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기 이어 고영욱 등판, 이러다 OOO도 유튜브 할 판 [Oh!쎈 초점]
[OSEN=김나연 기자]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고영욱이 유튜브에 등장했다. 본인은 거창한 계획 없이 "무기력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고 말했지만, 성범죄자의 유튜브 활동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냉담하다.
지난 5일, 'Go!영욱 GoDog Days' 채널이 개설됐다. 고영욱의 채널이다. 그는 자신의 소셜 계정에 유튜브 개설 소식을 전하며 "부끄러운 삶을 살았습니다..집에서 넋두리하며 형편없이 늙고 있는 거 같아서 무기력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두서없이 유튜브를 시작해 봅니다..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라고 밝혔다.
채널 소개란에는 "고고한 남자와 개들의 일상..고감성 Embracing solitude with my dogs.."라는 설명이 담겼다. 첫 영상은 "Fresh"라는 제목의 미공개곡.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고영욱이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성범죄자기 때문이었다.
고영욱은 2012년 당시 14세, 19세였던 미성년자 세 명을 대상으로 5차례에 걸쳐 성폭행 및 성추행을 저질러 구속됐다. 특히 이 과정에 고영욱은 성폭행 피해를 호소한 19세 피해자에 대해 "성인인줄 알았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주장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법원은 1심에서 징역 5년에 정보공개 7년,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했지만 항소했고, 2심에서 5차례 성범죄 중 일부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에 정보공개 5년, 전자발찌 부착 3년을 최종 선고받았다. 고영욱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기각됐다.
2015년 7월 10일 출소한 고영욱은 두문불출하다 2020년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SNS 활동을 재개했다. 고영욱은 "9년 가까이 단절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살아있는 한 계속 이렇게 지낼수는 없기에 조심스레 세상과 소통하며 살고자 한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규정에 따라 고영욱의 계정은 개설 바로 다음날 삭제됐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경우 유죄 판결을 받은 강력범죄자들의 이용이 불가하다. 계정을 만들거나 활동 자체가 약관상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고영욱은 4년만에 또 다시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유튜브를 통해서다. 유튜브나 구글의 경우 해당 계정이나 콘텐츠가 강력범죄에 연관돼 있지 않는 이상, 사용자가 과거 강력범죄 기록이 있다는 것만으로 계정을 정지시키지는 않는다. 이에 계정을 악용하지 않는다면 강력범죄자도 유튜브 활동이 가능하다.
실제 고영욱에 앞서 음주뺑소니 사망 및 시체유기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조형기도 유튜브로 복귀를 시도했던 바 있다. 조형기는 1991년 음주운전을 하다 뺑소니를 일으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데 이어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최종선고받았다. 1심과 항소심에서 5년을 선고받았던 조형기는 교도소 복역 중 7개월만에 석방돼 곧바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인터넷 및 스마트폰의 발달로 뒤늦게 조형기의 과거가 세간에 알려졌고, '킬러조'라는 별명까지 생기며 활동에 큰 타격을 입었다. 급격히 악화된 여론에도 예능 활동을 이어가던 조형기는 2017년 MBN '황금알'을 끝으로 연예계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그러던 중 2020년 유튜브 채널 '동네형TV'를 개설하며 복귀를 꾀했지만 대중들의 반발 속에서 결국 4개월만에 활동을 중단했다.
각 방송사들은 심의에 따라 범죄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에 대해 출연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고영욱은 공중파를 비롯한 모든 방송국에서 영구적으로 출연을 정지당했으며 조형기는 MBC에 한해 출연 정지 조치를 받았다. 이에 지난해 '라디오스타' 방송에 등장한 자료화면에서 조형기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되기도 했다.
이처럼 TV출연 기로가 막히자, 유튜브와 같은 1인 방송 플랫폼을 통해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며 '셀프 복귀'를 시도하는 것. 고영욱이나 조형기를 제외하고도 숱한 '전과자' 연예인들이 유튜브를 개설하고 대중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사례가 늘자 일각에서는 범죄자들의 유튜브 활동을 막아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고영욱은 인스타그램 개설 당시 한 인터뷰를 통해 "전과가 있는 사람은 아예 세상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식의, 어디 가서 죽어라 하는 식의 얘기는 많이 힘이 빠지더라"라고 호소했다. 물론 그의 넋두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때도 지금도 "왜 자꾸 대중 앞에 나서려고 하는거냐"는 일갈만이 그를 반겼다. 이를 예상했는지 고영욱은 조형기가 그랬듯 유튜브 댓글창을 막아뒀다. "비판은 감수해야할 부분"이라는 말과는 모순적이다.
당사자는 억울함을 표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억울한 것은 피해자일 것이다. 아무리 가해자가 법적인 처벌을 받았다 한들 피해자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대중이 눈에 불을 켜고 범죄자들의 미디어 노출을 막고자 하는 이유다. 고영욱은 "제가 비난을 받아야 할건 당연한데 아예 사회에 나오지 말라고 하는것들은 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말이다. 대중은 고영욱의 사회활동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다. 연예인이든 아니든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매체에 아무런 필터링 없이 범죄자의 모습이 노출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유튜브는 전세계인들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TV프로그램 그 이상의 파급력을 지닌다. 왕성히 활동 중인 유명 스타들조차도 유튜브로 넘어가 브이로그나 웹예능 등을 찍어 올릴 정도. 매일같이 무수히 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지는 데다 시·공간의 제약도 없으니 젊은 세대들이 TV보다 유튜브를 찾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이런 상황에서 TV출연조차 정지된 범죄자, 더군다나 성범죄와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버젓이 유튜브 활동을 하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조두순과 같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흉악 범죄자들이 유튜브를 개설하더라도 제지할 규정이 없는 현실이 유감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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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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