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우칼럼] 미국 '경기 침체설'의 이면

노영우 전문기자(rhoyw@mk.co.kr) 2024. 8. 1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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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경제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숫자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2008년 1월부터 2009년 6월까지 18개월간 경기 하강과 불황을 겪었다.

이를 감안하면 미국 경제는 2009년 7월부터 15년간 단 2개월을 제외하고 181개월 동안 경기 확장과 호황을 진행 중이다.

한동안은 미국의 경제 정책이 경기 하강을 막고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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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개월 호황에 2개월 불황
비정상적 경기순환 과정이
경제주체들 불안감 키우고
금융시장 혼란을 부추긴다

181대2.

최근 미국 경제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숫자다. 내막은 이렇다. 자본주의 경제는 필연적으로 경기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다. 생산·소비·고용은 경기 상승 때 늘고 하강기에는 줄어든다. 하강이 길어지면 침체로 이어진다. 이땐 구조조정을 통해 과잉 설비와 인력을 줄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다시 확장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상승과 하강, 호황과 불황의 반복이 비즈니스 사이클을 만든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비즈니스 사이클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2008년 1월부터 2009년 6월까지 18개월간 경기 하강과 불황을 겪었다. 이후 2009년 7월부터 2020년 2월까지 128개월간 경기 확장 국면이 이어졌다. 경기 순환을 측정한 1854년 이후 가장 긴 확장 기록이다. 기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경제는 2020년 3월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침체 국면에 접어든다. 하지만 침체 기간은 단 2개월에 그쳤다. 역사상 가장 짧은 침체 기간이라는 기록도 만들어졌다. 미국 경제는 2020년 5월부터 다시 확장이 시작돼 지금까지 확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미국 경제는 2009년 7월부터 15년간 단 2개월을 제외하고 181개월 동안 경기 확장과 호황을 진행 중이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아무리 높은 산도 오르막만 있는 경우는 없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이 자연의 섭리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미국 경제는 최근 15년간 2개월만 빼고 계속 달렸다. 전무후무한 일이다. 지난 200년간 미국 경제의 평균 하강 기간은 17개월이었다. 다른 나라도 이런 사례는 없다. 최근 경기 하강 기간은 일본 19개월, 유럽 20개월, 한국 32개월 등이다. 미국의 경기 순환 주기가 놀랄 만한 이유다.

한동안은 미국의 경제 정책이 경기 하강을 막고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은 금융위기 때 무지막지하게 돈을 풀어 경기를 띄웠고 코로나19가 닥치자 정부 재정 지출까지 대폭 늘려 침체를 막았다.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이용해 불황과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면서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정책 효과는 임계치에 다다랐다. 선을 넘은 무리한 정책으로 국가는 빚더미에 올랐고 시중에 돈이 넘쳐나면서 물가는 급등했다. 더 이상 내놓을 정책도 없어 보인다.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중국은 미국 국채를 팔며 압박하고 있고, 일본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미국에 들어왔던 돈도 빠져나갈 움직임을 보인다.

이런 환경을 감안하면 미국이 언제 침체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다. 최근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미국의 경기 침체 공포감은 여기서 비롯된다. 사람들의 심리가 묘하다. 좋은 일이 닥치면 처음엔 좋아하다가도 좋은 일이 계속 반복되면 왠지 모르게 불안해진다. 이런 이유로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심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제지표가 조금만 안 좋게 나오면 침체 공포로 금융시장이 발작 증세를 보인다. 그러다 지표가 조금만 호전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급반등하는 장이 연출된다. 한국, 일본 등 미국과 연관성이 높은 국가의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더 커진다. 당분간 이런 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이 있다. 경제는 심리가 지배한다. 실물경제가 침체에 빠져 경제심리가 악화될 때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경기 침체 불안감이 확산되고 이런 심리가 금융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결국 실물경제까지 침체로 이끄는 것이다. 미국 경제는 지금 불안감이 현실화될 수 있는 '자기실현적 주문'을 외고 있다.

[노영우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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