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영한 (11) 신학 연구하며 “먼저 하나님 나라와 그의~” 말씀 체감

양민경 2024. 8. 15.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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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유산이 곳곳에 있는 독일로 유학을 가보니 자유주의 신학만 있는 건 아니었다.

내가 공부한 하이델베르크대 신학부에는 에드문트 슐링크 등 세계적 루터교 신학자들이 있었다.

하이델베르크대 신학부 교수 알브레히트 페터스, 마르부르크대 신학부 교수 카를 라초는 독일 루터교 목사요 세계적 조직신학자였다.

신학을 연구하면서 내 인생 좌우명이기도 한 "먼저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 6:33)는 말씀을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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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배우기 위해 철학 전공 선택 후
세계적 철학·신학자 가르침 받으며 감명
마음에 드는 신학 교수 찾아 다니기도
김영한(왼쪽 두 번째) 기독교학술원장이 1975년 유럽 선교차 독일 하이델베르크를 방문한 김창인 충현교회 목사와 하이델베르크성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독일 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하이델베르크 한인교회 성도들도 함께했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유산이 곳곳에 있는 독일로 유학을 가보니 자유주의 신학만 있는 건 아니었다. 내가 공부한 하이델베르크대 신학부에는 에드문트 슐링크 등 세계적 루터교 신학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정통 신앙을 견지한 경건한 신학자였다. 종교개혁 신앙을 지니고 이곳 신학부에서 묵묵히 공부하고 섬기는 교수와 목회자, 신앙인들을 만났다. 하이델베르크대 신학부 교수 알브레히트 페터스, 마르부르크대 신학부 교수 카를 라초는 독일 루터교 목사요 세계적 조직신학자였다. 이들은 기도하는 학자로서, 먼저 성경 본문과 해설을 읽고 기도한 뒤 강의를 시작했다.

나는 먼저 주전공인 철학부에서 논문을 써 지도교수에게 학문적 검증을 받으려고 노력했다. 나를 지도한 헨리히 교수는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정상급 학자였다.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있어 그와 상담하려면 줄을 서서 오래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헨리히 교수의 연구 분야는 칸트와 헤겔에 이르는 독일 관념철학과 윤리학이었고 나는 후설의 현상학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내 연구 의도를 존중해주며 논문을 읽고 격려해줬다. 이런 분을 만난 것이 은혜였다.

신학을 배우기 위한 방법으로 전공을 철학으로 선택한지라 철학보다 신학부 강의에 더 관심이 갔다. 신학 분야에서 마음에 드는 교수를 찾으려 이리저리 쫓아다니기도 했다. 하이델베르크대 신학부는 구약학이 특히 유명했다. 독일 내 정상급 구약학자인 게르하르트 폰 라트나 클라우스 베스터만, 한스 월터 울프 같은 학자들에게는 수많은 학생이 몰렸다. 독일의 성경 비판적 분위기에 비춰볼 때 이들 신학은 성경에 입각했을 뿐 아니라 교회 친화적이었다. 조직신학부에서는 루터교 정통주의 신학자 슐링크와 페터스 교수가 마음에 들었다. 페터스는 교수로 오기 전 지역교회 목회를 했던 경건한 학자였다. 그의 부인도 신학을 전공했고 학생을 돌보는 신앙과 섬세한 사랑을 지닌 지성적 여성으로 기억한다.

1975년 마르부르크로 가서 라초 교수의 종교개혁 세미나도 참가했다. 라초 교수의 박사후보생 세미나였다. 이곳에서는 칼 바르트의 ‘교회교의학’를 읽고 토론했다. 내가 바르트 신학의 비역사성을 비판하자 처음에는 듣고만 있던 독일 동료들이 나중에는 점잖게 “당신이 비판하는 바르트가 나치 시절 해임당하고 그리스도 때문에 고통당한 신학자”라고 말했다. 바르트 신학의 긍정적 측면을 밝힌 이들의 말은 바른 지적이었다.

페터스 교수는 라초 교수와 함께 종교개혁 신학을 새롭게 해석하는 데 앞장서고 있었다. 이들은 바르트와 파울 알트하우스 등이 주창한 현대신학을 소개하고 종교개혁 신학의 관점에서 이를 비판하는 작업을 했다. 신학을 연구하면서 내 인생 좌우명이기도 한 “먼저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 6:33)는 말씀을 체감할 수 있었다. 기독교 신앙의 본질은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삶이라는 것이 절실히 느껴졌다. 하나님 나라는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이 통치하는 나라다. 하나님의 의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으로 이뤄지는 정의로운 은혜다. ‘하나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것’이 삶의 우선순위가 될 때 부차적인 것은 더해준다는 약속이요 교훈이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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