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 제재 취소… 법원, 6년 만에 1심 판결

김자현 기자 2024. 8. 15.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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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며 2018년 금융 당국이 내린 제재를 전부 취소해야 한다는 첫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제재가 이뤄진 지 5년 9개월 만에 나온 1심 판결이다.

금융 당국 처분이 발단이 돼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계부정 등 혐의로 기소됐지만, 올 2월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이 행정소송에서도 유사한 판결을 내리면서 이 회장의 항소심 재판에 영향을 미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등을 상대로 낸 시정요구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내린 (제재 및 과징금 등)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금융감독원은 2011년 설립 이후 적자를 이어가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 상장 직전인 2015년 1조9000억 원의 흑자를 내는 과정에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고 회계 처리 방식을 ‘지분법’으로 바꿔 자산 가치를 4조5000억 원가량 부풀렸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증선위와 금융위도 대표이사·임원 해임 권고 및 과징금 80억 원 등 제재를 결정했다.

증선위 고발과 검찰 조사를 거쳐 자본시장법 위반 등 19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회장은 올 2월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회계부정 수사’ 발단 된 제재 취소… 이재용 2심 내년 1월 결론

‘삼바’ 제재 취소
당국 “삼바, 합작사 분식 회계” 제재… 법원 “재량권 범위내 회계처리” 판단
이재용 ‘회계부정’ 1심서 전부 무죄… 항소심, 5차례 공판후 판결 예정

재판부는 우선 2012∼2014년 재무제표가 분식회계라는 증선위 판단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지배하면서 이를 종속기업으로 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은 회계부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 법원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 처리 정당”

재판부는 “합작투자 자체로 공동 지배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바이오젠의 콜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 등을 살 수 있는 권리)이 ‘실질적 권리’에 해당해 지배력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2014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 지배했다고 보아 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하여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은 ‘원칙 중심 회계 기준’ 아래에서 재량권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금융당국의 제재도 모두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각 처분은 사실상 일체의 처분으로 이뤄졌고 위법한 회계 처리에 대한 제재 등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서로 불가분적 관계여서 제재를 전부 취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처분은 기초가 되는 사실을 일부 오인했거나 위반 내용과 제재 수준 사이의 이익형량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 처리로 관련 자산과 자기자본을 일부 부풀린 점은 인정했다.

금감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판결문을 입수하는 대로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대한 내용을 분석해 금융위에 항소 여부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 이재용 2심, 5번 공판 뒤 내년 1월 선고

앞서 금감원은 2011년부터 적자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6년 코스피 상장 직전 회계 처리가 변경되면서 1조9000억 원의 흑자를 낸 것과 관련해 ‘고의적 분식회계’로 판단하고 2018년 5월 중징계를 의결했다. 증선위와 금융위원회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행위를 분식회계로 보고 같은 해 11월 과징금 80억 원 부과 등의 처분을 내렸다.

증선위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2년여간 수사를 벌여 2020년 9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기소 3년 5개월 만인 올해 2월 5일 이 회장의 19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던 상황 등을 고려하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 처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회장의 1심은 총 107회 재판이 진행됐고, 이 회장은 법원에 96회 출석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마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이 회장 항소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항소심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5번의 공판기일을 진행한 뒤 내년 1월 27일 판결을 내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다음 달 30일 첫 정식 공판에서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등이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1심 판단과 관련한 증거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10월 14일에는 회계 부정 부분을, 10월 28일과 11월 11일에는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을 각각 심리한 뒤 11월 25일 결심공판을 열고 검찰 구형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하게 된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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