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 원사 남아공 공장 세워 日 독과점 추격, 세계 2위 도약”
흑인 여성에게 화학 물질로 만든 합성 가발은 옷, 음식과 같은 필수품이다. 머리카락이 최대 5~10㎝밖에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경제력이 풍부한 흑인 여성은 사람 머리카락인 인모(人毛)로 만든 가발을 많이 쓴다. 반면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대다수 흑인 여성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합성 가발을 주로 사용한다. 폴라리스우노는 아프리카에 현지법인을 둔 합성 가발 원사 세계 2위 한국 업체다. 폴라리스우노는 합성 가발에 들어가는 가발용 원사를 만들어 현지 가발 업체에 판매하고 있다. 최용성 폴라리스우노 대표는 6월 17일 인터뷰에서 “1999년 일본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는 합성 가발용 원사 시장에 진출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폴라리스우노를 알렸다”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 현지법인 ‘우노파이버’를 설립한 후 세계 시장점유율 2위로 도약했다”라고 했다. 최 대표는 “아프리카에 생산 시설을 만들지 않는 경쟁사와 달리 폴라리스우노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현지에 원사 공장을 만들어 원사 공급 기간을 줄이는 동시에 고객사 재고 부담을 낮췄다” 라며 “고객사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공급 체계가 매출 증가로 연결됐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프리카 진출 계기는.
“1999년 합성 가발 원사 시장에 진출한 후 일본 업체들이 과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좋은 품질로 미국 시장에는 성공적으로 진출했지만, 추가적인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인구의 절반이 흑인 여성인 아프리카 시장에 주목했다. 아프리카는 열악한 경제 상황으로 가발용 원사 구매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진출한 2013년 당시에도 아프리카 인구는 10억 명에 달했고, 국내총생산(GDP)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가발용 원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아프리카 가발용 원사 시장은 일본 업체들이 이미 장악하고 있었다. 일본 업체들은 아프리카의 불안한 정치 및 치안 상황, 부족한 인프라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아프리카에 생산 시설을 만들지 않고 외부에서 제품을 들여왔다. 일본에서 생산한 가발용 원사가 아프리카 현지 가발 공장에 도착하는 데 약 2개월이 걸린 것이다. 폴라리스우노는 리스크는 있지만 원사 공급 기간을 줄이는 동시에 고객사의 재고 부담을 낮출 수 있는 현지 공장을 설립하기로 하고 가발 원사 공장을 세웠다.”
아프리카에 진출하기 전 어떤 노력을 했나.
“합성섬유 제조는 24시간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아프리카 지역 중 전력 공급이 비교적 안정적이면서 여러 아프리카 국가로 쉽게 수출을 할 수 있는 곳을 우선으로 고려해 남아공으로 정했다. 이후 코트라(KOTRA) 남아공 무역관을 통해 법인 설립 절차, 세금 상황, 주요 정책 및 규제, 인건비, 물류 상황 등의 정보를 얻었다. 실무자를 6개월가량 파견해 법인 설립, 공장입지 선정 등의 업무를 진행했다. 현지에서 직접 부딪히면서 느끼고, 발로 뛰면서 얻은 정보가 큰 도움이 됐다. 한국교민단체(한인회)를 통해 믿을 수 있는 현지 회계사와 부동산 중개인을 추천받을 수 있었다.”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아프리카 시장의 특징은.
“아프리카에는 54개 국가가 있고, 국가마다 다른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확인하기도 어렵고, 비교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할 때는 각국 정부의 정책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잘 이해해야 한다. 폴라리스우노가 진출한 남아공의 경우 1994년 이전까지 인종차별을 겪은 국가다. 흑인 정부 수립 이후 남아공 흑인에 대한 우대 정책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게 흑인 권한 확대 정책(BEE)이다. 남아공에 투자할 해외 기업은 반드시 BEE를 이해하고, BEE 이행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BEE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사업 면허 획득, 정부 입찰 참가 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른 아프리카국가에서도 비슷한 정책이 있을 수 있다.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나 정책이 있으니 진출 시 확인은 필수다.”
아프리카에서 바라보는 한국과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가.
“아프리카 사람에게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한국 기업은 선도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한국 제품은 다른 나라 업체와 다르다’ ‘다른 나라 업체들이 갖고 있지 않은 제품을 한국 업체는 갖고 있다’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많은 한국 기업이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차별화를 넘어 흑인 소비자의 취향과 기호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적절히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 제품은 그런 부분에서 장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에 실질적인 조언을 한다면.
“기본적인 아프리카 관련 투자 정보는 한국 정부 기관을 통해서 사전에 조사할 수 있다. 반면 실질적인 현지 정보는 현지에 진출해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 기업을 통해 노하우와 정보를 얻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아프리카는 다소 투명하지 않은 행정이 있을 수 있다.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의 증가를 막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추천받아 행정을 처리하고 사업 활동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가 외환 변동에 매우 취약하다. 환율 변동에 대한 위험적인 부분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의 경우 해당 기관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세제 혜택을 청구할 경우 필요한 자료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최근 아프리카 시장을 떠나는 다국적기업도 있던데.
“아프리카 국가의 경우 여전히 정치,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 유럽 열강의 식민지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1000개 넘는 민족과 54개 국가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제성장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이런 문제로 경제활동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폴라리스우노는 현지 주재원들과 상시 논의하며 정세 불안 등의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대책도 수시로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향후 아프리카 사업 목표는.
“자기 머리카락과 땋아서 이어 붙이는 브레이드(BRAID) 제품에서는 일본 업체가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 폴라리스우노는 흑인 여성이 선호하는 가벼우면서도 잘 땋아지는 원사를 개발해 브레이드 제품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차별화된 원사 개발과 공급으로 아프리카 브레이드 제품 시장에서 일본 업체를 뛰어 넘는 기업으로 만들어 나가겠다. 아프리카에서 가발을 만드는 업체들은 폴라리스우노를 잘 알고 있지만, 가발을 실제로 착용하는 소비자는 원사를 누가 만드는지 잘 알지 못한다. 앞으로는 아프리카 소비자에게 폴라리스우노 원사의 특징을 알릴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려고 한다. 우리가 쓰는 가발용 원사가 한국 업체가 만든 것이고, 나중에는 한국 업체인 ‘폴라리스우노의 원사’로 만든 가발을 골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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