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영토엔 관심 없어…‘평화 회복’ 동의 땐 공격 중단”
NYT “우크라의 진격은 푸틴과 평화협상 노린 도박”
러시아 본토에 진격해 8일째 전투를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74개 마을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세가 전세를 역전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면서도 러시아에 당혹감과 변수를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6일(현지시간) 진격해 전투를 벌이고 있는 러시아 쿠르스크주 인접주인 벨고로드주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고 주 차원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2일 벨고로드 공격을 시작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연설에서 쿠르스크주 마을 74곳을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하루 새 3㎞를 진격해 러시아 영토 40㎢를 추가로 장악했다고 밝혔다. 시르스키 사령관은 지난 12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 1000㎢를 통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사실이라면 파죽지세로 진군에 속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계속 격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24시간 최대 420명의 병력을 잃었고, 지난 6일 쿠르스크 기습 이후로는 2030명의 병력 손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전세에 대해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헤오르히 티크히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 점령에는 관심이 없다며 러시아가 “공정한 평화 회복”에 동의하면 공격을 멈추겠다고 밝혔다. 이번 쿠르스크주 공격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한 상황에서, 향후 평화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노림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발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난 12일 이번 작전이 자국민 보호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공세가 우크라이나에 도박과 다름없다고 짚었다. NYT는 우크라이나가 진격을 계속해 러시아 영토를 장악한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당혹감을 안겨주고 평화협상을 위한 카드를 얻을 수 있지만, 러시아가 쿠르스크에서 반격에 성공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의 공세를 강화한다면 우크라이나군은 더욱 수세에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CNN 방송은 이번 공세가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러시아 정예부대가 철수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변수가 추가된 것만으로도 11월 미 대선 결과를 관망하며 소모전을 이어간다는 러시아의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자국이 내세우는 ‘평화 공식’ 중 에너지 안보 분야를 논의할 주제별 회의를 이달 중 화상으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고문은 국영TV에 출연해 러시아를 평화 회의에 강제로 참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에 단순한 요구는 효과가 없으며, 강압적 수단만 효과가 있다. 강압의 방법 중 하나는 전장에서의 행동”이라며 이번 작전을 협상 지렛대로 삼겠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번 본토 공격으로 양국의 협상이 더 멀어졌다는 입장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향후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도발한 것이라며 “민간인과 민간 인프라를 공격하거나 원자력발전소 시설을 위협하는 자들과 무슨 협상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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