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통화내역’ 확보 공수처에 대통령실 “기밀유출은 중범죄”

장나래 기자 2024. 8. 1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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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수사 가이드라인이냐”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9월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태풍 ‘힌남노’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의 광역단체장과 전화로 대응 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확보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14일 “아무런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 통신 기록마저 들여다본다”며 강하게 불쾌감을 표시했다. 통화 내역 확보 사실의 ‘의도적 유출’ 가능성도 제기했다. 공수처 수사에 공개적으로 불만과 불신을 드러내며 ‘경고장’을 날린 셈인데,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년간 순직 해병대원 사건을 수사하며 사실상 아무런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 통신 기록마저 들여다본다”며 “정작 공수처는 아직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소환 조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통화 내역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피의자’로 출국금지까지 된 이 전 장관을 아직 조사하지 않은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통화 내역을 확보한 데 불쾌감을 드러내며, 수사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공수처는 최근 법원에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 요청허가서(통신영장)를 발부받아, 채 상병이 순직한 7월19일부터 두달가량의 윤 대통령 개인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대통령의 통신영장이 발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31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시해 모두 8명을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해병대 수사단(당시 단장 박정훈 대령)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크게 화를 냈다는 이른바 ‘브이아이피(VIP) 격노설’이 제기된 바 있다. 또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사건을 경찰에 이첩한 지난해 8월2일엔 윤 대통령은 국외 출장 중이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국내에서 장관 대행을 하고 있던 신범철 당시 차관과 휴대전화로 각각 세 차례 통화했다. 이후 국방부는 이 사건을 경찰에서 회수하고, 박정훈 대령을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이 때문에 공수처의 통신영장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인 것은, 법원도 윤 대통령 관련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더 큰 문제는 공수처의 수사 기밀이 실시간으로 언론에 유출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만약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흘렸다면 공무상 비밀 누설죄이자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는 중범죄다. 관련자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 수사 결과가 일부 언론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유출되고 야당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도 했다. 공수처가 의도적으로 수사 결과를 흘려, 야당이 대통령실을 공격하는 정쟁 소재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음모론’에 기댄 발언이다. 이 관계자는 “야당이 주장해온 외압의 실체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오고 있다”며 공수처 수사의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한겨레에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은 공수처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반법치주의적 행태”라며 “공수처의 독립성을 몰각하는 사실상의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공수처법 3조 3항은 ‘대통령,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해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 지시, 의견제시, 협의, 그 밖에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선 안된다’고 못박고 있다.

같은 당 한민수 대변인도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통화 내역을 확보해) 외압의 실체에 한발 더 다가서려 하자 대통령실이 본질을 흐리려는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런 점만 봐도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검 수사만이 억울한 해병대원 죽음을 둘러싼 수사 축소 외압의 실체와 정점을 밝혀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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