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골절에도 완주…“올림픽 에너지가 고통 이기게 해”
영국 마라토너 로즈 하비
“지옥 같았던 38㎞, 포기 안 해”
78위 성적 저조했지만 자신 증명
팬데믹 때 직업 잃고 전향 ‘독특’
“다음 목표, 목발 없이 결혼식 입장”
2024 파리 올림픽은 끝났지만 인간 승리 스토리로 여운은 이어진다. 다리가 골절된 상태로 마라톤을 완주한 영국 대표팀 로즈 하비(31)가 화제다.
영국 가디언 등은 14일 “하비가 다리가 골절된 상태로 마라톤을 2시간대에 완주했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시판 하산(네덜란드)이 2시간22분55초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여자 마라톤에서 하비는 78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은 2시간51분03초였다.
하비는 영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목발을 짚고 있는 사진과 함께 “제가 꿈꿔왔던 올림픽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래도 평생 한번은 해봐야 할 경험이었다”며 “저는 그 무대에서 대표팀의 일원이 될 자질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또 저를 이 지점까지 이끌어준 모든 사람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것이 너무나 기뻤다”는 글을 올렸다.
하비는 레이스가 시작된 뒤 얼마 되지 않아 대퇴골에 스트레스 골절이 생겼다. 약 10㎞를 달린 뒤부터 엉덩이 쪽에 불편함이 생겼고,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하비는 올림픽 개막 이전부터 엉덩이 쪽 부상으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경기를 강행할 경우 상태 악화를 우려했다. 하지만 하비는 대표팀에 예비선수가 없는 상황에 올림픽 무대에 서겠다고 마음먹었다. 하비는 레이스를 돌아보며 “38㎞는 고통스러운 싸움이었다”면서 “다른 대회라면 멈췄을 만큼 더 이상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는 순간이 너무 많았다. 내리막은 지옥 같았다”고 했다. 그렇지만 어렵사리 출전한 올림픽인 만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올림픽 에너지가 제가 결승선까지 갈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며 “정말 아팠다. 그래도 저는 결승선에 가야만 했고, 올림픽 마라톤을 완주해야 했다”고 했다.
하비는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 과정도 독특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초 변호사라는 직업을 잃은 뒤 달리기에 대한 열정을 발견했다. 하비는 2022년 프로로 전향했고, 늦은 출발에도 그해 런던 마라톤에서 가장 빠른 영국 여성 선수로 역사를 썼다. 지난해 시카고 대회에서 남긴 2분23초21은 영국 여자 마라톤 역사상 5번째로 빠른 기록이었다.
하비의 다음 목표는 ‘3주 안에 어떻게 결혼할 것인가’다. 약혼자와 결혼을 앞둔 하비는 “이제 가장 큰 도전은 결혼식 때 목발을 짚지 않는 것”이라면서 “이대로라면 신랑이 너무 천천히 걸어야 할 것 같다”고 유쾌하게 말했다. 튜이어는 “하비가 목발을 짚든, 휠체어를 타든 그 자리에 있기만 하면 아무 상관 없다”고 답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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