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판 없애니 ‘3만 3천보’…“과로사 위험”
[KBS 창원] [앵커]
청소 노동자의 안전을 점검하는 연속 보도, 마지막 순섭니다.
정부는 사망 사고를 막겠다며 청소차 발판 탑승을 금지했는데, 역설적으로 청소 노동자는 과로로 재해 위험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하루 3만 3천 걸음을 걷는 노동자도 있는데, 원가 계산에는 이런 환경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박기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위탁업체 소속 환경 미화원들이 골목을 누빕니다.
3명이 한 팀으로 집집마다 놓인 재활용품을 수거합니다.
하루 수거량은 6톤가량, 청소차 세 번을 가득 채워야 합니다.
새벽 4시부터, 낮 12시까지 쉴새없이 뛰어다녀야 정해진 작업량을 다 맞출 수 있습니다.
잠시 쉴 공간도, 쉴 틈도 없습니다.
[청소 노동자 : "휴게 장소가 마땅치가 않습니다. 근골격 쪽으로 장기적으로 하다 보면 좀 무리가 오지 않을까."]
지난달 사망사고로 발판 사용이 금지되면서, 작업 강도는 전보다 2배 이상 늘었습니다.
하루 걸음 수는 약 3만 3천 보, 20㎞에 이릅니다.
매일 하프 마라톤을 뛰는 수준입니다.
[설영철/청소 노동자 : "발판을 떼고 작업을 하다 보니까 많은 시간이 지체되고, 사람들이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피로도가 더 많이 중첩되다 보니까 사고가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인력 충원이 절실하지만, 대책은 없습니다.
청소차 발판은 곧 비용과 연결됩니다.
발판이 없을 경우 더 많은 청소차와 인력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위탁업체들은 자치단체의 원가 검토에 따라 인건비 등 용역 금액이 정해지는데, 관행에 따라 불법 발판을 사용하던 작업량이 기준입니다.
[위탁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발판 작업을 하는 거로 인정해서 노동 강도가 측정된 거거든요. 앞으로는 작업을 진행하기가 힘들다고 봐야죠."]
또, 작업량 계산 때 청소차 이동 거리는 측정되지만, 정작 노동자의 이동 거리와 노동 강도에 대한 고려는 없습니다.
[김병훈/민주노총 경남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 : "휴식 시간과 작업 시간을 나누면 이 노동자가 적정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 범위가 나와요. 원가에 실제로 그런 것들이 반영이 안 됐거든요."]
경남의 청소 노동자 2천4백여 명 가운데 74%는 위탁업체 소속.
고용노동부가 노동자 보호 대책 없이 발판 사용을 금지한 이후, 청소 노동자들의 과로사 위험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
박기원 기자 (pr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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