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유지-기술습득 사이 딜레마... 난감해진 미국인 우주청 본부장

오지혜 2024. 8. 1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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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출신이면서 미국 국적을 가진 존리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의 정보 접근 권한을 두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리 본부장은 미국 법에 따라 미국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들을 미국에 보고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 우주항공청의 중요 정보가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주항공청법은 외국에서 우수 인재를 유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안보와 정책 관련 분야를 제외하고는 외국인이나 복수국적자 임용을 허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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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출신 미국인 영입으로 불거진 논란
정보 접근 권한 어디까지 어떻게 제한하나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출신이면서 미국 국적을 가진 존리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의 정보 접근 권한을 두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리 본부장은 미국 법에 따라 미국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들을 미국에 보고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 우주항공청의 중요 정보가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주항공청은 허가받은 사람만 비밀 정보를 볼 수 있게 관리하겠다는데,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급 이상 비밀은 인가증 있어야 접근

지난 5월 현판이 설치된 경남 사천시 우주항공청 임시청사. 사천=연합뉴스

우주항공청은 비밀 취급 인가 관련 내용을 담은 '보안업무 시행세칙‘을 준비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비밀은 중요도에 따라 1~3급으로 구분되며, 부처는 통상 2~3급 비밀을 다룬다. 우주항공청은 인가증 발급 대상 등을 담은 세부 방안을 만들고 있는데, 3급 이상 비밀은 부서장이나 해당 사업 담당자에게만 인가증을 발급할 계획이다. 단 외국인에게는 발급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인가제를 만드는 이유는 기밀 유출 우려 때문이다. 우주항공청법은 외국에서 우수 인재를 유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안보와 정책 관련 분야를 제외하고는 외국인이나 복수국적자 임용을 허가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국 정보가 외국으로 빠져나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문제는 연구개발(R&D) 수장인 리 본부장이 미국인이란 점이다. 그는 미국의 외국 대리인 등록법(FARA)에 따른 '외국 대리인'이다. FARA는 미국인이 외국 정부를 위해 일하면서 미국의 정책이나 법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미국 법무부에 등록하게 하는 제도다. 리 본부장은 자신의 직위, 월급, 임용약정서, 성과 목표 등을 등록했다.

4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정무직 인선 발표 브리핑에 참석한 윤영빈(왼쪽) 우주항공청장, 존리 우주항공임무본부장, 노경원 차장. 서재훈 기자

따라서 리 본부장은 한국 정부가 비밀로 분류한 과제에는 접근이 제한된다. 우주항공청이 나사에서 항공혁신부문장으로 영입을 추진 중인 또 다른 미국인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우주항공청이 비밀이나 비밀에 준하는 과제를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우주항공 정책을 총괄하는 조직인 만큼 앞으로 비밀로 분류되는 정보가 늘 수 있다. 고위 전문가가 주요 과제를 열람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우주항공청은 외국인 직원이 업무상 비밀 열람이 필요할 경우 자체 보안 심사위원회를 거쳐 열람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처음 출범한 조직인 데다 구체적인 과제들이 정해지지 않아 어떤 경우에 비밀 열람을 허가할지 등을 미리 규정해두기 쉽지 않기 때문에 향후 수시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우주항공청 관계자는 "먼저 기준을 만들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사례가 쌓이면 정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은 일일이 심사받도록... 업무 지장 없을까

하지만 고위급 인사가 일일이 심사위원회를 거쳐 기술 정보에 접근해야 하는 식으로 업무에 제한을 받는다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우주항공청은 "비밀은 정책, 전략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R&D 분야는 비밀로 분류되는 정보가 많지 않아 업무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외국인 고용에 따른 정보 유출을 걱정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익명을 요청한 우주항공 분야 연구자는 "차세대 발사체 같은 기술은 보안이 필요한데, 외국에 공개돼도 괜찮다는 것이냐"며 "우주항공청의 보안 인식이 낮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우주항공청은 선진국 전문가들이 보유한 기술을 습득할 게 많은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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