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해방의 기쁨[이은화의 미술시간]〈332〉

이은화 미술평론가 2024. 8. 1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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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성이 손을 잡고 해변을 달리고 있다.

한 여성은 바람을 가르듯 한 손을 앞으로 쭉 뻗은 채, 다른 여성은 고개를 뒤로 젖혀 하늘을 보며 뛰고 있다.

여성들의 풍만한 몸과 가슴을 드러낸 고대 의상, 왜곡된 인체 비율은 고전 미술에 대한 화가의 관심을 반영한다.

해변을 달리는 두 여인은 삶의 기쁨에 대한 표현이자 자유와 해방의 상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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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성이 손을 잡고 해변을 달리고 있다. 한 여성은 바람을 가르듯 한 손을 앞으로 쭉 뻗은 채, 다른 여성은 고개를 뒤로 젖혀 하늘을 보며 뛰고 있다. 이들의 날리는 머리카락과 하늘의 선명한 푸른색이 시원함을 더한다. 대체 여기는 어디고, 이들은 누구일까?

파블로 피카소가 ‘해변을 달리는 두 여자’(1922년·사진)를 그린 건, 마흔한 살 여름이었다. 1922년 7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아내 올가, 아들 파울로와 함께 프랑스 브르타뉴에 있는 디나르 리조트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던 중이었다. 평생 여성 편력으로 유명했던 피카소지만, 당시에는 충실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한 살 반이 된 아들과 함께 파도타기를 즐겼고, 아픈 아내를 돌봤다. 바닷가에서 몸을 드러낸 여성들,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작품의 영감도 얻었다. 그림 속 여성들의 달리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과장된 건 러시아 발레단의 무용수였던 아내의 영향으로 보인다. 발레 연습을 하던 아내의 모습에서 착안해 그렸을 것이다. 여성들의 풍만한 몸과 가슴을 드러낸 고대 의상, 왜곡된 인체 비율은 고전 미술에 대한 화가의 관심을 반영한다. 입체파 양식의 선구자였던 피카소는 올가를 만난 후 다시 고전주의 양식으로 회귀했다. 1917년 이탈리아 여행에서 본 고대 그리스 미술과 인체를 왜곡해 그리던 16세기 매너리즘 미술에도 영향을 받았다.

해변을 달리는 두 여인은 삶의 기쁨에 대한 표현이자 자유와 해방의 상징이기도 하다. 1920년대 프랑스인들은 1차 세계대전의 상처를 빨리 잊고 일상의 행복을 누리고 싶어 했다. 휴양지 여행은 전쟁의 기억을 지우기 가장 좋은 수단이었을 터. 아름답고 평화로운 환경에서 누리는 삶의 기쁨, 어디든 신나게 뛰어갈 수 있는 자유와 해방감, 그것이 바로 피카소뿐 아니라 당시 유럽인들이 꿈꾸던 이상적인 삶이었을 것이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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