미래 실적 추정에서 발목 잡혔다. 아이언디바이스는 이익미실현 기술특례상장 추진 기업이다. 상장 후 시총 800억원을 2년 뒤인 2026년 당기순이익 추정치 139억원에 기반해 산정했다. 구체적으로 현가 할인율 35% 적용 후 비교기업의 PER 평균 16.55배를 적용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실적 추정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적 추정의 근거가 수주 물량이 아닌 탓이다. 아이언디바이스는 주관사와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용 스마트파워앰프 시장 규모 추정치에 고객사 점유율 가정과 공급 가능성이라는 변수를 활용해 실적을 추산했다.

구체적으로 아이언디바이스는 전 세계 스마트파워앰프 시장 규모가 올해 1조6781억원에서 2026년 2조1275억원으로 매년 8%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현재 3곳인 고객사를 7곳으로 늘리고 1% 수준인 시장 점유율을 2026년 2%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이언디바이스 제품군. /아이언디바이스 홈페이지

회사 측은 “동사가 속한 산업의 특성상 전방제품의 시장수요에 따라 부품공급량이 정해지기 때문에, 계약에 의한 수주물량이 정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지만, 매출 추정은 처음부터 빗나갔다. 올해 150억원 매출을 예정했지만, 상반기까지 매출은 45억원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아이언디바이스는 올해 약 150억원 매출을 추정치로 제시했는데 상반기까지 4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쳤다. 이는 아이언디바이스가 제시한 매출 추정치의 3분의 1 수준이다. 추정 매출 달성을 위해서는 하반기 상반기 매출의 두배 이상을 올려야 한다.

업계에선 아이언디바이스의 9월 상장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연간 예상 매출 1200억원을 제시했지만, 2분기와 3분기 각각 5900만원, 3억원 수준 매출을 내는 데 그치며 뻥튀기 상장 논란을 빚은 파두 사태 이후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심사가 깐깐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언디바이스는 파두와 같은 반도체 팹리스 업체로 실적 추정이 쉽지 않다. 팹리스 업체는 고객사의 수요에 따라 공급이 이루어지는 데, 예상한 수량 대비 실제 수요가 적거나 타 공급사의 공급 비중이 더 높아질 경우 실적 추정치를 하회하는 결과를 받아들 수밖에 없다.

아이언디바이스는 실적 성장을 증명해 팹리스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는다는 방침이다. 스마트폰 패널 칩셋 전문 반도체 팹리스 기업 아나패스와 같이 꾸준한 실적 개선을 이루는 곳이 있지만, 파두 사태 후 산업 전반으로의 투자자 외면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언디바이스는 금감원 지적으로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면서도 실적 추정 방식의 설명을 추가했을 뿐 실적 추정치 자체는 손대지 않았다”면서 “증권신고서 재정정 가능성이 남아있는 셈으로, 9월 초 상장 계획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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