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때문에 빚쟁이 돼야 하나"… 울분 터진 티메프 피해 판매업체

민영빈 기자 2024. 8. 1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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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사태 농·수산식품 분야 피해 사례 발표·대안 모색 간담회
업체 측 “피해 접수 체제 원활하지 않아... 3.5% 대출 금리도 부담”
“피해업체 밝히면 거래 끊겨”… 2차 피해 사례 언급되기도
정부 측 “피해 사례 개선 위한 대책 논의할 것”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 입점한 농수산식품 판매업체(셀러)들은 14일 피해 업체를 위한 정부 접수 체제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티메프 모기업 큐텐(Qoo10) 수장 구영배 대표의 경영 실패로 빚더미에 앉아야 하는 상황을 토로하면서 단순히 피해 업체라는 사실만으로 거래가 끊기는 등 2차 피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티메프 사태 농·수산식품 분야 피해 사례 발표 및 대안 모색 긴급간담회'가 열렸다. /민영빈 기자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티메프 사태 농·수산식품 분야 피해 사례 발표 및 대안 모색 긴급간담회’에는 피해업체 대표들을 포함해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등 관련 부처 관계자와 정희용·최은석 국민의힘 의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를 주최한 정희용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티메프 사태 농식품 분야 피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날 기준 농식품 분야 피해 금액은 총 184억2000만원이다. 농업법인 105개, 식품기업 41개, 농촌체험마을 12개, 농업인 15명 등이 본 피해 금액이다.

해양수산부의 티메프 사태 수산 분야 피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해당 플랫폼에 입점한 수산물 판매업체는 151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티메프 정산 주기상 아직 피해 상황이 덜 파악된 곳이 있는 만큼, 앞으로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피해 업체 대표들은 판매자 피해 전수 조사가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쌀판매조합법인 대표 A씨는 “판매업체의 구제책이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에서 소비자에 대한 피해 접수는 많던데, 판매자에 대한 피해 접수는 거의 없었다”며 “문의를 할 때마다 접수도 잘 받아주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정확한 판매업체 피해 규모도 정리가 잘 안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양돈푸드업체 본부장 B씨도 “소비자들에 대한 보상 대책은 언론에서 많이 언급됐는데, 판매업체들은 보상 얘기도 없었고 피해 접수 창구도 일원화가 돼 있지 않았다”며 “발표하신 내용보다 더 많은 피해가 있는 것으로 안다. 500억원대로 추산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 측 관계자들은 “농협 내 피해 신고 접수 센터를 마련해 해당 사안을 신청받고 있었다”면서도 “판매업체 대표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효과적으로 운영되지 않은 것 같다. 이 부분을 보완하고 개선하겠다”고 했다.

또 피해업체 대표들은 정부가 마련한 긴급 경영안정자금 대출 금리가 연 3.5%로 낮은 편이지만 이미 대규모 미정산금이 있는 상태에서 대출을 더 받는 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는 대표 C씨는 “이것만이라도 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크게 되지 않는다”며 “이미 경제적으로 감당이 안 될 만큼 다들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저리의 대출 제도는 목숨을 연장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수산식품을 납품하는 업체 대표 D씨는 “자금이 필요하면 급하게라도 대출을 받는 게 맞는다”며 “다만 이는 대책이고 사후 보완책인 만큼, 어음이나 담보 형식으로 거래 유지가 가능한 법을 제정해 앞으로 사업 운영에 도움이 되도록 해줘야 한다. 저리 대출 지원만으로는 어렵다”고 했다.

농식품 납품업체 대표 E씨는 구영배 대표가 잘못한 경영 때문에 애먼 판매업체 대표들이 거리에 나앉는 상황만큼은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5년 동안 20%씩 쌓인 유보금 수천만원을 MD에게 딜 종료를 하면서 달라고 말했는데 한 푼도 못 받았다. 그 금액이 총 3억5000만원”이라며 “구영배 대표의 잘못 때문에 왜 제가 늘그막에 빚쟁이로 비참하게 살아야 하나”라고 말했다.

판매업체 대표들은 2차 피해도 토로했다. 티메프 사태로 피해를 본 업체라고 밝히는 순간 여태껏 거래를 해온 업체로부터 ‘손절’을 당하는 탓이다.

영농조합법인 대표 F씨는 “연 매출이 160억원이지만 피해액이 10억원이라 관련 상황을 알렸다가 ‘거래를 끊을 테니 돈을 돌려 달라’는 말만 들었다”며 “이런 2차 피해 때문에 업체의 정확한 피해 규모나 금액 산출이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이에 정부 측 관계자들은 그간 피해 업체 전수 조사로 한 것들이 형식적인 입장이었던 것을 인정하면서 개선을 약속했다.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범정부 대책 외에도 각 부처별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나 말씀해 주신 금리 완화 등 방안도 함께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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