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개원 70여일 만에 ‘10번의 청문회’… ‘맹탕·정쟁’ 되풀이
법사위 청문회 발언에 아수라장
대통령실 “패륜적인 망언” 비판
與, 의원직 제명 촉구 결의안 제출
16대 국회 이후 역대 최다
채상병 특검법·공영방송 이사선임 등
巨野 밀어붙이기에 ‘빈수레’만 남발
쿠팡 과로사·의대 교육점검 논의 등
민생 관련 청문회는 가뭄에 콩나듯
‘검사탄핵’ 김여사 등 핵심증인 불참
野 “국회 무시… 불출석 땐 수사·처벌”
임은정 ‘나홀로 출석’ 임은정 대전지검 부장검사가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김영철 검사(서울북부지검 차장) 탄핵소추안 관련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탄핵소추 대상인 김 검사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등 핵심 증인들은 불출석했다. 남제현 선임기자 |
다만 일부 다른 상임위원회에서는 실제 민생 현안을 겨냥한 청문회도 진행했거나 추진 중이다. 당장 환경노동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가 최근 잇따르는 쿠팡 과로사 문제를 따져보기 위한 연석 청문회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한 국회 관계자는 “잦은 청문회가 맹탕·정쟁 유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지만 일부 상임위에선 나름 ‘민생 국회’ 취지에 부합하는 식으로 운용되고 있다”며 “양면성이 있다”고 평했다.
국회 회의록 자료 등을 살펴보면 이날 법사위의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청문회’와 과방위의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를 더해 22대 국회 중 열린 입법·현안 청문회는 총 10회가 됐다. 16대 국회 이후 22대 국회 이전까지 청문회가 가장 많이 열린 국회는 18대(6회)였다. 민주당은 개원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6월21일 법사위에서 ‘채상병 특검법’, 과방위에서 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한 청문회를 열면서 정국 포문을 열었다. 이후 전세사기 피해·의료계 비상상황·‘노란봉투법’·‘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청원(1·2차) 청문회·‘방송장악 1차 청문회’ 등을 연달아 진행했다.
삿대질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영철 검사 탄핵소추 사건 조사 관련 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전 의원은 국민권익위원회 국장급 간부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살인자”라고 해 여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연합뉴스 |
그러자 대통령실은 “패륜적 망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전 의원의 극언은 이성을 상실한 패륜적 망언”이라며 “면책특권 뒤에 숨어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영부인에게 이성을 상실한 패륜적 망언을 퍼부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도 이와 관련해 브리핑을 열고 “공직사회를 압박해 결과적으로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민주당”이라며 “공직자의 안타까운 죽음마저 정치공세에 활용하는 야당의 저열한 행태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국민의 대표자로서 품위를 유지해야 할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면서 이날 전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당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의 명의로 제출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입장문에서 “대통령 부부에게 살인자라고 외치는 것은 삼권분립 헌법 체계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 의원은 “국민의힘은 김건희를 지키기 위해 전현희를 죽이겠다고 나섰다”며 “두렵지 않다. 제가 죽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사위 ‘검사탄핵’ 청문회와 과방위 ‘방송장악’ 청문회도 정쟁 성격이 짙다는 게 대개 평가다. 이날 청문회도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아 맹탕에 그치거나 여야 의원 간에 막말·고성이 오갔다.
‘검사탄핵’ 청문회가 진행된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김영철 검사 탄핵소추안의 적절성을 놓고 여야가 격돌했다. 야권은 김 검사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봐주기 수사’하고, 국정농단 핵심 관련자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에게 조사 과정에서 특혜를 베푼 의혹이 있으니 탄핵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장마가 끝나고 탄저병이 도는데 국회에선 탄핵당이 돈다고 한다””고 반발했다. 이에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탄핵 절차는 징계 절차로, 이건 징계를 위한 조사 절차다. 회사나 일반 공직사회는 똑같다”며 “징계하려면 조사위를 열어야 하는데 오늘 위원회가 그런 개념”이라고 말했다.
과방위 ‘방송장악’ 청문회엔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과 김 직무대행은 각각 탄핵소추 중이란 점과 자신에게 권한이 없다는 논리로 증언을 거부했고, 야당은 김 직무대행을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했다’며 고발을 의결했다.
이런 청문회와 달리 비교적 정쟁 성격이 옅은 청문회도 계속 가동되는 중이다. 당장 환노위·국토위는 조만간 쿠팡 과로사 문제 관련 연석 청문회 일정 조율에 들어갈 예정이다. 당사자인 쿠팡은 물론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 등 대상으로 사망 원인을 따지는 동시에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쿠팡이 최근 택배물품 분류 전담 인력 완전 직고용 체제 전환, 택배기사 휴무 확대 등 대책을 내놓은 터라 그 이행 계획에 대한 점검도 진행할 예정이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김주영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쿠팡 과로사 문제에 대한 연석 청문회를 국토위와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며 “곧 일정 조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쿠팡 과로사 연석 청문회 추진 논의는 환노위 측 제안에 시작됐다고 한다. 환노위 관계자는 “쿠팡 과로사 문제 관련해서 노동부 쪽에 얘기해도 진상 규명이나 대책 마련에 한계가 있고 물류 인허가권을 지닌 국토부가 청문회에 들어와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전했다.
쿠팡 과로사 연석 청문회가 진행될 경우 22대 국회 들어 두 번째 연석 청문회다. 16일 의대 정원 증원 결정 과정 등을 살펴보기 위한 교육위·복지위의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가 예정된 터다. 40개 의대 학장들의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이 청문회를 이틀 앞둔 이날 “의대생이 학업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전환점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야 합의안 처리가 임박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경우 올 6월 말 이미 진행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 관련 청문회’를 열어 여야 간 입장 차를 좁히는 데 덕을 본 터다.
김승환·배민영·최우석·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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