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기시다' 누구?…모테기·이시바·고노 주목에 40대 파격 등판설
총리 퇴임과 파벌 해체로 수싸움 읽기 더 어려워져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총재선거를 통해 선택받은 새로운 리더를, 한 명의 병사로서 투철히 지지하겠다…새 총재 아래서 일치단결해 진정한 드림팀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연임 포기 연설에서 후임자에게 남긴 전언이다.
최근까지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오는 9월에 열리는 총재선거 출마 및 재선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던 그의 갑작스러운 퇴임 선언에 '포스트 기시다'를 찾아야 하는 자민당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이번 총재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수읽기가 어렵다. 우선 기시다 총리가 연임을 포기한 만큼, 의무적으로 밀어야 할 후보가 사라진 당 간부 또는 각료가 비교적 출마하기 쉬운 환경이 됐다.
또 지난겨울 자민당 내 파벌에서 불거진 불법 정치자금 사건(뒷돈 스캔들) 후 아소파(志公会·지공회)를 제외한 나머지 파벌이 해체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파벌을 이끄는 회장이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어느 정도 표 계산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소파가 움직일 수 있는 약 50표를 제외하면 의중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당에서는 아웃사이더 밖에서는 인기쟁이, 이시바
이런 상황에서 가장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은 단연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다.
당내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통하며 차기 총리감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그는 앞서 한 모임에서 "이 나라를 (내 지역구인) 돗토리에서부터 바꾸는 일을 해 보고 싶다"고 말해 의욕을 드러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금까지 총 4번이나 총재직에 도전했는데, 미약한 당내 지지기반이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2012년 총선 당시에도 당원 투표에서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앞섰지만 국회의원 투표에서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달 8일 열린 모임 참석자는 총 8명. 입후보에 필요한 추천인 20명의 머릿수를 채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을 방문 중인 그는 기시다 총리의 기자회견 후 추천인 20명이 모인다면 "책임을 다하고 싶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기시다의 오른팔에서 후계자로? 모테기
모테기 도시미쓰 현직 자민당 간사장도 포스트 기시다를 논할 때면 빠지지 않는 단골이다.
그는 총리의 '오른팔'로 현 내각을 꾸준히 지지해 왔다. 기시다 총재와 아소 부총재와 함께 당의 간부로서 '3두 정치'를 이끌어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측근들은 그간 "기시다 총리가 (출마 관련) 입장을 밝힐 때까지 모테기 씨가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나타냈지만 연임 가능성이 사라진 현재, 모테기 간사장은 자유의 몸이다.
그는 이날 기시다 총리의 불출마 표명에 "나라 안팎으로 곤란한 과제에 직면한 가운데 내정과 외교 양면에서 확실한 실적을 남겼다"고 평가하며 "심히 유감이다. 매우 무거운 결단이며 총리 자신의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만 했다.
파벌 해체 전까지만 해도 한때 50명이 넘는 의원들을 이끌던 그가 플레이어로 나설지 주목된다.
◇마이넘버 카드 잡음에도 총리 되고 싶은 고노
다음으로는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힌 고노 다로 디지털상이다. 한국에는 2019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관련 협상 당시 외무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기시다 내각 지지율 하락의 3대 요인 중 하나인 '마이넘버 카드(일본의 주민등록증)'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 중 하나다. 주민등록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이 발생한 데 책임을 지고 3개월 치 장관 월급을 반납하기도 했다.
최근 그는 당내 핵심 인물인 아소 다로 부총재와 거듭 회식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민당에 부는 여풍…경안상 다카이치·외무상 가미카와
지난해 9월에 단행된 개각의 키워드는 '여풍'이었다. 전체 각료 19명 중 5명을 여성이 차지하며 역대 가장 높은 여성비를 기록했다.
이 다섯 명의 여성 각료 중에서도 차기 총리감으로 오르내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전보장상과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이다.
NHK에 따르면 '아베 노선의 계승자'로 불리는 다카이치 경안상은 당내 가까운 의원들과 모임을 계속하고 있다. 지지기반 확보를 위한 밑 작업으로 풀이되지만 이날은 "갑작스러운 일이라 놀랐다. 지금은 내년도 2025년 예산안 개산(概算) 요구를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확실하게 기시다 총리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엘리트 각료 이미지가 강한 가미카와 외무상은 현재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YOUNG하고 COOL하고 NEW한 40대 고이즈미, 고바야시
차기 총리 후보감으로 자주 언급되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43)과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전보장상(49)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쇄신' 이미지가 필요한 자민당으로서는 내년 중의원 선거에서도 젊은 이미지로 호감을 살 수 있다는 점이 이들의 무기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지금까지 "50 될 때까지 총선 출마는 없다"는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태도가 다소 누그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60대 베테랑부터 40대 의원들까지 다양한 잠룡들이 꿈틀대는 가운데, 차기 여당 총재이자 일본의 총리로 대권을 잡을 주인공은 내달 20일 투표로 판가름 난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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