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헌재, 세타 총리 해임…"뇌물 전과자 장관에 앉힌 건 위헌"

14일 태국 헌법재판소의 해임 판결로 총리직을 상실한 세타 타위신 전 총리가 방콕 정부 청사앞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원내 제1당인 야당 '전진당'의 해산에 이은 세타 총리 해임으로 태국 정치권은 또다시 혼란에 빠져들게 됐다. /사진=(방콕 AFP=뉴스1)

태국 헌법재판소가 14일(현지시간) 세타 타위신 총리에 대한 해임 청원을 받아들였다. 세타 총리가 취임 1년만에 물러나면서 태국 정계가 다시 혼란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뉴스1에 따르면, 태국 헌재는 이날 뇌물공여 시도 등으로 징역형을 받은 인사를 장관직에 임명한 것은 위헌이라는 상원의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5대4로 세타 총리의 해임을 결정했다.

앞서 세타 총리는 지난 4월 총리실 장관으로 변호사 출신의 피칫 추엔반을 임명했다. 한국으로 치면 대통령 비서실장 격의 자리다.

문제는 피칫이 2008년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부동산 관련 소송을 변호하던 중 대법원 관계자에게 200만바트(약7800만원)를 건네려다 발각돼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인물이란 점이다. 이를 두고 야당인 보수파 상원의원들이 헌재에 세타 총리와 피칫을 해임해달라고 청원했고, 논란이 확산되자 피칫은 사임했다.

헌재는 남은 세타 총리 해임안을 결정하면서 "피칫이 이미 징역형을 마쳤지만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그의 행동은 부정직했다"며 "세타 총리는 내각을 구성할 때 자격을 심사할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어 "과거를 알고 있었음에도 그를 지명한 것은 윤리 강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결정했다.

세타 총리의 해임으로 일단 푸탐 웨차야차이가 총리 대행을 맡아 임시 총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야 연립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차기 총리 후보를 둘러싼 정치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태국 정치 전문가들은 차기 총리 선출 과정에서도 현재 여당인 프아타이당이 여전히 영향력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기 총리로는 탁신 전 총리의 딸이자 프아타이당 대표인 패통탄 친나왓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밖에도 아누틴 찬위라꾼 내무부 장관, 피라판 싸리랏타위팟 에너지부 장관, 국방부 장관을 지낸 프라윗 왕수완 등이 거론된다.

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