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물가 3%대 붕괴···시장선 0.25%P vs 0.5%P '팽팽'

뉴욕=김흥록 특파원 2024. 8. 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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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하 논쟁 격화]
실업률 상승쇼크 속 인플레 진정
월가·전문가 등 인하폭 전망 갈려
22~24일 열리는 잭슨홀미팅서
파월 의장 통화정책 구상에 촉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연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한동안 불안하던 노동시장이 다소 진정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들면서 금리 인하 여부보다는 인하 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칼라일그룹의 공동 창립자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 대선 전에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인하 조짐이 너무 강하다”며 “9월에 0.25%포인트 또는 0.5%포인트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하 폭을 두고서는 월가 전문가들과 시장·연준 등 전망 주체에 따라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 실업률이 4.3%로 예상 밖으로 치솟았던 7월 고용보고서 쇼크 이후 좀처럼 침체 우려를 덜어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 같은 투심 위축은 0.5%포인트 인하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앞서 13일(현지 시간) 나온 7월 PPI가 둔화하자 금리 선물시장에서 9월 0.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하루 전 50%에서 54.5%로 뛰었다. 7월 PPI는 전월보다 0.1% 상승해 시장 전망치(0.2%)를 하회했다. 전년 대비로는 6월 2.7%에서 2.2%로 대폭 낮아졌다. 다만 식품과 에너지 등 변동성을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3% 올라 전월치(0.1%)와 전망치(0.2%)를 상회했다. 이런 가운데 미 노동부가 14일 발표한 7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해 시장 전망(3.0%)을 밑돌아 둔화세를 나타내고 명목 CPI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도 3.2%로 직전월(3.3%)보다 약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에 부응하는 수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0.5%포인트 인하와 0.25%포인트 인하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이날 CPI 발표 직후 페드워치툴의 0.5%포인트 인하 확률은 40%대로 떨어졌고 0.25%포인트 인하 확률이 50%대로 올라갔다.

월가의 분석가들은 0.25%포인트 인하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이 이달 6~8일 경제 전문가 51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4분의 3은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이 0.5%포인트 이상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내다본 전문가는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는 다수의 전문가들이 연착륙을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69%가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고 봤으며 침체를 전망한 전문가는 22%에 그쳤다. 10%는 연준이 대폭 인하를 할 경우 연착륙할 것이라고 답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위트 미국경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대폭 금리 인하 요구는) 과장된 자동반사적 반응”이라며 “연준은 경제에 명백한 충격이 있거나 지표가 급격히 나빠진 경우에만 긴급 또는 0.5%포인트 이상의 인하를 단행했다”고 지적했다.

연준 관계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도 통화정책의 변수다. 현재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둔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침체 여부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정작 연준 내부에서는 물가 재상승을 경계하면서 금리 인하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3일 한 행사에서 “금리 인하 시점이 다가오고 있고 우리는 거기에 도달할 것”이라면서도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가 다시 인상해야 한다면 최악이 될 것이고, 온갖 종류의 불확실성이 솟아오를 것”이라고 경계했다. 보스틱 총재는 연준 내 대표적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선호)’로 꼽히지만 급격한 기준금리 인하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그는 “경기 침체는 과장됐다”며 “실업률 증가는 확실히 우려할 만하지만 대부분 고용 수요 감소보다는 근로자 공급 증가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경제에 “좋은 문제”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앞서 10일 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꼽히는 미셸 보먼 연준 이사 역시 “5~6월 이뤄진 인플레이션 둔화 진전은 반가운 진전”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2% 목표를 여전히 불편하게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현재 통화정책 입장에 대한 조정을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 내에서 매파와 비둘기파가 물가의 재상승 우려에 같은 목소리를 낼 경우 연내 인하 폭은 시장의 전망보다 적을 수 있다. 글렌미드의 투자전략 부사장인 마이클 레이놀즈는 “연준이 9월 회의까지 기다린 데는 이유가 있다”며 “연준이 금리를 너무 빨리 인하하는 위험에 진심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에 대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전망과 통화정책에 대한 힌트는 이달 22~24일로 예정된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잭슨홀 미팅은 그동안 연준 인사들이 주요 통화정책 방향 변화를 알리는 무대로 활용됐다. 파월 의장은 2022년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내리기 위해서는 침체를 감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며 매파적 정책 추진 의지를 알린 바 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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