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전쟁 종식···CJ, 다시 '로켓배송' 탄다

임지훈 기자 2024. 8. 1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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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CJ제일제당으로부터 주요 제품을 사들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의 '직거래'를 재개했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의 거센 공세 속에서 최근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자 하는 쿠팡과 식품 부문 온라인 매출을 키우고 대표 제품인 햇반의 성장세를 회복하려는 CJ제일제당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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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8개월만에 직거래 재개
비비고·스팸 등 주력품 순차 배송
CJ·쿠팡 납품가격 갈등 '일단락'
거세진 C커머스 공세에 실리 택해
[서울경제]

쿠팡이 CJ제일제당으로부터 주요 제품을 사들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의 ‘직거래’를 재개했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의 거센 공세 속에서 최근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자 하는 쿠팡과 식품 부문 온라인 매출을 키우고 대표 제품인 햇반의 성장세를 회복하려는 CJ제일제당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CJ제일제당과 쿠팡은 14일부터 햇반·비비고·스팸 등 CJ제일제당의 인기 제품을 로켓배송으로 순차 판매한다고 밝혔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제조업체로부터 직매입한 상품을 고객이 주문하면 이튿날까지 원하는 곳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이 로켓배송 방식 직거래를 재개하는 것은 햇반의 마진율 협상이 난항을 빚으면서 쿠팡이 CJ제일제당 제품 발주를 중단한 2022년 12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직거래 중단 후 CJ제일제당은 ‘쿠팡과 완전히 결별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부르는 행보를 보여왔다. 다른 유통 채널과 연합 전선을 꾸리는 한편 쿠팡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는 배송 능력을 자체적으로 확충해왔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3월 컬리와 식품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또 자사 온라인몰 ‘CJ더마켓’과 네이버 공식 브랜드스토어에 익일 도착 서비스를 도입했다. 올해 3월에는 알리에 입점하기도 했다.

하지만 쿠팡이 CJ제일제당에 먼저 손을 내밀면서부터 냉랭했던 양사의 대립 상황은 급반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한승 쿠팡 대표가 올해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전에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을 초청해 경기를 함께 관람하면서 화해 무드가 조성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쿠팡이 CJ제일제당과 납품가 갈등 후 발주 중단이라는 강수를 두고 대립하다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데는 알리·테무의 국내 사업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C커머스가 초저가 공산품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는 상황에서 쿠팡의 위기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쿠팡은 ‘목적형 소비’가 이뤄지는 곳인데 고객들이 일상용품을 사면서 CJ제일제당 제품을 살 수 없는 점이 약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쿠팡이 잘 알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J제일제당 입장에서도 올해 2분기 식품 부문 매출이 1% 역성장한 상황에서 쿠팡이라는 판매 채널이 필요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매년 가파르게 상승했던 햇반의 연간 매출은 쿠팡 직거래 중단 이후 성장세가 정체됐다. 매년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이던 지난해 햇반의 국내외 매출액은 4.3% 증가에 그친 8503억 원으로 집계됐다. 당초 전망치로 언급됐던 1조 원에 크게 못 미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로 새 플랫폼을 찾는 고객이 많은 상황에서 쿠팡은 햇반 등을 직거래 재개하며 집객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CJ제일제당은 식품의 온라인 매출, 특히 햇반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의 식품 매출에서 온라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날 직거래 재개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왕교자와 김치, 고메 피자 등 냉장 및 신선식품 로켓배송이 재개됐다. 조만간 햇반·스팸을 비롯해 맥스봉 소시지·맛밤 등 가공 및 즉석식품, 해찬들 고추장·된장 등 양념류도 로켓배송을 통해 살 수 있게 된다. 23일부터는 CJ제일제당의 추석 선물 세트, 다음 달 말부터는 CJ제일제당 주요 브랜드 전체 상품이 로켓배송으로 구매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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