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반독점 철퇴, 검색 시장 '춘추전국시대' 올까?

권택경 2024. 8. 1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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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권택경 기자] 미국 법원이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검색 엔진 시장이 안갯속으로 빠질 전망이다. 구글의 경쟁자들은 판결 결과를 환영하면서도 아직 나오지 않은 처분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5일 미국 연방 법원은 독점 행위를 금지하는 셔먼법 제2조를 구글이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출처=셔터스톡

이번 판결은 지난 2020년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소송에 따른 결과다. 미 법무부는 검색 엔진 시장 점유율이 90%가 넘는 구글이 독점적 방식으로 지배력을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애플, 삼성 등 스마트폰 제조사 등에 구글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탑재하도록 거액을 지급하는 계약을 맺은 게 특히 문제가 됐다. 이번 재판을 통해 지난 2022년 구글이 애플에 220억 달러(약 29조 원)를 기본 검색 엔진 탑재에 대한 대가로 지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구글은 높은 시장 점유율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우수한 검색 엔진을 제공한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재판에서 재판부는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만 판단했다. 어떤 처분을 내릴지는 다음 재판 절차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기본 검색 엔진 탑재를 위한 계약을 금지하는 것부터, 최악의 경우 기업 분할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구글이 항소 의사를 밝힌 만큼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만약 기업 분할이 된다면 검색 사업을 구글 안드로이드 OS나 구글 크롬과 같은 인터넷 브라우저 사업, 광고 사업 등과 분리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고개 드는 구글의 경쟁자들

구글의 경쟁자들은 이번 판결을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덕덕고(DuckDuckGo) 측은 “우리는 검색 시장에서 대안에 대한 억눌린 수요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이번 판결이 더 많은 선택지에 대한 접근을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008년 설립된 덕덕고는 ‘구글과 달리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태생부터가 구글의 대항마인 셈이다. 가브리엘 와인버그 덕덕고 CEO는 이번 구글의 반독점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 등과 맺은 계약 때문에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구글과 달리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운 검색 엔진 '덕덕고' / 출처=덕덕고 캡처

현재 검색 엔진 시장에서는 덕덕고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 빙 등이 구글 제국의 균열을 호시탐탐 노리는 중이다. 일반 검색이 아닌 특화 검색 분야에는 흔히 ‘맛집 리뷰’로 알려진 지역 검색 서비스 옐프(Yelp), 지시 검색 엔진을 표방하는 ‘울프럼 알파(Wolfram Alpha)’ 등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광고가 없는 대신 구독료를 받는 유료 검색 엔진인 ‘카기(Kagi)’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도 주목받는다.

최근에는 퍼플렉시티(Perplexity)와 같은 생성형 AI 기반 대화형 검색 서비스도 새로운 대안으로 떠 오르고 있다. 오픈AI도 퍼플렉시티와 유사한 자체 대화형 검색 서비스인 ‘서치GPT’를 공개하면서 검색 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카기'는 광고가 없는 대신 월 구독료를 받는 유료 검색 엔진이다 / 출처=카기 캡처

다만 현실적으로 ‘인터넷 검색’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구글을 당장 다른 서비스들이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자체 검색 엔진을 만들지 않는 한 결국 구글과 같은 타사의 검색 엔진을 기본 탑재해야 하는데, 구글과의 계약이 없더라도 결국 점유율 1위인 구글의 검색 엔진을 탑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번 반독점 소송의 여파로 애플과 삼성이 구글 탑재 대가로 제공받던 수익만 잃은 꼴이라는 말도 나오는 이유다.

지난 1998년 시작된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독점 소송 사례를 돌이켜 보면 아주 강력한 처분이 내려지지 않는 이상,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그 속도는 아주 느릴 가능성이 높다. 당시 법원의 최초 결정은 기업 분할 명령이었지만, 법무부와 마이크로소프트가 합의하면서 처분 수위가 일부 사업 관행을 제한하는 정도로 대폭 축소된 바 있다. 타사 웹브라우저의 윈도우 진입 문턱을 살짝 낮추고, PC 제조사들이 타사 웹브라우저를 탑재해도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정도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합의 결과를 두고 용두사미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 출처=셔터스톡

실제 소송 이후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높은 점유율은 수년 동안 유지됐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제국이 끝내 무너진 건 인터넷 익스플로러 자체의 경쟁력 약화, 구글 크롬이라는 강력한 대체자 등장, 스마트폰으로 인한 웹브라우징 환경의 다변화라는 여러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AI 스팸 시대, 검색 품질 유지가 관건 될 듯

경쟁자들 입장에서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은 구글에서도 작지만, 분명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구글 검색 결과의 품질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는 이용자나 전문가들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 연구진이 구글에서 7392건의 제품 리뷰를 검색한 결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검색 상위 결과 상당수가 노골적인 ‘SEO 스팸’으로 드러났다.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검색 엔진 최적화)는 검색 결과에서 상위에 노출되기 유리하게 웹페이지를 최적화하는 것을 말한다. 광고나 제휴 마케팅 수익을 올리기 위해 양질의 콘텐츠 대신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기 유리한 문구만을 잔뜩 포함한 저질 콘텐츠가 SEO 스팸에 해당한다.

출처=셔터스톡

생성형 AI 등장 이후 AI로 만든 SEO 스팸이 활개를 치면서 검색 품질 저하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SEO 스팸은 구글뿐만 아니라 빙, 덕덕고 등 키워드 기반 전통적 검색 엔진이 겪는 공통적 문제지만 그 타격은 구글이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구글이 검색 엔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그 품질 저하에 소비자들은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알고리즘에 대한 분석도 구글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 구글이 계속 검색 엔진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AI SEO 스팸과의 싸움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달려있을 전망이다. 구글도 일단은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구글은 지난 3월에 AI로 자동 생성한 스팸성 콘텐츠, 모방성 콘텐츠를 검색 결과에서 줄이기 위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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