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충북 역대급 불볕더위…폭염 사각지대 주민 위협
[KBS 청주][기자]
폭염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밤에도 더위가 꺾이지 않아 역대급 열대야로 불릴 정도인데요.
올 여름, 대체 얼마나 더운 걸까요?
먼저, 가장 더웠던 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4일, 일요일이었습니다.
단양이 37.6도, 제천 수산이 37.5, 그리고 청주가 37도까지 치솟았습니다.
대부분 지역이 35도를 웃돌 만큼 더웠습니다.
열대야 상황도 살펴보겠습니다.
밤사이 최저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날입니다.
일단 지난달에는 평균 5.8일로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73년이래 가장 길었는데요.
이달 들어서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깁니다.
청주가 유독 열대야가 심한데요.
지난달 20일부터 계속해서 나타났습니다.
강한 소나기가 쏟아져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던 5일, 단 하루만 빼고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다간 역대 가장 길었던 2018년, 27일의 열대야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저 덥다고만 하기엔 폭염이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상청의 기후정보 포털에 있는 기후변화 상황지도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하면, 21세기 후반엔 1년 중 폭염 일수는 100일, 열대야 일수는 70일을 넘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빠르면 50여 년 뒤, 충북은 한 해의 절반 가까이가 여름이고 겨울은 두 달 뿐일 것이란 관측입니다.
한여름, 충북의 낮 최고 기온은 무려 43.9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멀리 내다보지 않아도, 당장 극심한 폭염 피해를 겪고 있는 이웃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습니다.
더위로 건강과 생존을 위협받는 수준인데요.
그 실태를 이자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청주의 한 농촌 마을입니다.
84살 김영자 할머니가 혼자 사는 집을 찾아가 봤습니다.
불볕 더위 속에 오래된 선풍기 한 대로 긴 여름을 나고 있습니다.
창문 하나 없는 방.
집 문을 활짝 열어놓고 더위를 견뎌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이 집의 바깥 온도는 40도를 넘어섰는데요.
안으로 한 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내부 온도는 35도를 넘어 바깥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김영자/청주시 낭성면 : "한숨 자고 나면 못 자요. 더워서 못 자는데…. 저 문을 두드려 바꿀까 어떻게 할까…. 바람이 안 들어오니까. 창문도 없고. 그러니까 바깥문만 저렇게 열어놓는 거예요."]
송철호 할아버지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선풍기에 의지해 밤낮 뜨거운 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이른 오전인데도 집 안 온도가 33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송철호/청주시 낭성면 : "밖을 바라보면 숨이 턱 막히잖아요. 나가지도 못하고 있다가 오후 5시쯤 돼야 조금 돌아다니고…. 아무것도 못 해요. 더우니까 잠도 잘 못 자요. 어떤 때는 (밤을) 꼬박 새워요."]
폭염에 취약한 어르신들을 위해 사회복지사가 매일 전화하고 수시로 찾아가 안부를 확인합니다.
하지만 냉방기기 설치와 냉방비 지원 등 건강을 지킬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수미/청주시 독거노인통합지원센터 사회복지사 : "오래된 선풍기 하나에 의존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요즘은 선풍기로 너무 힘들잖아요. 현실적으로 어르신들한테 설치가 가능한 걸로 (냉방기기가) 지원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폭염 대책 기간이 시작된 지난 5월 20일부터 열사병, 열탈진 등을 앓은 충북의 온열질환자는 이미 100명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 고령 주민이었습니다.
극심한 더위가 해마다 점점 심해질 것이란 우려 속에 폭염 사각지대 주민의 건강을 지킬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이자현입니다.
촬영기자:김성은/그래픽:박소현
민수아 기자 (msa46@kbs.co.kr)
이자현 기자 (intere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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