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불법 설치, 옆집 신고합니다”…이탈리아 고급 해안휴양지서 생긴 일

김희진 기자 2024. 8. 1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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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지정’ 포르토피노
실외기 설치 놓고 이웃 갈등
포르토피노 경관. 포르토피노 홈페이지

이탈리아 고급 휴양지로 알려진 북서부 해안마을 포르토피노에서 에어컨을 둘러싼 주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포르토피노 경찰은 올해 주민들이 옥상과 테라스에 불법으로 설치한 에어컨 실외기 37건 이상을 적발했다. 인구가 379명뿐인 포르토피노는 이탈리아에서 손꼽히는 부자 마을이지만 주민들은 마음대로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다. 포르토피노는 1953년부터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에어컨 설치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최근 규제가 완화됐지만 설치하려면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고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최근 몇년 사이 기후변화 영향으로 무더운 여름 날씨가 이어지자 갈등이 불거졌다. 무단으로 에어컨을 설치하는 집이 늘어났으며, 일부 주민들은 에어컨 실외기가 눈에 잘 띄지 않게 옥상에 설치하고, 주변과 비슷한 색의 페인트를 칠하기도 했다.

당국은 숨겨둔 실외기를 족족 찾아냈는데, 주민들이 서로 에어컨 설치를 감시하고 신고하는 일이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현지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 등은 보도했다. 주민들은 불법 에어컨이 설치된 지붕과 발코니 사진을 첨부해 경찰에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실외기 소음이 싫어서, 또는 자신을 신고했을지 모르는 이웃 주민에게 보복하기 위해서 경찰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토피노에서는 에어컨 불법 설치 혐의로 기소될 경우 벌금 최대 4만3000유로(약 6400만원)가 부과될 수 있다.

마테오 비아카바 시장은 “지난해 겨울 누군가 좁은 거리를 뒤덮는 커다란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면서 (단속이) 시작됐다”며 “주민들이 더위로 고통받고 잠 못 이루기를 바라는 게 아니다. 단지 우리에겐 지켜야 할 규칙이 있으며, 포르토피노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19세기부터 유럽 상류층 휴가지로 알려진 포르토피노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 팝스타 마돈나 등 유명 인사들이 자주 찾았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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