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국대 선발전…엄마도 못보고 총잡아"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8. 1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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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사격 金 오예진
첫 출전서 신기록까지 세워
경기 5분 전 캔디 먹는 루틴
집중력 높이는 나만의 비결
"제2 진종오 별칭 영광이지만
사격 대표 선수로 불리고파"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금메달리스트 오예진이 다음주 진행되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위해 사격장에서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금메달리스트 오예진(19·IBK기업은행)은 웬만해서는 떨지 않는 강심장이다. 타고난 재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노력의 힘을 알고 있기에 천하무적이다. 생애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왔지만 오예진은 한국에 도착한 다음 날부터 다시 총을 잡았다.

오예진은 14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파리올림픽 이후 아직까지 엄마를 만나지 못했다. 금메달을 땄다고 해서 인생이 달라지는 게 아닌 만큼 곧바로 소속팀 IBK기업은행 사격단 훈련장에 복귀했다"며 "당장 다음 주에 국가대표 선발전이 진행돼 다시 사대에 설 수밖에 없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제주도로 돌아가 엄마에게 올림픽 금메달을 자랑하겠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예진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파리올림픽 이후지만 한국 사격계에서는 올해 초부터 유력 금메달 후보로 점쳤다. 경기 방식이 조금씩 다른 본선과 결선에서 모두 성적이 좋고 위기의 순간에 더욱 높은 점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오예진은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결선에서 243.2점을 획득한 그는 올림픽 신기록까지 세우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게 됐다.

오예진은 "올림픽이라고 해서 긴장되거나 떨리지는 않았다. 준비한 대로만 경기하면 충분히 금메달을 목에 걸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면서 "경기 전날부터 시상대에 오르는 것까지 모든 장면을 수십 번 넘게 상상해봤는데 현실이 돼 기뻤다"고 설명했다.

모든 경기에 앞서 향후 일어날 여러 가지 상황을 상상해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예진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갑작스럽게 일어나면 당황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돌려본다"며 "결선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기록하는 건 예상 시나리오에 없었다. 세리머니 역시 준비한다고 했는데 너무 기쁜 마음에 더 큰 동작이 나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사격을 시작한 오예진은 6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비결로 재능에 노력이 더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재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조준하는 능력과 집중력이 좋다"며 "그렇다고 해서 노력 없이 만들어낸 결과는 아니다. 하루에 수백 발씩 쏘는 등 피나는 훈련을 통해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기대주에서 간판으로 거듭난 오예진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자신을 낮췄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 한 개에 만족하고 싶지는 않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또다시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고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10년 넘게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이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하는데 내 자신에게 100점 만점에 100점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될 때까지 앞만 보고 달려갈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격을 시작한 뒤 스스로에게 만족한 적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고민 없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오예진은 "두 번 더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내면 내 자신을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만하는 순간 기록이 떨어지는 게 사격인 만큼 기준을 높게 잡았다. 내 자신을 인정할 수 있는 날이 오려면 정말 열심히 연습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발전을 이뤄 한국 사격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오예진은 "제2의 진종오 등 주변에서 영광스러운 수식어를 많이 붙여주셨다. 하지만 나는 한국 사격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오예진이 되고 싶다. 꿈은 크고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금메달을 발판 삼아 한국 사격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 새로운 주인공이 돼보겠다"고 다짐했다.

경기장 입장 5분 전에 새콤달콤한 레몬맛 사탕을 먹는 독특한 루틴에 대해서는 집중력을 높여주는 비법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그는 "요즘 레몬맛 사탕을 안 파는 편의점이 많아서 경기 전날에 항상 새콤달콤한 레몬맛 사탕을 사놓는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불안하기도 하다"며 "파리에서는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국에서 대량으로 준비해갔다. 다음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루틴을 동일하게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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