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이해와 공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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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내게는 정이 가는 나라 이름이다.
2019년 봄 나는 해외 의료봉사의 단장으로 여러 날을 우즈베키스탄에 가 있었다.
우리는 학기 때는 매주 서울에서 봉사를 했고 방학에는 지방으로 길게 봉사를 나갔다.
나에게 국내외 의료봉사는 역사나 지역 등 여러 가지를 이해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준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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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내게는 정이 가는 나라 이름이다. 2019년 봄 나는 해외 의료봉사의 단장으로 여러 날을 우즈베키스탄에 가 있었다. 이때 뜻깊었던 것은 옛날 소련 시절 연해주에서 강제 이주한 고려인 분들이 살아 계시고 그분들에게 틀니를 만들어드렸다는 것이었다. 서울대치과병원의 다른 교수와 전공의,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 팀원 등 여러 직군이 함께한 꽤 큰 봉사단이었다. 실제로는 일주일 남짓 시간에 틀니를 만들고 잘 쓰는지도 확인하려면 촉박한 일정이다. 우리는 낮 동안 진료를 본 후 늦은 밤까지 틀니를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여야 했다. 오래전 강제 이주했지만 많은 분들이 건강하고 특히 한국말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 기억에 크게 남는다. 처음 이주했을 때 그해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다음 해에 현지 분들의 도움으로 밭을 갈았던 이야기, 자식들을 낳아 교육시키고 이제는 그 나라에 정착한 얘기를 들으며 눈물이 적은 나도 눈시울을 붉혔다. 매일 밤늦게까지 일한 우리에게 보람을 느끼게 해준 얘기들, 아픔을 안고, 고국으로 귀향하지 못한 채 살아온 고려인들과 한국말로 얘기할 때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과 공감이 우리에게 있었다. 마침 오늘은 광복절이다.
2012년에는 몽골에 의료봉사단장으로 나갔다. 서울대치과병원, 봉사단체, 기업, 현지 대학과 기관이 함께한 봉사였다. 우리는 취약계층 아동과 청소년을 치료하였고 치과대학생에게 교육도 하였다. 역사적으로 보면 몽골과 우리나라가 계통상 유사하다고 하던데 친근감을 느낀 봉사였다. 몽골 교수님이 떠나기 전 우리 단원들에게 몽골의 역사에 대해 강연을 하고 사진책을 주었는데 갑자기 이루어진 일이라 의아했다. 나중에 들으니 단원들이 갈라지거나 구멍이 나 있는 도로 등 열악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현실을 알려주자는 취지로 했다고 한다. 추운 날씨, 심한 일교차로 사회시설을 만들고 유지하기 힘든 점이 있는데 이해가 부족한 면이 있었다.
1980년대 대학생일 때 치대, 의대, 간호대, 약대가 함께한 봉사 서클을 4년간 했다. 우리는 학기 때는 매주 서울에서 봉사를 했고 방학에는 지방으로 길게 봉사를 나갔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겨울에 이승복기념관이 있는 강원도에 갔을 때였다. 혹한의 추위였다. 학교에서 봉사를 했기에 숙소에서 매일 아침 난로를 피우러 가야 했는데 그 길에서는 눈물이 저절로 나와 얼었다. 하루는 자는데 연탄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연탄을 빼고 잤더니 아침에 방 안에 놓인 물이 얼어 있었다. 왜 무장공비가 이리로 넘어왔는지 알겠다고 친구가 얘기한 기억이 있다. 그 당시 의료 등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했던 것이 이해가 되었다. 나에게 국내외 의료봉사는 역사나 지역 등 여러 가지를 이해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준 일이 되었다.
공공의료와 봉사는 일정 부분 통하는 면이 있다. 어느 것이든 핵심은 공감과 이해에서 비롯된다. 그 사회와 여러 협의체와 협력하려면 공감을 바탕으로 한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 이런 노력이 대상자들에게도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김성균 서울대 교수·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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