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맞는 추경호, "조용한 카리스마"…당정 관계 중재 역할에 긍정 평가

이승재 기자 2024. 8.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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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국면서 '단일대오' 끌어내
윤·한 갈등 와중 가교 역할도 좋은 점수
"합리적 스타일로 당 안정에 기여" 평가
사라진 협치에 우려…민생 현안 성과 과제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08.13.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승재 하지현 한재혁 기자 = 22대 국회 여당의 첫 원내사령탑에 오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오는 16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4.10 총선 참패 이후 여소야대 국면을 맞이한 상황에서 '단일대오'를 이끌어낸 것은 추 원내대표의 성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사이의 중재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당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정책위의장 임명을 둘러싸고 벌어진 한 대표와 갈등 국면도 특유의 온화한 성품과 소통 능력으로 무난히 넘겼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제는 여당 원내사령탑으로서 협상력을 발휘해 필요한 민생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등 성과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수 야당 '단일대오' 지켜낸 원내사령탑

추 원내대표는 지난 5월 9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 가운데 70명으로부터 표를 받아 당선됐다. 다른 후보들과 압도적인 표 차이를 보였다.

당시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있었고, 추 원내대표는 취임과 함께 표 단속에 몰두했다. 21대 국회 막바지였기 때문에 낙선·낙천자들을 중심으로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일부 의원은 공개적으로 부결 당론에 따르지 않겠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거대 야당을 상대해 첫 단추를 잘 꿰야하는 상황이었다. 초반부터 주도권을 뺏기면 22대 국회에서 거대 야당의 탄핵과 특검 공세를 막아내기가 어려워질 수 있고, 이 경우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추 원내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108명의 단일대오가 흐트러지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추 원내대표는 단일대오를 지켜냈다. 현재까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법안은 모두 폐기됐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6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2024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를 마친 김상욱 의원을 격려하고 있다. 2024.08.02. suncho21@newsis.com


일각에서는 야당과의 협치가 사라진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실제로 22대 국회가 개원한지 두 달이 훌쩍 흘렀지만 여야 합의를 통해 통과시킨 법안은 없다. 오는 28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비쟁점 법안을 처리하자고 구두로 합의했을 뿐이다.

최근에는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활용해 야당의 입법 공세에 대응했지만, 이에 대한 불만도 존재한다.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 방안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한 중진 의원은 "뚜렷한 전략이 없는 것이고, 그것이 현 원내지도부의 수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앞으로 추 원내대표가 풀어가야 할 숙제다.

한 친윤계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야당의 입법 독주를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 원내지도부의 고민이 컸을 것"이라며 "그런 과정에서 필리버스터나 의원총회, 대국민보고, 결의대회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려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TK(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통화에서 "워낙 어려운 시기였다. 추 원내대표 본인도 굉장히 전투력이 있었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의원들이 밀어주고 있으니 더 소신 있게 갔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08.13. 20hwan@newsis.com

당정관계 가교 역할

추 원내대표 취임 당시 당내에서는 총선 패배 원인으로 꼽히는 수직적 당정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정리할 적임자로서 원내 지휘봉을 잡았다. 당내 주류인 영남권 의원이면서도 친윤(친윤석열)계 색채가 비교적 옅은 의원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한동훈 대표 취임 이후에도 이러한 역할론은 이어졌다. 특히, 윤·한 갈등의 불씨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를 중재할 수 있는 가교로서 추 원내대표가 필요했고, 지금까지는 이를 적절히 조율하고 있다는 평가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당 지도부와 원내대표단 사이에 큰 엇박자도 나지 않고 있다.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 격인 정책위의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지만, 이후에는 안정적으로 당이 운영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초선모임 대표인 김대식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추 원내대표는 조용한 카리스마가 있다. 새 지도부 체제에서 의원들과 당대표 간 중재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총리까지 했으니 정부와 당 사이도 조율을 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친한계 초선인 정성국 의원도 통화에서 "추 원내대표는 어떤 쪽으로 각을 세울 분이 아니다. 대통령실과 한 대표 사이에서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실 분"이라며 "평소에 가치관이나 소신을 보면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주셨다"고 전했다.

한 지도부 소속 인사는 "추 원내대표를 친윤이라고 하지만 대놓고 불합리한 주장에 '성은이 망극하다'며 달려가는 분은 아니지 않나"라며 "합리적인 분이고 친소 관계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낼 수 있는 관계"라고 했다.

다만 여당 원내대표로서 이제 성과를 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는 지적은 나온다. 한 의원은 "여당이 의석 수가 적다는 핑계로 야당처럼 투쟁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거대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민생 현안 등을 처리하는 실적을 내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왼쪽)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사태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4.08.06. suncho21@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russa@newsis.com, judyha@newsis.com, saebye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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