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가 살인자” 검사 탄핵 청문회…검증없는 고성만(종합2보)
민주, 장시호-김영철 '위증교사' 의혹 집중 공세
(서울=뉴스1) 구진욱 송상현 임세원 기자 = 헌정 사상 최초로 열린 '현직 검사 탄핵' 청문회가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는 핵심 증인들은 불출석한 채 여야 간 의미 없는 정치적 공방만 하루 종일 이뤄졌다.
여야는 탄핵 사유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과 국민권익위원회 간부 사망 사건 등을 놓고 고성과 막말을 주고 받고 상대의 허물만 부각시키며 시간만 보냈다. 결국 여당은 전현희 더불어민주 의원 제명을 추진하는 사태로까지 공방이 확대됐다.
◇전현희 "김건희가 살인자"…여 "사과해라, 국회의원 제명해야"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는 이날 김영철 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날 청문회는 김 차장검사, 이원석 검찰총장, 김건희 여사,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 씨 등 주요 증인들이 대부분 불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발언으로 청문회가 채워졌다.
여야는 주질의가 시작되기 전인 의사진행발언 순서부터 증인들이 대거 불출석한 것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후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등을 조사했던 권익위 고위직 간부 사망 사건이 언급되면서 여야 간 충돌이 본격화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와 윤석열 대통령 청탁금지법 위반을 덮기 위해 유능한 공직자 1명이 억울하게 희생된 것"이라며 "진상규명을 추진하는데 정무위원장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라 청문회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게 의사진행발언은 아니다. 여기가 권익위 상임위장이 아니다"라고 전 의원의 발언을 가로막으며 고성을 질렀다.
이에 전 의원은 "김건희가 살인자다" "김건희, 윤석열이 죽였어요"라고 대응했고 장경태 민주당 의원 역시 "김건희 때문에 사람이 죽었잖아요"라고 힘을 보탰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제지에도 혼란은 1분 가까이 이어졌고 결국 회의 시작 50여분 만에 정회가 선포됐다.
여당은 야당을 향해 전 의원의 '살인자' 발언을 사과하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당은 전 의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으며, 결국 전 의원 제명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야당, 장시호-김영철 '위증교사' 의혹 집중…깜짝 출석 정다은 "김스타 얘기 자주" 정회 이후 속개된 청문회에서 야당은 장시호 씨에 대한 김 차장검사의 모해위증 교사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직접 구치소를 찾아 장 씨의 출정 기록을 받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의 반대에도 야당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장 씨가 수감됐던 서울구치소 현장검증 실시의 건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여야의 충돌은 오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야당은 이날 장시호 씨 위증 교사 의혹 외에도 김 여사가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협찬 의혹과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별건 수사 의혹 등을 들어 김 차장검사 탄핵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장씨는 검찰로부터 1년6개월을 구형받았고 법정에서도 징역 1년6개월에 2년 집행유예가 나올 줄 알았는데 징역 2년6개월을 받고 황당해했다, (지인에게) 김영철 (검사) 오빠가 그날 검사실로 불러 어르고 달랬다(는 녹취록이 있다)"고 했다. 이어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공정성을 의심받을 우려가 있는 자와 교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검사윤리강령이 있다"고 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임은정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보통 법원의 선고형이 검찰의 구형보다 낮은데 실제 법원이 선고한 형량이 1년이나 낮게 됐다는 건 '플리바게닝(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가벼운 범죄로 기소하거나 형량을 낮춰주는 것)'이 심하게 됐거나 협조가 잘 됐다거나 아주 친밀한 유대관계가 엿보이는 정황"이라고 했다.
반면 여당은 위증교사에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김 검사가 장씨에게)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강요했다는 것인데 어떤 내용을 불리하게 증언하라는 구체성도 없고, (수감 중이었던 장시호씨가 특검 사무실에) 출정을 나왔다는 기록도 아예 없다"며 "만나지를 않았는데 어떻게 위증을 종용할 수가 있나"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의 장동혁 의원도 "위증교사의 내용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이라며 "김 검사가 장씨를 상대로 위증교사를 했다는 것은 국정농단을 저질렀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판결이 위증교사라는 범죄행위에 의해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단 것과 똑같은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된 이들은 총 20명, 참고인은 5명이지만 이날 오후 기준 증인으로는 임 부장검사, 정다은 전 방송인 등이 출석했으며 한동수 변호사(전 대검찰청 감찰부장)는 오후 6시 이후 출석했다. 참고인으론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강진구 뉴탐사 기자가 출석했다. 정 전 방송인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의심돼 오전에는 나오지 않았으나 음성 판정이 확정돼 오후 늦게 출석했다. 강 기자는 오전 중 추가 참고인 채택이 이뤄지면서 추가 출석했다.
정 전 방송인은 이날 청문회에서 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증언을 하며 장씨의 요구로 공유숙박시설(에어비앤비)를 대신 예약해 줬던 사실과 장씨로부터 계좌 이체를 받았던 내역을 추후 증거 자료로 제출하기로 약속했다. 아울러 장씨와 같이 구치소 수감 생활을 했던 경험을 증언하며, 장씨가 김 차장검사로 유추되는 '김스타'라는 검사 얘기를 자주 했다고 밝혔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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