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우리 이사 가요"... 전기차 많은 거주지 우려↑

박찬규 기자 2024. 8. 15.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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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시설 옮기는 것보다 지하주차장 안전 확보가 우선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진입을 막는 곳이 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가 '전기차 포비아'(공포증)로 확산하면서 전기차를 타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이가 늘고 있다. 혹시나 불이 나면 다른 차와 시설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 대책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겨야 한다는 업계 일각의 주장이 관심을 모으기도 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탁상행정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된 최근 전기차 화재는 '지하주차장'이라는 특수한 공간 구조 탓에 피해를 키웠다. 천장 높이 제한 탓에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했고, 다닥다닥 붙어 주차된 차가 함께 불타고 있어 각종 소방 장비 설치도 타이밍을 놓쳤다.

이에 업계 일각에선 충전시설 자체를 지상에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화재 진압이 어려운 만큼 충전시설을 지상에 설치함으로써 위험 요소를 줄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인 문제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아파트'라는 공동 주거문화가 자리 잡았고 신축 단지의 경우 지상에 차량 통행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설계한 경우가 많아서다. 게다가 지상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더라도 전력선 공사부터 별도로 해야 하는 등 막대한 비용 부담도 뒤따른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 공간을 주차 공간과 동일시한 탓에 이 같은 오류를 범하게 된다"며 "당장은 문제가 없더라도 앞으로 전기차 수가 늘어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도 충전 공간을 옮기는 데 대해 부정적 시각을 보인다. 소방청 자료를 보면 지난 3년(2020~2023년) 전기차 충전 중 화재는 18.7%였지만 단순 주차 중 사고는 25.9%나 되기 때문.

지난 12일 범부처 차원의 긴급 관계부처 회의가 진행됐고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과충전 방지안, 지하주차장 안전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됐다. 13일에는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환경부, 국토부, 산업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2차 긴급회의가 진행됐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엔 대부분 완속충전기가 설치됐다. /사진=뉴스1
현재 전기차 충전기의 98% 이상을 차지하는 완속충전기는 급속충전기와 달리 충전기 자체에서 과충전을 막을 수 있는 전력선통신(PLC) 모뎀이 장착돼 있지 않다. 이를 통신 기능 장착 제품으로 전환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여건 상 신축 아파트 등 일부 시설에선 지상에 주차 공간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이전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를 더 촘촘하게 설치하고 반응속도를 높이는 방안 등이 검토됐다.

소방학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소방학회 용역 결과 발표 세미나에서도 지하시설에 스프링클러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며 "지하주차장 단열재 등에 대한 기준도 과거와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도 이슈에 대응하며 발 빠르게 움직였지만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송언석 의원(국민의힘, 경북 김천시)은 주차장 전기차 충전기의 화재에 대응하기 위한 '주차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이달 초 대표발의하며 첫 발을 내디뎠다.

법조계 관계자는 "해당 법안부터 우선 통과돼야 주차장 시설 개선에 대한 지원 등 추가 법안 발의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게다가 현재 주차장 안전 부분은 기획재정부가 아닌 행정안전부 소관이어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9일 충전량을 90%로 제한한 전기차만 지하주차장진입을 권고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전기차 화재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에선 충전량 제한한 차만 주차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여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에너지의 총 양을 줄이면 화재 규모를 줄일 수 있는 점엔 공감한다.

최영석 차지인 대표는 "전기차 화재는 운행 중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모든 장치가 작동하고 사용하는 에너지도 많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모든 화재가 배터리 때문만은 아니고 블랙박스나 램프류 등 다른 장치에 의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안전을 위해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야 하는데 충전량을 제한하는 것은 자동차에 소화기를 비치하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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