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후손 초청한 尹 …"합당한 예우 누리도록 최선"
許, 오후엔 광복회 행사에 등장
김형석 인선 與野대리전 격화
민주 "광복절 중점법안 추진"
국힘 "이종찬 음모론 확성기"
李회장 "김구 테러리스트化"
막판까지 경축식 불참 '몽니'
여야가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에도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을 두고 지리멸렬한 공방을 지속했다. 김 관장이 사퇴를 거듭 거부하고, 이종찬 광복회장이 정부의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으면서 결국 '반쪽짜리' 행사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정부를 향해 '내선일체 친일 매국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법 등 '8·15 광복절 중점 법안'을 추진하겠다며 정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김 관장 임명 철회도 재차 촉구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국론을 분열하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훼손하는 윤석열 정권의 왜곡·대일굴종외교를 저지하기 위해 8·15 광복절 중점 법안 및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도 김 관장 인선을 연일 문제 삼고 나섰다. 이 회장은 이날 아침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단순한 하나의 인사가 아니라 지하에서 꿈틀거리는 거대한 계획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5일에 '테러리스트 김구'라는 책이 출간된다며 "김구 선생을 고하 송진우를 암살한 테러리스트로 전락시키려는 거대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이날 광복회와 야권의 사퇴 압박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로부터 임명받았고 성실하게 관장직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한 마당에 물러설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 "개인 전화나 이메일로 사퇴하지 말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둘러싼 친일 논란 등에 대해서는 "역사학자로서 개인의 생각은 바뀐 것이 없다"면서도 "다만 이제는 독립기념관장으로서 입장이 달라졌기 때문에 의사 정책 등을 할 때 정부 관료나 기념관 담당자 등과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정부와 김 관장을 '친일파'로 규정하며 광복절 정부 경축식도 보이콧하겠다는 야당과 이 회장을 거세게 비판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은 우리 정부에 '친일 프레임'을 씌워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국민 통합과 경축의 장을 국론 분열과 반목의 무대로 변질시켜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의 권성동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회장을 겨눠 "공법단체의 수장이 비현실적 의혹을 남발하며 음모론의 발신자이자 확성기가 됐다"며 "갈등을 중재해야 할 광복회장이 오히려 이에 편승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독립유공자 후손 100여 명을 초청해 청와대 영빈관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독립 영웅들께서 남겨주신 독립의 정신과 유산이 영원히 기억되고, 유공자와 후손들이 합당한 예우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이 주인인 자유로운 나라를 꿈꿔왔던 독립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날 오찬에는 특별 초청 대상자로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이자 2024 파리올림픽에 유도 국가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획득한 허미미 선수가 참석했다. 허 선수는 한국·일본 이중국적자였으나 '한국 국가대표'가 되기를 바랐던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허 선수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독립유공자 후손이란 것을 알게 됐다"며 "더 열심히 훈련해서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는 애국가를 부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행사에서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인 김호연 빙그레 회장과 독립유공자 신광열 선생의 아들인 신민식 자생의료재단 사회공헌위원장,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선생의 손녀인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 이육사 시인의 외동딸 이옥비 씨 등을 일일이 호명하기도 했다.
이날 허 선수는 오전에는 윤 대통령 초청 행사에 참석했고, 오후에는 이 회장을 만나 광복회 유족회원증과 배지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광복회관에서 전달식을 한 후 "(허 선수가) 일본에서 태어났음에도 '나는 대한민국 국적'이라고 선언했다"면서 "이분이 틀림없이 유족임을 증명하는 증명서를 수여하게 돼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제윤 기자 / 곽은산 기자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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