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돌 경축식 파행 김형석 관장 사퇴 두고 끝까지 충돌 민주, 백범기념관서 尹정권 규탄성명 “역사교과서 왜곡 박근혜 잊지 마라” 조국혁신당 광화문서 기자회견 진행 대통령실 “김형석 임명철회 없어” 이종찬 광복회장 “백범선생 격하 음모” 국힘 “야권·광복회 대승적 결단을”
제79주년 8·15 광복절 경축식이 결국 두 갈래로 나뉘어 열리게 됐다. ‘뉴라이트’ 이념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으로 정부 주최 경축식과 이에 반발한 광복회를 중심으로 독립운동단체와 야당은 별도의 기념식 개최를 강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초 설득에 나섰던 정부도 “임명 철회는 없다”며 강공 모드로 돌아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정부는 건국절을 전혀 추진도 하지 않고, 할 생각도 없는데, 저렇게 고집을 부리면 결국 이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광복회 측이 문제 삼고 있는 김 관장의 인사에 대해서도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주최 경축식은 15일 열린다. 통상 2000여명이 참석하는 정부 추최 경축식 초청 대상은 독립운동단체 및 독립운동가 유족, 종교계, 정치인, 정부 관계자, 주한 외교사절단 등이다.
김 관장의 임명 철회를 주장하는 광복회 등 37개 독립운동단체는 15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광복회원과 독립운동가 유족, 관련 기념사업회 및 단체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광복절 기념식을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더불어민주당 등 정부 주최 경축식 불참을 밝힌 야당 인사들도 참여한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친일매국정치가 도를 넘고 있다”며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법 등 ‘광복절 중점 법안 및 결의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일 독재 미화를 위해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려던 박근혜 정권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며 “오늘 중으로 김형석 관장 임명을 당장 철회하고 역사 쿠데타 음모에 대해서도 직접 사죄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가보훈부가 주최하는 정부 광복절 행사에 참여하는 대신, 용산 효창공원 독립운동가 묘역을 참배할 계획이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당지도부 중심으로 현역 의원들이 참배하고 백범기념관 앞에서 친일·반민족 윤석열 정권 규탄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광복회 주최 79주년 광복기념식은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광복회와 야당의 비판에 대해 김 관장은 이날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에 대한 의혹을 반박했다. 관장에 취임하기 전에 있었던 역사적 관점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김 관장은 “학자일 때는 얼마든지 말할 수 있지만, 독립기념관장은 공직이므로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기념관장은 그 직분에 충실하면 된다. 관장으로서 의사결정을 할 때는 정부기관이나 기념관 실무자들과 논의해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기념관에서 광복절 경축식을 취소했다는 것에 대해선 “천안시가 독립기념관에서 경축식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김 관장 임명이 백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로 만들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구 선생을 고하 송진우를 암살한 테러리스트로 전락시키려는 거대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승만 대통령을 치켜세우고 이 기회에 김구는 죽여버리자, 이런 음모인 것 같다”며 “그런 분이 독립기념관장이 되면 자기네들에게 유리한 건 남기지만 불리한 건 없애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관장의 자진 사퇴 등 일말의 협상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 회장은 “마지막 문은 열어놨다. 정부에서 성의를 보여주기를 바란다”며 “그분들(광복회원)에게 ‘건국절은 없다, 잘못된 인사는 다시 하겠다’고만 하면 저희가 박수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경축식 불참을 선언한 야권과 광복회에게 대승적 결단을 내려 달라고 촉구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은 우리 정부에 ‘친일 프레임’을 씌워 아님 말고 식의 무책임한 정치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국민통합과 경축의 장을 국론분열과 반목의 무대로 변질시켜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광복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한다면 국가기념일까지 반쪽 내선 안 된다”며 “광복회와 야당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며 광복절다운 행보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여당 내에서 김 관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광복회장을 향한 공세도 이어졌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YTN 방송에 출연해 “이 회장은 용산 (대통령실)에 밀정이 있다, 어쨌다 하는데 이 회장이야말로 일본 극우의 기쁨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다만 당 차원에서는 논란의 당사자인 김 관장과 다소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김 관장에 대한 추가 의혹이 제기될 경우 ‘역풍’을 우려한 신중론으로 해석된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서 “드러난 팩트만으로 과연 국민들이 이분은 ‘정말 안 되겠다, 인사 검증에서 심각한 흠결이 있었다’고 보고 있는지는 저는 아직은 좀 세모, 물음표”라면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천하람 의원은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김 관장 인선이) 부적절하기 때문에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허은아 대표가 가기 때문에 개혁신당이 보이콧하는 개념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