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전과자와 경찰의 공조...'백설공주', MBC의 무기 (발표회)
[Dispatch=이명주기자] "나는 살인자다. 그러나, 살인의 기억이 없다." (예고편 中)
어느 날 갑자기, 살인 용의자가 됐다. 영문도 모른 채 친구들을 죽인 진범으로 몰렸다.
경찰의 강도 높은 취조를 겪었다. 그 끝은 감옥행. 살인 혐의가 인정돼 교도소에서 10년을 보냈다.
그날을 기억하고 싶지만, 사건 당일이 떠오르지 않는다. 출소 후 돌아간 고향 사람들에게선 싸늘한 적대감만 느꼈다.
가족마저 외면했다. 다시 만난 엄마는 쓴소리를 내뱉었다. 아들을 매몰차게 내쳤다.
MBC-TV 새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 아웃'(극본 서주연, 연출 변영주)은 고등학생 살인 사건에서 출발한다.
'엄친아'였던 주인공이 또래 여학생 2명을 죽인 범죄자로 지목된 것. 이로 인해 전과가 생겼다. 촉망받던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미스터리하다. 사건 자체가 의심스럽다. 이해하기 힘든 정황도 있다. 늦었지만,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 아웃'(이하 '백설공주') 측이 14일 서울 상암 MBC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변영주 감독, 변요한, 고준, 고보결, 김보라, 배종옥, 조재윤이 자리했다.
'백설공주'는 역추적 범죄 스릴러다. 한 청년이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다. 10년 후,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그린다.
변 감독은 "시골에 비극적 사건이 벌어졌다. 촉망받던 소년이 범인으로 몰렸다"며 "출소 후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과 그를 잊고 지낸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독일 추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서주연 작가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을 바탕으로 각색했다.
극본을 보자마자 매료됐다. 변 감독은 "너무 좋았다. 원작과 다르기도, 같기도 했는데 잘 쓰여진 스릴러 대본"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다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드라마 데뷔작인 것. "드라마는 회차마다 교집합이 있지 않나. (영화는) 2시간 안에서 다이렉트로 연결이 되는데 연결이 안 되니 어렵더라"고 고백했다.
지상파에 편성된 점도 부담을 키웠다. 변 감독은 "뭔가를 표현할 때 되나, 안 되나 끈임없이 고민했다. 이게 버릇이 돼서 톰 크루즈 오륜기 옮길 때 '헬멧 안 썼네' 이런 생각이 들 정도"라며 웃었다.
변요한은 일찌감치 출연을 결심했다. 명문 의대 합격생에서 한순간 살해범으로 전락한 고정우로 분한다. 사라진 기억 탓에 친구들을 죽인 범인이 됐다.
그는 "대본을 받아서 읽었는데 너무 감당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팅된 것도 적고 기댈 곳이 없는, 오롯이 감정으로 끌고 가야 했다"고 떠올렸다.
고민하던 차에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접했다. "부담스러웠지만 배우로 살아가면서 내가 해야 하는 사명이 뭘까 싶었다. 선배들의 연기에 기대면서 한 신 한 신 무사히 완주했다"고 전했다.
변요한은 10대와 20대, 30대의 정우를 소화했다. 고등학생으로 등장하는 만큼 교복도 입어야 했다. "제가 교복을 입는 게 큰 이슈가 될 거라 생각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무엇보다 십수년의 세월을 어색하지 않게 그려내는 게 큰 숙제였다. 그는 "아역도 좋지만 직접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게 맞다고 확신했다"고 첨언했다.
고준과 브로맨스를 선보인다. 범죄자와 경찰이 공조하는 것. 형사 노상철(고준 분)은 좌천된 지방 도시 무천에서 11년 전 살인 사건을 재수사하게 된다.
데뷔 후 첫 경찰 역 도전이다. 고준은 "경찰서에 견학도 가고 체험도 했다. 경찰들의 시선에서 연구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변 감독은 "대한민국 공권력을 우습게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정우의 역할이 자력구제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했다. 그래서 고준 역할이 컸다"고 부연했다.
극의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지점도 있다. 로맨스를 넣었다. 고보결이 변요한과 고교 동창으로 나온다. 정우를 오랜 기간 짝사랑해온 인물이다.
고보결은 "전체 장르는 스릴러지만 멜로라고 접근했다. (내가 연기한) 최나겸은 정우를 위해 모든 걸 바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캐릭터를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어떻게 이런 사랑할 수 있을까' 이해하는데 중점을 뒀다. 많은 게 변해도 정우를 향한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그걸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덧붙였다.
김보라는 유일한 외부인이다. 여행 중 무천 마을에 머물게 된 의대 휴학생 하설을 연기한다. 제3자의 시선에서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상황을 지켜본다.
그는 "하설은 정우를 보고 뒤숭숭해진 마을 분위기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게 되는 친구다. 혼자 유일한 외지인이어서 편견 없이 사람들을 대한다"고 소개했다.
이 외에도 배종옥이 3선 국회의원 예영실 역을, 조재윤이 피해자의 부친 심동민 역할로 출연한다. 또 권해효, 김미경, 안내상 등이 열연했다.
이들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변 감독은 "이분들이 나머지 연기자들의 정서, 감정을 (잡는 걸) 도와줬다. 배우 공동체가 마을이라는 미장센을 만들어줬다"고 감사해했다.
마지막으로 변요한은 "우리 드라마의 무기는 배우들의 연기와 팀워크다. 시청률로 성공 여부가 가려지겠지만 이런 부분들이 작품에 묻어날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한편 '백설공주'는 오는 16일 오후 9시 50분 첫 방송된다.
<사진=정영우기자(Disp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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