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힘” 떠드는 윤 정부는 뉘른베르크 재판을 기억하라 [왜냐면]

한겨레 2024. 8. 1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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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가 있는 평화기행’ 2024 독일 역사 기행에 참여한 회원들이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소 앞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뒷줄 왼쪽에서 네번째가 필자. 사진 최우행 비케이투어 인솔자

이병호 | 남북교육연구소장·교육학 박사

지난 7월16일부터 10일간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주관한 ‘자유와 평화의 상징, 독일 역사 기행’을 다녀왔다. 분단의 고통과 평화통일의 기쁨을 실감할 수 있는 베를린 탐방 시간이 짧은 것이 다소 아쉬웠지만, 매우 의미 있는 기행이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 미국·소련·영국이 모여 독일과 일본 패전 후 한반도 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국제회의를 했던 포츠담의 체칠리엔호프 궁전 △서울의 1.5배에 이르는 큰 면적이지만 동서로 분단된 후 1961년부터 1989년까지 두껍고 높은 시멘트 장벽이 세워졌고, 통일과 자유의 브란덴부르크 문이 있는 베를린 시내 △1981년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5시 ‘억압받는 모든 것’을 주제로 진행한 자유토론회 경험을 토대로 1989년 9월4일 1200명이 모여 동독 정권에 국경 개방과 인권 보장을 요구했던 옛 동독 라이프치히의 성 니콜라스 교회 △처음에는 실개천을 중심으로 동네가 분리되었으나 점차 2중 장벽과 군 초소가 세워지며 ‘제2의 베를린’으로 불리는 작은 뫼들라로이트 마을 등은 잊지 못할 소중한 기행지였다.

그러나 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앞의 장소들보다 1945년 11월20일부터 1946년 10월1일까지 10개월간 나치 최고 전범 24명에 대한 재판이 열렸던 뉘른베르크의 재판소 탐방이었다. 특히 교수형을 받거나 음독자살한 11명의 주검을 촬영한 사진 모습은 재판을 받을 때 당당한 모습과 무척 대조적인 모습으로 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히틀러의 참모 또는 부하로서 충성을 다하던 군 장성들은 훈장이 모두 제거된 채, 총살이 아닌 교수형에 처해졌으며, 어떤 주검들은 교수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머리가 발아래 나무에 부딪혀 피가 흘러 굳은 처참한 주검도 있었다.

바쁜 독일 기행 일정으로 국내 소식을 접하기 어려운 와중에도 필자의 관심을 끄는 소식이 있었다. 하나는 윤석열 정부가 비무장지대(DMZ) 접경 지역 전역에 걸쳐 대북 방송을 개시한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여러 시민사회단체의 치열한 반정부 시위 및 집회였는데, 특히 “이러다 전쟁 난다 윤석열 탄핵”이란 피켓 구호가 눈에 띄었다. 한국전쟁 정전 71주년을 맞은 7월27일에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인 경기 평택의 캠프 험프리에서 여러 시민단체와 많은 민주시민이 ‘반미 반제 자주’의 구호를 외쳤다. 다행히 정부나 미군과 별다른 마찰 없이 참여한 시민들의 수고로 집회 및 시위는 잘 끝난 것 같았다.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의 공식 명칭은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 또는 ‘뉘른베르크 전쟁범죄수괴재판’이다. 이 재판에 앞서 아돌프 히틀러, 하인리히 힘러, 빌헬름 부르크도르프, 한스 크렙스, 요제프 괴벨스, 요제프 테르보펜은 체포되기 직전 또는 체포된 직후 자살해서 피소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의 또 다른 전범국인 일본 전범에 대한 재판은 도쿄에서 열렸다. 28명이 기소되어 25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중 수상이자 대장이었던 도조 히데키를 포함 7명이 교수형에 처해졌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다면 윤석열 대통령이나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말하는 대로 과연 군사동맹국인 미국과 합동 작전을 펼쳐 압도적인 힘으로 속히 전쟁을 승리로 끝낼 수 있을까? 한국에 맹방인 미국이 있다면 북한에는 러시아가 있다. 또 한국에 군사협력국인 일본이 있다면 북한에는 중국이 있다. 한국에 미국의 핵 무력 지원 약속이 있다면 북한에는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게는 100개 이상의 자국 핵폭탄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어떤 이유와 근거로 압도적인 힘으로 북한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 치는지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

승리하는 싸움보다는 싸우지 않는 것이 낫다. 다시 남북 간 전쟁이 난다면, 그 피해는 130만명 이상 죽었던 70여년 전 한국전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고대 로마에서 장군이 개선식을 할 때, 부하가 옆에서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말을 반복해서 외쳤다고 한다. 승리만 만끽하지 말고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겸손·자중하라는 의미였다. 이제는 참모나 비서가 대통령에게 ‘뉘른베르크와 도쿄 재판을 기억하라!’고 외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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