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기 "여기 왜 나오신 거냐"…이진숙 "증인으로 불러서"

배한님 기자 2024. 8. 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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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방송장악 2차 청문회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방송장악 2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회 탄핵 의결로 직무정지 중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열린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 대해 "저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 중이라 제 직무와 관련해서는 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방통위 전체회의 내용은 위원회 의결이 필요해 밝힐 수 없다는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 겸 위원장 직무대행과 사실상 같은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 등 불법적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공영방송 이사 선임 의결에 대해 "법과 원칙과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선임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인 선임 과정에 대해서는 탄핵 심판을 이유로 들며 "직무와 관련된 것이어서 답변하기 어렵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취임 당일 곧바로 의결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방문진(이사)의 경우 임기가 12일 만료로 예정돼 저희가 부여받은 임무를 한 것"이라면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이 탄핵의 사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에서 (야당이) 취임하자마자 탄핵할 것이라고 봤다"며 취임일에 의결한 이유를 설명했다.

위원장 취임 직후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의결한 것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충분한 서류 검토가 없이 '누군가의 오더(지시)로 형식적 투표를 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누가 오더했다는 말은 굉장히 모욕적이다"고 답했다.

답변 과정에서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인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이 탄핵 심판을 이유로 "답변하기 어렵다"는 말을 반복하자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기 왜 나오신 거냐 오늘"이라고 질문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몇몇 동물들은 더 평등하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며 "탄핵 중인 저를 증인으로 불러 (나왔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에 최민희 과방위 위원장은 "지금 여기가 동물농장이라고 이야기하는 거냐"며 "말조심하라"고 경고했다.

한편, 과방위는 권한 없음을 이유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 대해 증언하지 않은 김태규 직무대행을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라 고발했다. 최 위원장은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김 직무대행은 "권한이 없다고 말씀드렸지, 거부한다고 말씀드린 적 없다"고 항변했다.


김태규 "MBC 이사 선임 과정, 위원회가 답해야…나는 위원일 뿐"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불법적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직무대행이 지난달 31일 열린 공영방송 이사 선임 관련 회의에 대해 공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방통위 전체회의 내용은 위원회 의결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는 지난 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밝힌 입장과 동일하다.

김 직무대행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 등 불법적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공영방송 이사 선임 세부 의결 과정에 대해 "비공개 회의 중에 있었던 내용은 위원회가 대답을 해야 하는 부분이고, 저는 위원회가 아닌 위원에 지나지 않는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앞서 방통위는 이 위원장 취임 당일인 지난달 31일 오후 비공개 회의를 열고 투표를 거쳐 KBS와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선임을 의결했다.

야당 의원들은 의결 당시 7~8차례 투표로 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이 어땠는지, 83명의 공영방송 이사 지원자에 대한 개별적 평가와 심의가 있었는지, 심의가 충분했는지 등에 대해 질의했다. 그러나 김 직무대행은 "회의 중 있었던 일이고 비공개 회의 내용이기 때문에 제가 답변할 수 없다"며 "위원회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구성 분자에 지나지 않는 위원인 나는 답변할 권한이 없다"고 반복했다.

김 직무대행과 야당 의원들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의 불법성을 놓고 언쟁을 멈추지 않았다. 야당이 방통위 2인 체제에서 충분한 심의 없이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한 것이 '방송 장악'이라고 지적하자 김 직무대행은 "임기가 끝나 새 기관을 구성하는 것을 두고 불법 방송장악이라 표현한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방송장악이라는 주장을 계속하는 것은 역으로 노영방송 수호를 위한 정권장악, 국정장악"이라고 반박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 직무대행이 취임한 직후 공영방송 이사선임을 한 것을 놓고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장악 쿠데타'라고 명명하자 김 직무대행은 "정상적 기구 구성을 위한 저희들의 노력에 대해 그런 표현이 붙는다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직무대행은 서울행정법원이 오는 26일까지 방통위가 선임한 방문진 차기 이사 임명 효력을 정지한 것에 대해 "절차적인 것"이라며 "잘잘못을 평가할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김 직무대행은 이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 국회가 방통위 위원을 추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방통위가 5인 체제였다면 우리가 논의하는 이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 논란 관련) 수많은 절차를 더불어민주당 추천 방통위 위원 두 분과 충분히 살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치적 고려 없이 하나의 부처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국회든 정부든 서로 협조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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