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든 서울의 스물네 밤, 역대 두 번째 최장 열대야
전국 평균도 평년의 3배
서울에 24일째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역대 두 번째로 긴 열대야 지속 기간을 기록했다. 낮에는 찜통더위, 밤에는 열대야가 반복되는 현상은 이달 하순까지 계속되면서 서울의 열대야 지속 최장기간 기록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은 서울을 비롯한 서쪽 지역과 남해안을 중심으로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가 나타난 곳이 많다고 14일 밝혔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1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의 13일 밤부터 14일 오전 사이 최저기온은 28.3도였다.
서울은 지난달 21일 이후 24일째, 부산은 같은 달 25일 이후 20일째, 제주는 같은 달 15일 이후 30일째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전국 주요 지역의 밤 최저기온은 인천 28.1도, 전북 전주 26.6도, 제주 27.7도 등이었다.
서울의 열대야 지속 일수 24일은 1994년과 같은 기록이다. 이는 근대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후 올해까지 118년 사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서울의 열대야 지속 기간 역대 1위는 ‘최악의 폭염’이 있었던 2018년의 26일인데, 당분간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이번주 내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2018년에는 7월21일부터 광복절인 8월15일까지 열대야가 계속됐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열대야가 나타난 날은 총 26일로 역대 네 번째로 많다. 연간 기준으로 서울 열대야 발생 일수 1위는 1994년(36일)이고, 2위와 3위는 2016년(32일)과 2018년(29일)이다.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지난 13일까지 14.8일로 평년(1991~2020년) 같은 기간 열대야 일수인 5.2일의 3배에 가깝다. 역대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 1위였던 1994년 16.8일 기록 경신도 유력하다.
지난 13일까지 폭염(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 일수는 전국 평균 16.1일로 평년 같은 기간(8.7일)의 약 2배다.
부산도 간밤까지 20일 연속 열대야를 겪어 서울과 마찬가지로 근대적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래 두 번째로 긴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에서 가장 길게 열대야가 이어진 것은 1994년과 2018년의 21일이다. 제주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30일 이상 열대야가 지속됐다. 제주에서 30일 이상 연이어 열대야가 나타난 해는 올해를 포함해 모두 다섯 차례다.
기상청은 대기 상층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체적으로 맑은 상황에서 강한 햇볕으로 대기 하층 기온이 상승해 열대야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상공은 현재 대기 상층의 티베트고기압과 동해상에 중심을 둔 고기압 등으로 겹겹이 덮여 있다.
기상청은 이날 중기예보에서 오는 24일까지도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평년의 8월17일부터 24일 사이 전국 평균기온은 최저기온 20~24도, 최고기온 28~32도인데 올해 같은 기간은 최저기온 24~27도, 최고기온 29~34도로 예상된다. 19일 제주를 시작으로 20일 전국에 비가 내리겠지만, 무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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