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프로야구의 폭염·폭우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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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만큼 기상여건에 민감한 분야도 없을 것이다.
국내 인기 스포츠인 야구·축구는 여름, 배구·농구가 겨울 종목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폭염·폭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폭염·폭우로 취소 경기가 늘면 포스트시즌은 가을야구가 아닌 '겨울야구'를 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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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울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엘지-롯데전은 프로야구 출범 42년 만에 폭염으로 취소됐다. 인조잔디가 깔린 울산 야구장의 온도계는 지열로 섭씨 50도를 넘었다. 선수들이 탈진하는가 하면 관중이 앰뷸런스에 실려 가는 일까지 벌어진다. 두산의 이승엽 감독은 20일부터 포항에서 열리는 삼성과의 3연전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4월 KBO가 일정을 발표할 때부터 “인조잔디 구장인 포항 야구장에서의 경기는 무리”라며 수차례 재고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다. 지난 3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기아전은 전력 사용량의 급증 탓에 정전돼 40분간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프로스포츠는 팬심을 먹고산다. 이상 기후도 야구팬들의 열기를 식히지는 못한다. 13일 역대 최소 경기(549경기) 만에 800만 관중을 달성했다. 사상 첫 1000만 관중이 초읽기다. 최상의 경기력과 페어플레이로 보답하는 게 도리다. 팬들도 쾌적하고 안전하게 경기를 관람할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경기장 여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일본은 1965년 세계 최초로 오사카 교세라 돔구장을 만드는 등 12개 홈구장 가운데 6곳이 돔이다. 42년 한국 프로야구는 고척돔 한 곳뿐이지만 경기 수는 일본과 별반 차이가 없다. 관중 수입을 위해 무리하게 경기 수를 늘렸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폭염·폭우로 취소 경기가 늘면 포스트시즌은 가을야구가 아닌 ‘겨울야구’를 해야 할 판이다. 그나마 인천 청라와 잠실에 돔구장을 짓는다니 다행이다. 프로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선수와 관중을 위한 폭염·폭우 대응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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