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반쪽' 광복절…해묵은 이념 논쟁에 분열 정치만

설상미 2024. 8. 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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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때부터 계속된 건국절 논란 왜?
광복회 빠진 광복절...국민 분열 계속

대통령실이 광복회와 봉합에 실패하면서 둘 사이 간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대하는 독립운동단체들이 정부 주최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을 밝히면서다. 지난 12일 오후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서울 용산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제79주년 광복절 행사가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과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의 불참 속 '반쪽'으로 치러지게 됐다. 광복회는 건국절 논란에 휘말린 김 관장을 '뉴라이트' 인사로 규정하며 사퇴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건국절 제정 추진 의도가 없다는 점을 들어 광복회 달래기에 나섰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 틈을 타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은 친일 프레임으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고, 여당은 불필요한 이념 전쟁으로 정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방어에 나섰다. 해묵은 정쟁으로 인해 분열 정치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이 광복회와 봉합에 실패하면서 둘 사이 간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광복회와 범야권은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대통령실과 따로 광복절 기념식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광복회는 역사관과 건국절 이념 논란을 제기하며 김 관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독립기념관장 후보자로 독립운동을 폄훼하고 일제 식민 지배를 미화하는 인사들을 추천하는 것은 헌법정신과 역사적 정의에 반하며, 선임 과정에서 독립 정신이 훼손되고 우리의 정체성이 유린당한 것"이라며 "이는 헌법 정신을 부인하는 반헌법적 결정"이라고 했다.

반면 김 관장은 본인에게 불거진 건국절 논란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13일 CBS 라디오에서 "1919년을 건국일이라고 주장하시는 분들과,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일이기 때문에 건국절을 제정해야 된다는 양쪽 분들에 대한 비판을 다 하고 있다"라며 "나는 건국절 제정을 반대하는 사람이고, 건국절을 주장한 뉴라이트를 반대하고 비판했다"고 해명했다.

야권에서는 건국절 논란의 배경에 '친일 지우기'가 있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장식(왼쪽부터) 조국혁신당 의원,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야6당 독립기념관장 김형석 임명철회 촉구결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 역시 건국절 제정 추진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먹고 살기 힘든 국민에게 건국절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이념 전쟁을 두고 유감을 표했다고 한다. 앞서 윤 대통령은 2022년 취임 첫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은 3·1 독립선언과 상해 임시정부 헌장, 매헌 윤봉길 선생의 독립 정신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강조해 왔다.

건국절 논란은 이념 논쟁으로, 지난 2008년 MB정부 당시 점화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올해로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을 맞이한다"라며 '건국 60년'을 기정사실화했다. 정권 출범 후에도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규정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추진회' 설립을 강행했다. 여당은 이에 발 맞춰 건국절 제정안을 발의했으나, 독립운동 단체를 비롯한 진보 진영이 크게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이후로도 일부 뉴라이트 인사들이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을 이승만 정부 출범일인 1948년 8월 15일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지속됐다.

여야는 정부 출범 때마다 건국 시점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을 보여왔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건국 백년'을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일 당시 "1948년 건국됐다는 주장은 헌법에 반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정통성을 무너뜨리는 반국가적 주장이자 국가를 해롭게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건국절 논란의 배경에 '친일 지우기'가 있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1948년에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만들어진 후 1년 만에 이승만 정권으로부터 해체가 되고, 이승만 초대 정부 40~50%가 일본에서 부역했던 사람들이 등용이 됐지 않았느냐"라며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관철시켜야만 본인들의 과거 행적과 과오를 가릴 수 있기 때문에 건국일로 주장하고 싶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에서는 민주당 공세에 '친일 프레임'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임시정부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으며, 건국절 추진 의사에 대한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밝혔다"라며 "민주당은 우리 정부에 '친일 프레임'을 씌워 아님 말고 식의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광복절의 의미를 퇴색시킬 뿐인 국민 갈라치기,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건국절 논란으로 인해 분열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건국절 논란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주제이자, 국민 민생과 동떨어진 이념 논쟁이지만 야권에서는 공격하기 좋은 소재이기 때문에 공세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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