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경각심 클수록 기후위기 대응 잘했다

매경 논문상 시상
현은정 홍익대 교수 등 최우수
57개국 4520개 기업 분석통해
기후전략 형성 방식 이해 도와
총수와 학연·지연있는 CEO가
해임 확률 낮다는 연구 결과도

14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6회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에서 매경 최우수논문상, 매경 신진학자논문상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지윤 연세대 교수, 조원호 광운대 교수, 박희태 동아대 교수, 왕효강 동아대 연구원(박사과정), 손현덕 매일경제신문 대표, 현은정 홍익대 교수, 김수지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김상준 이화여대 교수, 이주일 충남대 교수. 경주 한주형 기자

제26회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의 '백미'로 꼽히는 매일경제 최우수논문상은 전 세계 40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 정도가 기업의 기후 대응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현은정 홍익대 교수 등 두 팀에게 돌아갔다.

현 교수와 김태석 와세다대 교수 공동 연구진은 세계 57개국 4520개 기업 데이터를 토대로 경영진의 기후변화에 대한 위험인식도가 각 기업의 기후 대응 정책에 어느 정도 반영되는지를 분석했다. 경영진의 기후변화 위험 인식 정도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이뤄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의 대화 내용을 통해 측정했다.

분석 결과 경영진의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 인식이 높을수록 해당 기업이 더 많은 기후 대응 정책을 실천한다는 상관관계가 데이터로 입증됐다.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기후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마인드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학술적으로 풀어낸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에너지와 중공업 등 탄소집약적 산업에선 상대적으로 약했던 반면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등 환경·책임·투명경영(ESG) 투자가 활성화된 북유럽 국가에서 두드러졌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허대식 연세대 교수는 "내부 리더십과 외부 압력(산업의 탄소집약도 등)이 결합해 기업의 기후 전략을 형성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통찰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최우수논문상은 대기업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와 지배주주 간 학연·지연·혈연 등 사회적 관계가 CEO 교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한 김수지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교신저자 나현승 고려대 교수)이 수상했다. 대기업집단의 10여 년간의 CEO 이직 표본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지배주주와 계열사 CEO가 학연·지연·혈연 등으로 연결돼 있을 때 CEO의 해임(징계성 교체) 확률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학문적으로 밝혀냈다. 출생지나 출신 고등학교가 같은 경우 해임 확률은 극히 낮아졌고, 가족 또는 친척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에도 유사한 결과가 발견됐다.

조·부교수를 대상으로 하는 매경 신진학자논문상을 수상한 세 논문은 기업 경영 측면에서 고려할 만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미연 연세대 박사과정과 이지윤연세대 교수, 조원호 광운대 교수의 연구는 환경 보호, 지역사회 공헌, 윤리적 경영 등 기업의 사회적 성과(CSP)와 연구개발(R&D) 투자가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음을 밝혔다.

이주일 충남대 교수와 김상준 이화여대 교수는 '경쟁 주도 조직 오류의 인볼루션 과정'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기업 경쟁으로 유발될 수 있는 조직 오류를 조직 구성원 간의 대리인 갈등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왕효강 동아대 박사과정과 박희태 동아대 경영학과 교수의 연구는 팀 초점 리더십과 개인 초점 리더십을 구분해 구성원의 개인 혁신행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리더들의 개인적 배려와 지적 자극과 같은 개인 초점 변혁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날 시상자로 나선 손현덕 매일경제신문 대표는 "이번 융합학술대회에 참석한 45개 개별 학회의 학문적 성취가 한데 모여 사회 발전의 더 큰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 특별취재팀=황인혁 부국장(팀장) / 정승환 기자 / 우성덕 기자 / 연규욱 기자 / 추동훈 기자 / 조윤희 기자 / 문광민 기자 / 명지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