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벤츠 화재가 불러온 '포비아'…전기차 화재 '오해와 진실'

김태환 2024. 8. 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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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열폭주' 맞지만 대규모 화재는 내연기관차도 발생
한국산 배터리도 화재 위험 있어…BMS 시스템 결함도 문제

8일 오전 인천 서구 당하동 자동차 공업소에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가 옮겨지고 있다. 이날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벤츠 등 관계기관이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뉴시스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근 인천 청라지구 지하주차장 대규모 화재로 인해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는 가운데 과도한 공포심리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의 경우 한번 불이 붙으면 진화가 쉽지 않은 '열폭주'가 나타나긴 하지만, 최근 인천 지하주차장 대규모 화재는 내연기관차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중국산 배터리 사용에 대한 비판이 크지만 한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도 배터리 셀에 손상이 있으면 충분히 불이 붙을 수 있다. <더팩트>가 최근 전기차 화재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문답식으로 정리해 봤다.

Q1. 전기차는 정말 불이 자주 나는가?

A. 내연기관차와 비교했을 때 오히려 화재 비율은 낮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차량 1만대당 화재 건수는 전기차 1.3건, 내연기관차는 1.9건으로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의 화재 비율이 높다. 다만 전기차의 화재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18년에는 자동차 1만대당 화재 건수가 전기차 0.4건, 내연차 2.2건이었다.

지하주차장 화재만 따져봐도 전기차의 화재 비중은 낮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건물 지하 전기차 화재안전 진단 및 안전대책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13∼2022년 국내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1399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자동차에서 발생한 화재는 611건으로 43.7%였고, 전기차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된 사례는 24건이었다. 전체 지하주차장 자동차 화재 중 전기차 화재의 비중은 3.9% 수준으로 나머지 96.1%는 내연기관차인 셈이다.

Q2. 인천 청라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대규모 화재는 전기차라서 피해 규모가 더 커진 것인가?

A. 꼭 그렇지는 않다. 내연기관차의 경우도 인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화재와 버금가는 수준의 대규모 화재 사례가 빈번하다. 실제 인천 청라지구 전기차 화재 역시 벤츠 EQE 전기차 양옆 차는 모두 전소됐지만, 그 다음 칸 차로는 불이 옮겨붙지 않았다. 사실상 양옆 차까지만 불이 번진 것인데, 전기차가 있었던 주차공간 복도를 뛰어넘어 건너편 차량들이 수십대 전소됐다. 피해가 커진 곳은 정작 엉뚱한 곳인 셈인데, 이는 전기차에서 직접 불이 옮겨붙은 것이 아니라 아파트 배관 보온재 등을 타고 불이 복도 너머까지 옮겨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하 주차장 화재가 대규모 화재로 확대되는 것은 스프링클러 미작동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8명의 사상자를 낸 2022년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주차장 화재는 시동을 켠 채 정차 중이던 1톤 화물차가 매연 저감 장치에서 일어난 고열로 인해 배기구가 과열되면서 주변의 종이 상자에 불이 붙은 것이 원인이며, 당시 화재 수신기가 꺼져 있어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지난 2021년 천안 주상복합 지하주차장에서 차량 666대가 전소된 화재 사고에서는 LPG 가스통이 폭발한 것이 원인이었는데,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피해 규모가 더욱 확산된 것으로 밝혀졌다.

Q3. 전기차가 불을 끄기 어려운 것은 맞지 않나?

A. 맞다. 전기차 배터리는 한번 불이 붙으면 주변 온도가 급격히 오르는 '열폭주' 현상이 나타난다. 열폭주가 일어나면 차량이 전소될 때까지 화재가 이어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차 화재는 1시간 안에 진압할 수 있지만, 전기차는 7~8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진압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전기차를 물에 빠뜨려 불을 끄는 '소화 수조', 이불처럼 차를 덮어 공기를 차단하는 '질식 소화포' 등을 활용하면 충분히 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Q4. 벤츠 EQE 차량의 배터리가 저품질 '중국산'이라서 불이 난 것인가?

A. 중국산이든 한국산이든 리튬이온 배터리라면 언제든 화재의 우려가 있다. 실제 기아 EV6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인 SK온의 배터리를 탑재했는데, 최근 충북 금산의 한 공영주차타워에서 불이 난 사례가 있다. 같은 회사의 배터리를 장착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도 지난해 사고 이후 화재가 크게 나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중국 업체와 비교해 업력이 길고 특허 출원 등 기술력 측면에서 뛰어난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것은 자동차 회사가 요구하는 스펙과 안전성 기준을 통과했기 때문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자동차 업체의 기준이 깐깐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라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을 갖춘 업체인 것이며, 외부 충격이나 제조 불량, 설계 결함 등이 나타나면 중국산이든 한국산이든 관계없이 화재가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 피해를 줄이려면 차량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의 이상 유무 감지와 경고가 필수라고 지적한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합작해 만든 얼티엄셀즈 전기차 배터리 팩. /LG에너지솔루션

Q5. 인천 지하 주차장 화재의 경우 배터리나 차량의 결함은 없는지?

A. 화재 조사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결함 여부를 알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배터리 결함과 더불어 벤츠 차량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 조심스레 추측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EQE 차량은 충전 중인 상태도 아니었으며, 주행 이후 주차한 지 3일이나 지난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외부 충격 등으로 배터리 셀이 손상됐다면 불이 날 확률이 높은데, 충격에 의한 화재는 72시간 가까이 오랜 시간 뒤에 나타나지 않고 즉각 반응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셀 손상 가능성도 있는데, 눈에 띌만한 손상이 있으면 3일 가까이 오래 걸리지 않고 즉각 발화한다. 만일 이렇게 오래 걸렸다는 것은 배터리 설계나 제작 측면에서 결함이 있을 수 있다"면서 "다만 배터리 이상이 감지됐을 때 차량의 BMS가 반드시 체크하고 경고를 냈어야 화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츠의 BMS 시스템은 배터리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면 계기판에 경고를 띄우고, 사용자의 앱으로 경고를 보낸다. 만일 화재 차주가 앱을 이용하는데도 경고를 받지 못했다면 BMS 시스템이 배터리 이상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것이 된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자동차 업체의 과실도 함께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 2021년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의 화재 위험 리콜과 관련해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리콜 비용을 3대 7로 부담하기로 했다. 자동차 업체의 과실도 일부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BMS 시스템은 배터리 이상을 감지하면 문자 메시지, 유선전화를 통해 차량 소유자에게 직접 문제 사실을 알리는 시스템도 구축돼 있다.

Q6. 정부의 이번 전기차 화재 대응 종합대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A. 정부는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최근 행정안전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차관, 소방청 청장 등이 모인 회의는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불안과 우려를 해소하고 실효적인 대책'을 논의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및 충전시설 안전성 강화,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응 시스템 구축, 지하 주차시설의 다양한 안전 강화 등의 큰 틀을 잡고, 다음 달까지 종합 대응책을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종합대책에 앞서 정부는 자동차 업체에 전기차 특별 무상점검과 국내 보급 전기차 탑재 배터리 정보 등을 모든 제작사가 자발적 공개하는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공동주택 주민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일정 규모 이상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화재 대응 취약 요인에 대한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긴급 점검을 추진한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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