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7번째 늦춘 대통령실·관저 감사 발표, 감사원 직무유기다
감사원이 용산 대통령실·관저 이전 불법 의혹에 대한 감사기간을 오는 11월10일까지로 연장하겠다고 국민감사를 청구한 참여연대에 통보했다. 감사원이 이 건 감사기간을 연장한 것은 2022년 12월 감사 착수 결정 이래 7번째다. 부패방지법상 국민감사는 감사 실시 결정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마치는 게 원칙이지만, 이 건은 ‘필요에 따라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연장에 재연장을 거듭하고 있다. 감사원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감사의 핵심은 대통령실·관저 공사 과정에 불법이나 특혜, 국고손실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전까지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쓰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맡은 곳은 21그램이라는 업체다.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로 이름을 올렸던 회사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주거동 2층이 14평가량 증축됐다. 현행법상 실내건축공사 전문 업체인 21그램은 증축 공사를 할 자격이 없다. 증축 공사를 맡은 곳은 제주의 한 종합건설업체다. 처음부터 증축할 요량이었는지 중간에 바뀐 건지, 중간에 바뀌었다면 그 결정은 누가 한 것인지, 행정안전부가 종합건설업 면허도 없는 21그램과 리모델링 공사 수의계약을 한 이유는 무엇인지, 증축 공사를 왜 하필 멀리 떨어진 제주 소재 건설사에 맡겼는지 의문이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업체 선정 등 과정에 김건희 여사가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게 당연하다.
감사원은 참여연대에 보낸 감사 연장 통지문에서 “현재 감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사무처의 보완조사를 마치고 감사위의 심의 단계에 있다”고 했다. 앞서 감사원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가 보완조사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감사위는 지난 5월10일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혹 감사 결과를 검토한 뒤 보완조사가 필요하다며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만큼 감사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뜻이다. 그래서 감사기간을 6번째 연장했는데, 그러고도 이번에 또 한 차례 3개월 더 연장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혹에 대한 소극적 감사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나 월성 원전 감사 등 전 정권이나 야권 인사들을 겨냥한 전방위 표적감사와 대비된다. 아무리 현 정권에서 국정 수행을 뒷받침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이중잣대식 감사를 하면서 독립된 헌법기관이라고 할 수 있나. 감사원은 또다시 감사기간을 연장하거나 7차례 감사기간을 연장하고도 부실한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여론의 지탄을 피할 수 없고 법적 책임도 면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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