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도 우리은행도 “몰랐다” 발뺌…부당 대출 ‘개입’ 못 밝히면 책임도 못 물어
현행법상 ‘행위자’만 제재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수백억원대의 친인척 부당 대출에 대해 관련성을 부인하면서 향후 검찰 수사에서 손 전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경영진의 개입 여부가 중점적으로 조사될 것으로 보인다. 감독당국은 이번 사태를 지주 회장의 과도한 권한 아래 일어난 내부통제 부실로 보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42건, 총 616억원의 대출을 실행했고, 이 중 절반이 넘는 350억원이 부적정한 절차로 취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손 전 회장은 인터넷 언론 블로터에 “최근 불거진 부정 대출 사건을 언론 보도로 처음 접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우리은행 역시 해당 대출과 관련된 불법 행위를 파악한 것은 지난 5월 2차 자체 검사 이후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은행의 전현직 경영진 모두 해당 대출건에 대해 ‘몰랐다’고 선을 긋고 있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금융회사의 책무구조도 제도가 아직 시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현행 지배구조법은 금융사고를 일으킨 ‘행위자’를 제재할 순 있어도 그에 대한 ‘감독·관리자’의 책임은 직접적 영향 관계가 있어야만 물을 수 있다. 손 전 회장 등 전현직 경영진의 부당 대출 인지나 개입 여부가 밝혀지게 된다면 ‘행위자’로 인적 제재가 가능하지만, 입증되지 않으면 감독·관리 부실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해명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은행은 앞서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이 본부 승인 없는 지점 전결 여신으로 취급돼, 본점 차원에서는 해당 대출건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통상적인 은행 여신감리 시스템에서는 거액의 대출에 연체가 거듭 발생했다면, 아무리 지점 전결 여신이라도 본점 차원의 사후 검토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잔액 303억원 중 198억원이 단기연체 또는 부실에 빠져 있다.
한 자본시장 연구자는 “회장을 비롯한 지주 이사회 전체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대출로 이해상충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장에게 감독 책임을 지우는 등 구체적인 책무구조도 논리를 당국이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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