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보험범죄 예방, 인식 변화가 먼저
보험 사고도 비슷하다. 예비군복만 입으면 멀쩡한 사람도 달라지듯, 경미한 자동차 접촉사고도 일단 뒷목부터 잡는다. 도색조차 필요 없는 사고에도 일단 입원부터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만약 한방병원이라도 입원했다면 보험사 보상업무 담당 직원들의 마음은 급해진다. 이런저런 과잉진료를 하기 전에 최대한 빨리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유튜브 '한문철TV' 채널에 자동차 운전 중 경미한 사고를 당한 커플이 병원비 및 합의금으로 1700여만원을 타낸 사연이 전해져 논란이 됐다. 피해차량 수리비가 약 23만원 나올 정도로 사고는 경미했다. 하지만 한방병원에서 1000만원에 달하는 입원 및 통원치료를 받았고 700만원 상당의 합의금을 받아 2인 합계 약 1700만원의 보험비를 타 갔다. 이는 누군가의 보험료에서 지급됐을 것이고, 결국 성실하게 보험료를 낸 사람만 바보가 됐다.
과잉진료를 넘어 보험사기도 흔하다. 2023년 보험관련 사기 적발액은 1조116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적발인원은 11만명에 달한다. 매년 11만명이 가담하는 1조1000억원의 보험사기 행각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 '뭐 그럴 수도 있지'라며 보험사기가 만연한 것은 보험관련 종사자들이 적극 가담한 탓도 크다. 실제 보험회사 직원과 병원 종사자, 보험업 모집종사자(설계사), 자동차 정비업소 종사자 등 보험 관련업계 종사자의 보험사기 적발인원은 2021년 4480명에서 2022년 4593명, 2023년 4627명으로 증가 추세다. 특히 이를 앞장서서 막아야 할 보험설계사가 보험사기로 적발된 경우는 2021년 1178명, 2022년 1598명, 2023년 1782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보험 관련 종사자들이 조직적으로 보험사기에 나선 탓에 적발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드러나지 않은 보험사기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적발되어도 일반사기죄에 비해 처벌이 약하다. 사기 피해 당사자가 개인이 아니라 법인인 보험사이기 때문인 듯하다. 보험사기죄와 일반사기죄의 1심 선고 결과를 살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2022년에 일반사기죄는 60.8%가 유기징역이 선고됐으나 보험사기죄는 22.5%에 불과했다. 반면 벌금형은 일반사기죄가 7.3%에 불과한 반면 보험사기죄는 38.9%를 기록했다.
앞으로 의료인, 자동차정비업자, 보험모집인, 손해사정사, 보험회사 직원 등 보험산업 관계자가 보험사기 행위에 가담할 경우 처벌이 강화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 12일 133차 전체회의에서 보험 등 전문직 종사자가 범행에 가담한 경우를 형의 가중인자로 삼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8년 만에 개정됐지만 사기 근절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제기돼 왔다. 법안의 핵심 중 하나였던 보험산업 관계자 가중처벌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결정으로 보험 관련 종사자가 보험사기에 가담할 경우 가중처벌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실 '포졸 열 명이 도둑 하나 못 잡는다'는 옛말처럼 아무리 법으로 촘촘히 규제해도 직무에 상응하는 직업윤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다시 제자리다. 보험금이 눈앞에 있으면 '못 먹는 사람이 바보'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이젠 변해야 한다. 보험 관련 종사자는 물론 국민들도 보험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에게 그 피해를 전가해 죄질이 불량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더 이상 기사로 쓰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courag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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