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현이익 빼주고 손실 본 만큼 여유 주고…겹겹이 둘렀네, 완충장치들
‘5만전자’ 때 매수한 삼전 주식
올해 말 10만원까지 올랐다면
10만원에 팔아도 세금 안 붙어
‘반짝 이익’ 내도 5년 이월공제
2025년 1000만원 손해 봤다면
2026년 1000만원 이익 비과세
2025년 1월1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직후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 1억원의 양도차익을 거둔 A씨는 세금으로 얼마를 내야 할까. 언뜻 보기엔 기본공제(5000만원)를 제외한 나머지 소득 5000만원에 22%(지방세 포함)의 세율이 적용돼 약 88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A씨가 낼 세금은 없다. 의제취득가액 제도가 적용돼 금투세가 적용되는 2025년 이전 발생한 양도차익은 과세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세법에는 의제취득가액 제도 등 금투세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줄일 ‘완충장치’들이 있다. 투자자 피해와 시장 혼란이 예상된다며 금투세를 폐지·유예하자는 주장이 나오지만, 법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과도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의제취득가액 제도는 금투세 시행 전까지 누적된 미실현 이익에 대해선 비과세하는 것을 말한다. 양도차익(양도가액-취득가액)을 계산할 때 의제취득가액을 적용, 해당 주식의 취득 가격과 시행일 직전 날 종가 중 높은 금액을 취득가액으로 보고 양도가액에서 빼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 번 금액은 리셋하고 금투세가 적용되는 시점부터 세금을 매긴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과거 ‘5만전자’ 시절 투자자 B씨가 삼성전자 주식을 2000주(총 1억원) 샀다고 가정하자. 올해 말 삼성전자의 주가가 두 배인 10만원이 됐다면 B씨의 주식 평가이익은 1억원(현재가-매수가)이 된다. B씨가 실제로 주식을 매입한 원가(5만원)보다 올해 말 주가(10만원)가 더 크므로 금투세를 계산할 때 B씨는 10만원에 삼성전자 주식을 산 것으로 간주된다. B씨가 금투세 적용 이후 10만원에 주식 전량을 처분하면 실제로는 양도차익 1억원을 벌게 되지만, 양도가격(10만원)과 취득가격(10만원)이 같아 금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절세를 위해 굳이 이득을 보고 있는 주식을 팔 필요가 없다. 금투세 시행 전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규모 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의제취득가액이라는 완충장치를 고려하면 수많은 개미들이 매도할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연말을 기준으로 가격을 평가하면 팔 필요가 없어져 매도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굉장히 작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이월공제라는 당근책도 두고 있다. 5년간 적용되는 이월공제는 5년 동안의 모든 투자 손실과 이익을 감안해 세 부담을 조정하는 제도다. 지금은 이익에만 세금이 부과돼 금융위기 등 대형 악재로 주식시장에서 전 재산을 잃었어도 몇년 뒤 해외 주식 거래로 250만원 이상의 이익이 나면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금투세가 도입돼 이월공제가 적용되면 한 해 이익이 나도 5년간 손실분까지 감안해 과세액을 정하기 때문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게 될 수 있다.
가령 서학개미가 엔비디아 주식으로 2025년 1000만원의 손절매를 감행했다면 2026년 1000만원의 이득을 실현해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월공제에 따라 잃은 만큼 이익분이 납세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금투세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약 165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다만 금투세에 보완될 부분도 있다. 대표적인 게 징수방법이다. 금투세는 증권사가 반기마다 원천징수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투자금이 축소돼 복리효과가 제한된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다. 투자자가 세무서에 신고해 환급받아야 하는 만큼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장기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미국·영국·독일 등처럼 이월공제 기한 제한을 없애자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기를 한 번 맞으면 10년 동안 이익을 내도 손실을 만회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투자를 오래하는 사람은 10년, 20년도 하는 만큼 이월기간 5년이 합당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경민·윤지원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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