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 낙하산 줄줄이, 윤 대통령 대선 약속은 공염불
공공기관 수장에 대통령실과 친여권 인사들의 내정설이 이어지고 있다. 공모 절차가 이제 막 시작된 한국관광공사 사장엔 강훈 전 대통령실 정책홍보비서관이 사실상 낙점됐다고 한다. 강 전 비서관은 언론인 출신으로 관광 관련 업무 경력이 전무하다. 하태경 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보험연수원장 후보로 단독 추천됐다. 보험연수원은 보험업계 교육과 자격시험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하 전 의원 역시 관련 업무 경력이 전혀 없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차기 사장에는 안병길 전 의원, 부산항만공사 사장에는 전봉민 전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의 지난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다. 한국거래소 산하 코스콤 사장엔 윤창현 전 의원, 한국동서발전 사장에는 권명호 전 의원이 유력하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은 홍문표 전 의원이 될 것이라고 한다.
외부 인사도 전문성과 지도력이 있으면 공기업 수장이 될 수 있다. 공기업의 공공성과 공영성을 고려하면 정부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고 개혁적인 인물이 기관장을 맡을 필요도 있다. 그러나 현재 공기업 수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공공기관 낙하산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집권하자마자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 박주선 대한석유협회 회장,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이은재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등을 임명했다. 해당 분야 전문성이 전무한데도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는 이유였다. 공기업 감사직엔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검찰 수사관들이 대거 임명됐다. 한국가스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석유공사 같은 대형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서울대병원과 국립암센터까지 검찰 출신이 독점했다.
‘문재인 낙하산’을 몰아낸다고 호들갑을 떤 게 불과 2년 전이다. 공기업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간 인사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대통령실과 정치권 동향이고, 그만큼 경영 개선이나 대국민서비스 향상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공기업 개혁의 출발점은 적재적소 인사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 국민과 약속한 대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전문성 있는 인사를 공기업 수장에 임명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3년 뒤 후임 정부에 의해 ‘윤석열 낙하산’ 청산 작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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