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전기차 포비아’는 답이 아니다
지하주차장에 입고 금지 생겨
화재 빈도, 일반車와 다름없어
사건 재발 막을 대책 수립 시급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는 완속 전기충전기가 지하 주차장마다 딱 한 대씩 있다. 독점하기보다는 서로를 배려하며 나눠서 충전하는 매너 덕분에 그럭저럭 버티기는 하지만 전기차주는 꽤 불편을 겪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충전기가 텅 비어 있다. 눈치가 보여서 지하 주차장 충전기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자동차는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2023년 12월 기준 전국의 내연기관 차량은 2518만9000대다. 이를 화재 발생 건수에 대입하면 화재 사고 발생 비율은 0.013%다. 전기차는 54만4000대로 화재 발생 비율을 계산하면 마찬가지로 0.013%다. 전기차가 특별히 더 불이 잘 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요즘 전기차 화재 관련 뉴스가 많은 것은 몇 년 전 BMW 자동차 화재 뉴스가 빈번했던 것과 같다. 그때도 BMW 자동차만 유독 화재 발생 비율이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BMW 소유주들은 좌불안석이었을 것이다. (옳지 않다!)
“화재 비율은 같아도 화재가 발생했을 때 전기차 화재가 더 문제야. 왜냐하면 전기차에 불이 나면 온도가 더 높아지거든”이라는 막연한 주장을 하는 이도 많다. 정말 그럴까? 실험해봤나? 해 본 사람들이 있다. 국방소방연구원의 최아영 선임연구원이 2021년 ‘한국방재학회논문집’에 발표한 논문 ‘전기자동차와 가솔린자동차의 실물화재 비교 분석’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했을 때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전기차의 온도가 오히려 더 낮다. 전기차의 에너지변환 효율이 3~4배 높으니 화재가 발생했을 때 열을 적게 내고 온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기차에는 엔진오일도 필요 없지 않은가.
나는 자동차 화재보다도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을까? 화재 발생 직후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면 피해가 이번처럼 무지막지하게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구의 책임을 묻자는 게 아니다. 소방 점검을 할 때 스프링클러가 실제 작동하는지 검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지하 주차장만이라도 실제 작동을 검사할 필요가 있다.
큰 문제가 발생했으면 대책이 나와야 한다. 지하 주차장에는 위에서 쏟아지는 스프링클러 외에도 바닥에서 물을 분사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전기차의 배터리는 차 바닥에 있기 때문이다. 또 지하 주차장에 진입할 수 있는 소방차, 화재 시 차를 지상으로 끄집어낼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되어야 한다. “전기차는 지하 주차장에 대지 말란 말이야”라는 주장도 있는데 요즘 지상 주차장이 없는 아파트 단지도 많다.
요즘 전기차를 입고시키지 않는 사설 주차장이 있다고 한다. 전기차 포비아는 답이 아니다. 포비아는 언제나 그렇듯이 질병일 뿐이다. 우리나라 전기차 보급률은 이제 8%에 달한다. 중국은 50%가 넘었고 (하필 중국의 전기차 보급률이 높다는 게 전기차 포비아의 한 원인이기도 하지만)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80%가 넘었다. 전기차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나는 우리 아파트 단지 전기차 주인도 마음 편하게 계속 지하 주차장에서 충전하시기 바란다. 다행히 우리 단지에는 전기차 포비아가 없는 것 같다. 좋은 단지다. 백마 5단지 만세!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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