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신상 불법 조회·예산 횡령…공직기강 ‘빨간불’
■ '밀양 성폭행 사건' 신상 폭로 유튜버… 공무원 아내가 신상 불법 조회
지난 6월,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이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2004년,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알려진 인물의 구체적인 신상이 폭로된 겁니다.
이를 계기로 잊혀졌던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다시 커지자 다른 유튜버들까지 가세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한 유튜버가 공무원 아내를 통해 성폭행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신상을 불법으로 취득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충북 괴산군 소속 공무원인 A 씨가 수십 명의 개인정보를 행정시스템에서 불법 열람하고, 이를 유튜버인 남편에게 전달해 신상 폭로를 도왔다는 겁니다. 경찰은 지난 12일 A 씨를 구속했습니다.
성폭행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과 별개로, A 씨와 남편의 행동도 엄연한 불법이라는 게 문제가 됐습니다.
특히, A 씨는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데도 동료들의 컴퓨터 등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마터면 엉뚱한 동료 공무원이 개인정보 무단 조회의 책임을 질 뻔했던 겁니다.
이처럼 공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주어진 권한을 사적 이익을 위해 쓴 공직 비위 사례가 최근 충북에서 잇따라 불거졌습니다.
■ 시 예산 6억 원 횡령해 코인 투자...7년 동안 아무도 몰랐다
충북 청주시의 6급 공무원 B 씨는 최근, 업무상 횡령과 공문서 위조·행사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B 씨는 청주시에서 북한 이탈 주민 지원과 대학생 근로활동 사업 등의 업무를 담당해 왔습니다.
B 씨는 이 과정에서 무려 7년 동안 6억 원의 예산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 이탈 주민에게 지급돼야 할 각종 지원 사업비나 대학생 근로자를 위한 고용보험료 등을 본인 계좌로 빼돌렸다는 겁니다. 공금을 빼돌린 뒤에는 마치 예산이 제대로 지급된 것처럼 공문서를 조작하고, 결재 서류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같은 범행이 7년이나 반복되는 동안 청주시 내부에서는 이를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한 명의 상급자만 결재 서류 등을 꼼꼼히 살펴봤다면 예산이 B 씨의 계좌로 흘러가고 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점점 대담해진 B 씨는 횡령한 돈을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하거나, 개인 빚을 갚는 데 썼습니다.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었습니다.
■ 지위고하 막론한 비위… 안팎서 자정 촉구
이 같은 공무원들의 직무 관련 비위는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맹경재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은 직무 관련 업체로부터 불법 줄기세포 시술 등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그 대가로 사업 관련 특혜를 제공했는지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최근 잇달아 터진 공직자 비위 논란에 충북지역 자치단체들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충청북도는 오늘(14일), 공직기강 강화 회의를 열고 내부 단속에 나섰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충청북도 본청과 직속 기관, 사업소, 지방공기업, 출자출연기관 관계자 등이 모두 참석해 기관별 공직기강 강화 계획을 논의했습니다.
또, 다음 달 13일까지 충북지역 11개 시·군을 포함해 품위 손상, 행동강령 위반 행위 등 공직 감찰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정선용 충청북도 행정부지사는 "작은 균열로도 댐이 무너질 수 있듯이 개개인의 일탈로 수많은 공직자가 정성 들여 쌓아 올린 행정 신뢰가 한꺼번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직사회 밖에서는 더는 내부의 자정 기능에만 기대할 수 없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내부 감사는 물론, 지방의회 행정사무감사도 매년 진행되고 있지만 이런 비위를 적발하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충북의 한 시민단체는 공직 부패 신고센터까지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김영식 상임위원은 "연이은 공직 비리에도 기관장들이 책임 있는 자세로 사과하지도 않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시민사회에서 직접 제보를 받아 감시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안팎에서 쏟아지는 비판에 일선 공무원 사이에서는 침울한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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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근섭 기자 (sks8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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