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플랫폼 문제 아냐”…스타트업들 ‘생존위기 호소’

김경은 2024. 8. 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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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얼라이언스, 티메프 사태 긴급 기자간담회
이커머스 전반 불신 확산…스타트업 대표들 피해 토로
“플랫폼 판매 방식 다른데” 획일적 사전 규제 반대
에스크로 도입 어떻게…구축·관리 비용 부담 증가
“플랫폼 팔·다리 자르는 규제…글로벌 경쟁 우려”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한 번도 정산지연 사태가 없었는데 판매자 탈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로 플랫폼 전반에 불신이 확산하는 상황입니다.” (김동환 백패커 대표)

“티메프 사태는 개인의 도덕적 해이, 경영 실패인데 플랫폼 전반을 규제하는 게 맞을까요? 플랫폼 기업이 팔과 다리가 잘린 채로 사업한다면 글로벌 기업과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오현석 온다 대표)

14일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이커머스 스타트업들이 바라본 티메프 사태와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 오현석 온다 대표, 조용민 머스트잇 대표, 김동환 백패커 대표.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티메프 사태로 인한 생존 위기를 호소하고 나섰다. 티메프 사태 이후 대형 이커머스 쏠림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규제까지 더해진다면 자본력이 부족한 초기 기업들은 살아남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14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커머스 스타트업들이 바라본 티메프 사태와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여행·숙박·명품 등 분야별 이커머스 스타트업 대표들이 참석해 티메프 사태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선제작 후정산인데…에스크로 도입 불가능”

업계는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 의무화 등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에스크로는 은행 등 제3자가 소비자 결제 대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물품 배송이 완료된 후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당정은 티메프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이커머스 업체의 에스크로 도입 등 판매대금 별도관리를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태별로 판매 방식과 정산 주기가 달라 일원화가 어렵고 시스템 구축 및 관리 비용 등 부담이 따른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아이디어스·텀블벅·텐바이텐 등을 운영하는 백패커의 김동환 대표는 “아이디어스는 ‘선주문 후제작’ 방식의 핸드메이드(수제품) 마켓이다. 텀블벅은 모금을 통해 제작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라며 “모금 후 제작, 발송까지 2~3개월 걸리는 경우도 있는데 에스크로를 도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플랫폼마다 판매 재화와 소비자가 다르고 특수성이 존재하는데 일괄적인 사전 규제는 현실과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조용민 머스트잇 대표는 “이커머스는 소비자의 결제금액을 플랫폼이 받아 판매자에게 정산해주는 구조”라면서 “모든 금액을 제3기관에 예치한 상태에서 어떻게 업무를 할 수 있을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시스템 구축과 관리에도 상당한 비용이 수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는 “숙박 예약 플랫폼으로 고객이 퇴실하는 즉시 정산해 하루 만에 숙박시설에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사이에 에스크로가 개입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숙박 예약은 통상적으로 60일 전에 이뤄지는데 이중 절반은 취소한다. 에스크로를 이용하면 취소 처리 등이 불편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린 문제 없다”…플랫폼 전반 불신 확산 우려

업계는 짧은 정산주기, 재무 건전성 등에도 불구하고 이커머스 플랫폼 전반에 불신이 확산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티메프 사태는 큐텐그룹의 경영 실패,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이지 플랫폼 전반의 문제는 아니라는 항변이다.

김 대표는 “우리는 단 한 번도 정산이 지연된 적이 없다. 텐바이텐 입점사가 위메프에서 받지 못한 3600억원도 텐바이텐이 정산했다”며 “그럼에도 ‘아이디어스가 불안하다’, ‘텐바이텐도 정산을 못 할 수 있다더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실제 탈퇴가 벌어지는 등 플랫폼 전반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 대표는 이어 “티메프의 경영 실패로 인해 산업 전체를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일반화”라며 “일부 거대 자본만이 살아남아 독점은 더욱 강화되고 혁신 스타트업은 살아남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티메프에서 정산대금을 받지 못한 공급사들이 추가 매입을 하지 못해 자사에도 공급이 어려워지고 있다. 자사도 큐텐 계열사 한 곳에서 정산을 받지 못하는 등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상황”이라면서도 “자사는 유동비율이 300%에 달할 정도로 재무 건전성에 큰 책임감을 갖고 탄탄하게 운영 중인데 (이커머스 플랫폼을) 싸잡아서 언급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플랫폼을 규제한다면 과연 스타트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체력이 약한 곳부터 쓰러지게 될 거고 결국 큰 플랫폼만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혜택은 알리, 테무, 트립닷컴 등 중국 플랫폼이 보게 된다”며 “이들 플랫폼이 규제 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면 중국으로 자본과 데이터가 쏟아져 들어갈텐데 정부의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경은 (gol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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