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동성애 비판 교사 해임당해” 주장…실상은 ‘성희롱’ 탓

전지현 기자 2024. 8. 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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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반대 근거로 제시한 사례서 사실 왜곡 드러나
극동방송·CTS 예 들며 “동성애 죄악 말하면 법정 제재”
방통위 징계, 공정성 상실 이유…안 내정자 주장과 달라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자(사진)가 저서에서 차별금지법 도입 반대를 주장하면서 사실과 다른 근거를 내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안 내정자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교회·학교·언론에서 ‘동성애는 죄악’이라는 설교·강연·방송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든 사례 중 일부는 사실과 다르거나 부풀려졌다.

1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안 내정자는 지난 6월 출간한 책 <왜 대한민국 헌법인가>에서 차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한다면서 “20년 이상 ‘동성애는 성경에 비추어 잘못된 것’이라고 가르쳐온 총신대 신학대학원 이모 교수를 동 대학 교원 징계위원회는 동성애 비판의 내용에 근거해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본인은 물론 다른 교수 등이 자기검열과 심리적 위축으로 동성애의 죄성을 지적하는 데 주저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 교수의 징계 사유는 동성애 비판이 아니라 성희롱 발언이었다. 2019년 이 교수는 강의에서 “여성 성기의 경우엔 여러분이 성관계를 가질 때 굉장히 격렬하게 해도 다 받아내게 돼 있다”고 말하는 등 남녀 성기의 모양, 성관계 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수업 중 발언이 문제가 돼 징계를 받자 이 교수는 ‘동성애의 위험성을 설명하려 했다’면서 해임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1년 서울행정법원은 이 교수의 행위에 대해 “수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를 벗어나 성적 언동을 함으로써 학생들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으므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직접 예시로 들면서 여성을 대상화·수단화했고, 수업마다 성적 예시를 들어 불쾌감을 줬다고도 했다. 다만 법원은 비위 내용에 비해 해임은 과하다며 해임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안 내정자의 책 내용 중 사실과 다른 사례는 또 있다. 그는 “아직 법 제정 전인데도 방송통신위원회가 극동방송과 CTS가 차별금지법 반대 대담 방송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주의처분)를 했다”고 적었다. 방송이나 공공장소에서 ‘동성애는 죄악’이라고 발언하면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면서 든 사례다. 하지만 극동방송 제재 사유는 ‘차별금지법 반대 방송’이 아니라 “공정성·객관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2020년 ‘포괄적 차별금지법 좌담회’를 방송하면서 반대 의견만을 일방적으로 내보냈기 때문이다.

극동방송은 제재 취소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법원은 “방송은 법안의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했다”면서 “비판하는 입장을 가진 출연자들로만 방송을 편성하고 사전에 심의규정을 준수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해당 방송 출연자가 ‘차별금지법에 따라 동성애에 반대하면 형사처벌과 무제한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한 발언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내용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객관성 유지 의무 위반이라고 봤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1심 판단을 인정했다.

경향신문은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문자메시지로 연락했으나 안 내정자는 답하지 않았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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